서산·예산·당진 등 하천 범람
철도와 도로 끊기고 마을 고립
중대본, 재난대응 3단계로 격상
충청 지역에 내린 ‘극한호우’로 충남 예산 삽교천이 범람해 17일 오후 예산군 삽교읍 용동 3리 일대 마을과 주변 농경지가 물에 잠겨 있다. 기상청은 서산 등 충남권에 내린 비의 양이 ‘200년에 한번 내릴 수준’이라고 밝혔다. 김영원 기자 forever@hani.co.kr
16~17일 충청과 수도권에 쏟아진 집중호우로 고가도로 옹벽이 무너지고 차량이 침수돼 4명이 숨지고 1천여명이 넘는 주민이 대피하는 등 비 피해가 이어졌다. 철도와 고속도로 운행이 중단되는가 하면 하천이 범람해 마을 전체가 물에 잠기는 곳도 속출했다.
이틀 동안 충청권에 최대 500㎜가 넘는 많은 비가 내린 데 이어, 17일 광주시엔 ‘100년 발생 빈도’의 폭우인 366㎜가 내렸다. 이날 오후 5시 현재 전북·전남·대구·경북·경남에 호우 경보가 발령되면서 비 피해가 전국적으로 확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기상청은 시간당 최대 80㎜ 안팎의 ‘매우 강한 비’가 19일까지 전국에 쏟아질 것으로 내다봤다. 정부는 이를 ‘전국적 호우’ 상황이라고 보고 최고 수준의 비상대응체계로 전환했다.
행정안전부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가 17일 저녁 6시에 낸 자료를 보면, 이날 충남 서산시에서 침수 차 안에서 50대 ㄱ씨가 숨졌고, 서산 청지천 인근에서 서산소방서 구조대가 심정지 상태인 80대 ㄴ씨를 구조했으나 회생하지 못했다. 당진시에선 “아버지가 사라졌다”는 신고를 받은 소방 당국이 배수 작업을 하던 중 지하실에서 숨진 80대 ㄷ씨를 발견했다. 앞서 16일엔 경기도 오산시에서 고가도로 옹벽이 무너지면서 40대 운전자가 목숨을 잃었다.
충남에선 쏟아진 폭우로 전기·수도·도로가 모두 끊긴 채 고립된 마을이 속출했다. 8개 시·도 20개 시·군에서 421세대 1382명이 대피했고 1198명이 귀가하지 못했다. 예산 삽교천과 무한천, 서산 청지천 등 하천은 불어난 빗물이 범람해 주변 농경지가 물에 잠겼다. 영산강·섬진강에 홍수주의보가 발령되면서 근처 주민에겐 대피령이 내려졌다.
철도와 고속도로도 일부 구간에선 운행이 멈췄다. 이날 저녁 6시부터 경전선(동대구~진주), 호남선(광주송정~목포) 구간에서 케이티엑스(KTX)를 포함한 열차 운행이 중지되면서 전국 각 역에는 승차권을 구하지 못한 사람들이 발을 동동 굴렀다. 한국도로공사는 오후 5시 호남고속도로 동광주 나들목에서 서광주 나들목까지 4㎞ 구간 양방향을 전면 차단해 퇴근길 극심한 정체가 이어졌다. 김포공항 등 전국 공항에선 46편의 항공이 결항됐다. 목포~홍도 등 26개 항로 여객선 34척도 발이 묶였다.
이번 폭우로 학교도 피해가 컸다. 392곳이 누수, 침수 등 시설 피해가 있었고, 667개교가 휴업, 등교 시간 조정, 단축 수업 등 학사조정을 했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재난 대응 수준을 2단계에서 3단계로 격상하고, 풍수해 위기 경보도 가장 높은 ‘심각’ 단계로 조정했다. 중대본 3단계가 발령되기는 2023년 8월 이후 1년11개월 만이다. 정부는 집중호우 피해를 본 경기도와 충청남도에 재난안전관리 특별교부세 25억원을 긴급 지원하기로 했다.
송인걸 박현정 장수경 김용희 기자 igs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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