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신웅수 기자 =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과정에 부당하게 관여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에게 무죄가 확정됐다. 대법원 3부(주심 오석준 대법관)는 17일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위반 등 혐의를 받는 이 회장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지난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이후 10년, 2020년 재판에 넘겨진 지 4년 10개월 만으로, 이 회장은 자신의 발목을 잡아 왔던 사법리스크의 족쇄를 벗었다. 사진은 이날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의 모습. 2025.7.17/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서울=뉴스1) 신웅수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17일 무죄로 확정된 이유는 입증부족·위법증거 두 가지로 요약된다. 검찰이 2018년부터 2년간 삼성그룹 계열사를 대상으로 전방위 수사를 벌이고 5년간 재판에서 100명이 넘는 증인신문, 수만개의 증거를 제출했음에도 유죄를 입증하진 못했다. 위법수집을 이유로 상당수 증거들의 효력을 인정받지 못한 게 큰 영향을 미쳤다.
특히 검찰은 수사심의위원회가 혐의 입증이 어려울 것이라며 2020년 불기소 및 수사중단을 권고했음에도 이를 무시하고 기소를 강행했다. 이후 1·2심에서 모든 혐의에 대해 무죄가 선고됐는데도 상고까지 진행하는 등 무리한 수사를 끝까지 밀어붙였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법원 3부(주심 오석준 대법관)는 이 회장의 자본시장법위반, 외부감사법 위반, 업무상배임죄, 위증죄 등 19개 혐의에 대해 모두 무죄를 선고하며 "원심 판결에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고 밝혔다. 검찰이 2019년 압수했던 삼성바이오로직스(삼바)의 18테라바이트(TB) 용량의 백업 서버와 삼성바이오에피스 서버, 장충기 전 미래전략실 차장의 휴대전화 메시지 등 상당수 증거가 위법수집돼 증거능력을 인정할 수 없다는 원심 판단도 그대로 인정했다.
앞서 2심 재판부는 지난 2월 핵심 쟁점이었던 삼바 회계부정 혐의에 대해 형사적으로 유죄를 인정할 만큼 입증이 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지난해 8월 서울행정법원은 금융당국이 삼바에 내린 과징금 등의 제재를 취소해야 한다고 판결하면서도 삼성바이오에피스 지배력 상실 회계처리는 기준을 위반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검찰을 2심에서 이를 집중적으로 공략했으나 실패했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의 과실을 넘어 고의가 존재한다는 점에 대해서는 검사의 증명이 부족하다"며 "공소사실에 대해 추측과 시나리오 가정에 의해 형사책임을 인정할 수 없다는 것이 법원 판단"이라고 밝혔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이 이 회장의 경영권 승계와 지배력 강화 등을 위해 부당하게 이뤄졌다는 검찰 주장에 대해서도 "합병은 삼성그룹 미래전략실 조율과 협력에 의해 결정됐고 두 회사의 의사와 관련 없이 합병이 결정됐다고 볼 수는 없다"고 밝혔다.
검찰은 2020년 외부전문가들로 구성된 수사심의위원회 불기소 권고까지 무시한 채 이 회장 등에 대한 기소를 강행했다. 이는 2018년 1월 제도 시행 이후 수심위 권고를 무시한 첫 사례였다. 이후 검찰은 재판부에 방대한 양의 증거를 제출하고 증인신문을 벌였지만 결국 혐의 입증에 실패했다.
검찰은 삼성바이오 공장에서 확보한 서버와 노트북에서 2000만건이 넘는 디지털자료를 선별해 압수·분석을 벌였지만 이를 통해 취득한 증거들은 압수수색 과정의 위법성을 이유로 증거능력이 인정되지 않았다.
당시 부당합병 수사를 주도해 이 회장을 기소했던 이복현 전 금융감독원장까지 2심 무죄판결 후 "국민께 사과드린다"고 나섰지만 검찰은 상고를 강행했다. 대검 예규에 따르면 하급심에서 공소사실 전부에 대해 무죄가 선고된 사건을 상고하는 경우 상고심의위에 심의를 요청해야 한다. 심의위가 상고제기 필요 의견을 내면서 검찰도 최종 상고를 결정했지만 법조계에서는 '기계적 상고'라는 비판이 나오기도 했다.
재계 일각에선 1심과 2심에서 모든 혐의에 대해 무죄 판결을 받은 사안에 대해 검찰이 무리하게 상고를 하는 관행이 개선될 필요가 있단 지적도 나온다. 상고심은 사실 관계를 재심리하지 않고 원심에 법리 적용이 적절했는지 검토하기 때문에 유무죄 여부가 뒤바뀔 가능성이 크지 않아서다.
조준영 기자 cho@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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