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자 10만명이 이미 입당"
8월 전당대회 영향력 행사 예고
탈당 요구 분출에도 지도부는 느긋
한국사 강사 전한길씨가 지난 9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 인근에서 윤석열 전 대통령 지지 연설을 하고 있다. 강예진 기자
최근 국민의힘에 입당한 한국사 강사 전한길씨가 "내가 지지하는 사람을 당대표로 만들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자신의 추종자 약 10만 명이 이미 국민의힘에 입당해 있다며 조직력을 동원해 '친윤석열(친윤)계 당대표'를 옹립하겠다는 구상이다. 국민의힘 입당 목적이 다음달 중순 예정된 전당대회에 영향력을 행사하기 위한 것이라고 스스로 밝힌 것이다. 전씨는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반대와 부정선거를 주장해오며 '윤어게인'을 부르짖고 있는 대표적 인사다. 전씨의 이 같은 선전포고를 두고 국민의힘이 아스팔트 극우 성향 세력에 잠식당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당내에서는 '윤어게인'을 꿈꾸는 전씨를 탈당시켜야 한다는 비판이 거세게 분출하고 있다.
전씨는 16일 한국일보와의 통화에서 국민의힘 입당 배경을 두고 "정확히 확인한 것은 아니지만 (유튜브 채널인) 전한길TV에서 거의 10만 명에 달하는 사람들이 (국민의힘에 당원으로) 가입돼있다"며 "이 당원들을 다 움직여 당대표 (선출)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전씨는 "전한길이 지지하는 사람은 무조건 당대표로 만든다는 게 전한길의 마인드"라고 강조했다.
어떤 당권주자를 지지하느냐는 질문에 전씨는 "무조건 윤 (전) 대통령을 끌어안는 사람"이라고 말했다. 현재 유력 당권주자 중에 지지 후보가 있냐는 질문을 받고는 "아직은 일단 없다. 관망하는 중"이라고 덧붙였다. 자신이 원하는 만큼 윤 전 대통령을 적극 끌어안는 인사가 없어 공개 지지를 결정하지 못하고 있다는 의미다. 당내 '찬탄(탄핵 찬성)파'를 겨냥해서는 "(더불어)민주당으로 가야 한다"며 국민의힘에서 탈당하라고 주장했다.
송언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가 1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뉴시스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이미 전씨의 입당과 영향력 행사를 경계하며, 조속히 끊어내야 한다는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김용태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당 지도부에 "전한길씨를 비롯한 계엄 옹호 세력이 국민의힘 근처에 얼씬도 하지 않도록 결단하라"고 촉구했고, 안철수 의원은 "친길(친전한길) 당대표, 친길 원내대표로 당을 내란당, 계엄당, 윤어게인당으로 완전히 침몰시킬 생각이냐"고 질타했다.
그럼에도 당 지도부는 느긋하다. 당 지도부 관계자는 "전씨는 온라인을 통해 입당을 신청해 구체적으로 확인할 방법이 없었다"며 "생각이 다르다고 입당을 막을 수 없다"며 전씨를 향한 탈당 요구를 일축했다.
김현종 기자 bell@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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