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오염물질인 질소산화물을 온도 변화에 관계없이 안정적으로 제거하는 새 촉매가 개발됏다.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국내 연구진이 연료를 태우는 거의 모든 배출원에서 발생하는 대표적 대기오염 물질인 질소산화물(NOx)을 온도 변화에 관계없이 안정적으로 제거할 수 있는 새 촉매를 개발했다.
공장 굴뚝, 자동차, 선박 등 배출원의 온도 조건이 서로 다르기 때문에 특정 온도에만 최적화된 기존 촉매로는 효과적인 제거에 한계가 있다. 이번에 개발된 촉매는 이러한 온도 차이의 한계를 뛰어넘을 수 있는 해법으로 주목받는다.
울산과학기술원(UNIST)은 조승호 신소재공학과 교수 연구팀이 김홍대 한국생산기술연구원 울산기술실용화본부 연구원팀과 공동연구를 통해 240~400℃의 넓은 온도 범위에서 질소산화물을 안정적으로 제거할 수 있는 고효율 탈질(SCR) 촉매를 개발했다고 17일 밝혔다.
질소산화물은 대기 중에서 미세먼지 생성과 오존 오염, 산성비 유발의 원인이다. 이를 제거하기 위한 선택적 촉매 환원(SCR) 기술은 이미 상용화돼 있지만 현재 널리 사용되는 바나듐-텅스텐 촉매는 약 350℃에서만 효율이 높다. 온도가 낮거나 높을 경우 성능이 급격히 떨어진다.
이번에 개발된 촉매는 저온인 240℃에서도 질소산화물 제거 효율이 93.6%에 달한다. 고온 영역에서도 97% 이상의 전환 효율을 안정적으로 유지한다. 기존 상용 촉매가 같은 조건에서 62.4% 수준에 그치는 것과 비교해 획기적인 성능 향상이다. 또한 질소산화물이 무해한 질소(N₂)로 전환되는 비율도 97% 이상이었으며 온실가스인 아산화질소(N₂O) 등 부반응 생성물도 거의 발생하지 않는다.
촉매 성능의 핵심은 소량 첨가된 육방정형 질화붕소(h-BN)다. h-BN은 촉매 내 바나듐 이온을 활성 상태로 안정화시키고 표면에 수분이나 황산염 같은 오염물질이 흡착되는 것을 막아 촉매의 수명까지 향상시키는 역할을 한다.
연구팀은 실험실 수준의 가루 형태 촉매를 산업 현장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벌집형 구조로 성형해 상용화 가능성도 검증했다. 그 결과 1분당 20리터(L)의 가스 유속 조건에서도 초당 수십 마이크로그램(마이크로그램, 100만분의 1그램)의 NO를 안정적으로 처리할 수 있는 성능을 확인했다.
조승호 교수는 “이 촉매는 폭넓은 온도에서 안정적으로 작동해 배출원 조건이 다양한 공장, 자동차, 선박 등에서 두루 활용될 수 있다”며 “값비싼 바나듐 사용량도 줄일 수 있어 경제성과 산업 안전 측면에서도 큰 장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응용 촉매 B: 환경과 에너지'에 지난달 12일 온라인 게재됐다.
<참고 자료>
- 10.1016/j.apcatb.2025.125583
[박정연 기자 hesse@donga.com]
Copyright © 동아사이언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매주 일요일 밤 0시에 랭킹을 초기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