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학기술원(KAIST·총장 이광형) 연구진이 음주 시 활성산소(ROS)가 발생해 간세포 사멸과 염증 반응을 유발하는 새로운 분자 메커니즘을 규명했다. 아울러 간세포가 신경계 시냅스처럼 신호를 주고 받는 유사시냅스를 형성하고 염증을 유도하는 '새로운 신경학적 경로'를 세계 최초로 밝혀냈다.
KAIST는 정원일 의과학대학원 교수팀이 김원 서울대 보라매 병원 교수팀과 공동 연구로, 음주로 인한 간 손상 및 염증(알코올 지방간염·ASH) 발생 기전을 분자 수준에서 규명해 알코올 간질환 진단·치료에 단서를 제시했다고 17일 밝혔다.
연구팀은 만성 음주 시 '소포성 글루탐산 수송체(VGLUT3)'의 발현 증가로 글루탐산이 간세포에 축적되며, 이후 폭음으로 인한 간세포 내 칼슘 농도의 급격한 변화가 글루탐산 분비를 유도함을 확인했다.
분비된 글루탐산은 간 내 상주 대식세포인 쿠퍼세포의 글루탐산 수용체(mGluR5)를 자극해 활성산소(ROS) 생성을 유도하고, 이는 곧 간세포 사멸과 염증 반응으로 이어지는 병리적 경로를 형성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사진 왼쪽부터 KAIST 의과학대학원의 양경모 박사, 정원일 교수, 김규래 박사과정
특히 이번 연구 핵심은, 음주 시 간 내에서 간세포와 쿠퍼세포가 일시적으로 신경계에서만 관찰되던 시냅스와 비슷한 구조인 '유사시냅스'를 형성해 신호를 주고받는 현상을 처음으로 규명했다는 점이다.
이 유사시냅스 혹은 대사시냅스는 음주로 인해 간세포가 팽창되면서 쿠퍼세포와 물리적으로 밀착될 때 형성된다. 즉, 손상된 간세포가 단순히 사멸하는 것이 아니라, 인접한 쿠퍼세포에 신호를 보내 면역 반응을 유도할 수 있다는 의미다.
이런 발견은 말초 장기에서도 '세포 간 밀접한 구조적 접촉을 통해 신호전달이 가능하다'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며, 단순한 간세포 손상을 넘어 알코올로 손상된 간세포가 능동적으로 대식세포를 자극해 간세포의 사멸을 통한 재생을 유도하는 '자율 회복기능'도 존재함을 보여줬다.
실제로 연구팀은 VGLUT3, mGluR5 및 활성산소 생성 효소(NOX2)를 유전적 또는 약리적으로 억제하면 알코올 매개 간 손상이 줄어든다는 사실을 동물 모델을 통해 입증했다. 이런 기전을 기반으로, 연구팀은 알코올성 간질환 환자의 혈액과 간 조직을 분석해 해당 메커니즘이 임상적으로도 적용될 수 있음을 제시했다.
정원일 교수는 “이는 향후 ASH 발병 초기 단계에서 진단용으로 혹은 치료를 위한 새로운 분자 표적으로 활용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에 지난 1일 자로 출판됐다.
김영준 기자 kyj85@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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