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 소속 계열회사들의 부당지원행위 관련 과징금/그래픽=김지영
공정거래위원회가 CJ그룹의 총수익스와프(TRS)를 활용한 자본 조달을 '부당 지원행위'로 판단하고 제재에 나섰다. 이에 대해 CJ측은 정당한 금융거래였다고 반발하고 있다. 이재명정부 출범 이후 첫 대기업 제재로 해당 구조를 활용한 다른 대기업들도 적잖아 향후 후폭풍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공정위는 16일 CJ그룹 계열사 간 TRS 거래를 통해 부실 계열사에 자금을 부당 지원했다며 시정명령과 함께 총 65억4100만원의 과징금(잠정)을 부과했다고 밝혔다.
공정위에 따르면 CJ건설은 2013~2014년, 시뮬라인은 2014년 자본잠식 상태였다. 두 회사는 각각 500억원과 150억원 규모의 영구전환사채를 발행했는데 신용도가 낮아 금융기관으로부터 직접 조달이 어려웠다. 이에 지주사인 CJ와 계열사 CGV가 TRS 계약을 체결해 사실상 신용을 보강했고 이로 인해 저금리 발행이 가능했다는 것이 공정위 판단이다.
TRS는 기초자산의 손익을 교환하는 파생상품으로, 통상 수수료를 주고받는 구조다. 하지만 공정위는 이번 계약에서 CJ와 CGV가 실질적 대가 없이 위험을 떠안았고, 계약 기간 전환권도 제한돼 있었다는 점에서 '대가 없는 지원'으로 판단했다.
CJ측은 "TRS는 자본확충을 위한 합법적 금융수단이자 유상증자의 대안으로 널리 활용돼 왔다"며 반박했다. 또 "계열사들은 모자회사 관계로 총수 일가와의 특수관계인 거래가 아닌 만큼 공정거래법상 부당지원 요건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지주회사의 자회사 자본확충은 오히려 책임 있는 경영의 일환"이라고 강조했다.
실제 공정거래법은 '모회사의 자회사에 대한 자본확충'은 부당지원이 아니라고 명시하고 있다.
논란의 핵심은 TRS가 금융감독당국의 승인 아래 다수 대기업들이 활용해온 적법한 자본조달 수단이라는 점이다. 공정위도 과거 TRS 거래에 대해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던 바 있다. 2018년에도 CJ 사례와 유사한 거래에 대한 조사가 있었지만 법 위반 판단은 없었다.
그런 만큼 CJ만 특정해 제재한 이번 결정이 형평성 논란을 키우고 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TRS 구조로 계열사 자금을 조달한 대기업은 CJ 외에도 △한화 △KT △이랜드월드 △동부제철 △신세계 △두산중공업 △코오롱 △효성 △대한항공 △LS △호텔롯데 등 10곳 이상이다. 이들은 2011~2022년 사이 계열사의 전환사채나 상환전환우선주를 기초자산으로 300억~4000억원 규모의 자금을 조달했다.
재계 관계자는 "이번 처분이 선례로 작용하면 TRS를 활용한 자본조달 전체가 위축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정진우 기자 econphoo@mt.co.kr 세종=박광범 기자 socool@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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