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 불법 조기유학에 "진심으로 송구"
제자 논문 가로채기에 "학계 이해하지 못한 것"
"카피킬러 신뢰 못해... 돌려보니 표절률 10%대"
초중고교 법정일수 등 교육 현안에는 "모른다"
이진숙 교육부 장관 후보자가 16일 서울 여의도 국회 교육위원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진숙 교육부 장관 후보자가 16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자녀 불법 조기유학'과 관련해 "국민께 진심으로 송구하다"고 한껏 고개를 숙였다. 그러나 '제자 논문 가로채기'와 '논문 표절' 의혹에는 "이공계 연구의 특수성을 감안하지 않은 문제제기"라고 적극 반박했다. 특히 자신의 논문표절률이 50%를 넘긴다는 야당의 지적에는 "카피킬러는 신뢰할 수 없다. 제가 돌려보니 10%대"라고 물러서지 않았다. 자진사퇴 요구도 일축했다. 전교조 등 진보교육 단체가 등을 돌린 상황을 의식한 듯 "저의 교육부 장관 지명을 두고 국공립대학총장협의회 등 교수 집단이 지지 성명을 냈다"고 여론전을 펼치며 정면돌파 의지를 내보였다.
이진숙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후보자가 16일 서울 여의도 국회 교육위원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 후보자는 이날 국회 교육위원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두 딸의 미국 조기유학을 두고 호화 유학 논란이 빚어진 데 대해 거듭 "송구하다"며 자세를 낮췄다. 둘째 자녀가 중학교도 졸업하기 전에 유학을 간 것이 초·중등교육법 위반이라는 지적에 대해서는 "첫째가 먼저 유학하러 가서 따라간 경우였다. 불법을 인지하지 못했다 하더라도 저의 큰 실수"라고 사과했다.
이 후보자의 사과에도 야권은 '공교육을 총괄하는 교육부 수장으로 부적합하다'고 질타했다. 서지영 국민의힘 의원은 이 후보자가 과거 인터뷰에서 '부의 세습이 교육에 의해 이뤄진다'고 한 발언을 언급하며 "교육 세습을 완벽하게 이룬 게 이 후보자 아니냐"며 내로남불이라고 비판했다.
이진숙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후보자가 16일 서울 여의도 국회 교육위원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김영호 위원장에게 선서문을 제출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 후보자는 논문 관련 문제에선 쉽게 물러서지 않았다. '제자 논문 가로채기' '논문 표절' 의혹을 두고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게 의혹들이 생긴 것에 진심으로 사죄 드린다"면서도 "연구 윤리에 어긋남이 없었다"고 반박했다. 그는 "(이공계에선) 지도교수가 수주한 연구프로젝트를 제자가 함께한 뒤, 이를 제자가 발전시켜 학위논문으로 가져간다"며 "지도 교수와 대학원생 간 기여도를 고려해 제1저자를 결정해야 한다는 게 연구재단의 지침"이라고 했다. 그러나 김민전 국민의힘 의원은 "교육부 장관의 경우 논문 문제로 낙마한 분이 네 분이나 있다"며 "이 후보자가 욕심을 부리고 있다"고 꼬집었다. 시민단체도 이 후보자가 학생의 학위 논문을 활용해 자신을 학회지 논문의 제1저자로 올린 행위를 부당하다는 입장이다.
자신의 신상 관련 해명에 주력하며 적극 방어에 나섰던 이 후보자는 교육부 장관에게 요구되는 전문성 검증 과정에선 추상적 답변을 하거나 이해도가 떨어지는 모습을 보이며 진땀을 뺐다.
초중고교 법정수업일수를 묻는 질문에 "정확히 모르겠다"거나, 유보통합을 주관하는 주체를 묻는 질문에도 교육부가 아닌 교육청이라고 답변하는 등 현안에 대한 준비가 부족한 모습을 보였다. 자율형사립고, 특수목적고 폐지 등 이견이 큰 정책에 대한 물음에도 즉답을 피했다. 전문성 지적이 나오자 이 후보자는 "교사 자격증을 갖고, 교직 이수를 했고 교생실습을 했다"고 강조했다. 교육 수장으로 소신이 없다는 질타에는 "소신도 사회적인 합의와 현장의 목소리를 들어가면서 신중히 생각해야 한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정지용 기자 cdragon25@hankookilbo.com
곽주은 인턴 기자 jueun1229@sookmyung.ac.kr
정혜원 인턴 기자 junghaewon101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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