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 3주년 기자간담회…“年 2000억 적립해 2500가구 추가 공급”
“李 정부 부동산 정책엔 100% 동의…민생쿠폰, 하책 중 하책”
시정 화두로 ‘삶의 질 르네상스’ 제시…“남은 1년 더 치열하게”
“한강버스 9월 도입…마포구, 소각장 제대로 알려야”
“대선 불출마 아쉽지만 잘못되지 않아”…3연임 시사
[이데일리 박태진 김형환 함지현 기자] 오세훈 서울시장은 16일 ‘공공주택 진흥기금’을 도입해 주택 공급 확대에 더욱 힘을 쏟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연 2000억원씩 10년간 2조원을 마련해 민간 투자의 마중물 역할을 하겠다는 구상이다. 다만 주택담보대출 제한 등 이재명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대해 우려를 표했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16일 서울시청에서 열린 ‘민선 8기 3주년 기자간담회:가열차게 일상혁명’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방인권 기자)
주택진흥기금 선언한 오세훈…“비용에 대한 재정 인센티브 제공”
오 시장은 16일 서울 중구 소재 시청에서 열린 민선 8기 취임 3주년 기자간담회에서 “부서 검토 결과 실현이 가능하다는 긍정적 판단이 나와 공공주택 진흥기금을 서울에 도입하고자 한다”며 “용적률, 건폐율 등 도시계획적 인센티브 외에 서울 주택진흥기금을 통해 토지매입 지원, 건설자금 융자 및 이자지원 등 실질적인 비용에 대해 직접적인 재정 인센티브까지 제공할 수 있는 길이 열릴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공공에서 토지 마련부터 건설 비용까지 인센티브를 제공해 민간 투자를 유도하고 집을 더 짓게 하는 데 마중물 역할을 한다는 것이 기금의 작동 원리”라며 “큰 틀에서 연간 2000억원 정도씩 적립해 10년 정도에 걸쳐 2조원 정도 재원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 이렇게 되면 지금까지 공급하기로 계획했던 물량에 더해 연간 2500가구 정도를 추가 공급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울시는 조만간 재원 마련 계획 등 구체적 방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오 시장은 “주택 문제는 서울이 풀어야 할 가장 시급한 매듭”이라며 “그동안 신속통합기획, 모아주택 등을 통해 주택공급의 속도와 다양성을 확보해 왔고, 그 결과 지난 3년간 서울은 22만호의 주택 공급 파이프라인을 복원했다. (공공주택 진흥기금을 통해) 더 현실적이고 더 강력한 수단으로 주택을 충분히 공급하고 시장 정상화라는 목표에 끝까지 집중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주택진흥기금을 통해 재개발·재건축에도 속도를 붙이겠다는 계획이다.
오 시장은 또 이재명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대해 일정 부분 공감을 표하면서도 조만간 지급 예정인 전국민 민생회복 소비쿠폰과 관련해서는 우려를 표했다. 시중에 자금이 풀린다는 시그널을 줘 자칫 부동산 시장을 자극할 수 있어서다.
고강도 대출규제 등 새 정부의 부동산 정책엔 “부작용을 일일이 나열할 수 없을 정도로 주택가격 상승을 매우 경계해야 한다는 점에서 가격 하향 안정화란 정부 목표에 100%, 120% 동의한다”고 평가했다.
다만 민생회복 소비쿠폰 발행을 겨냥해서는 “일시적으로 푸는 것은 하책 중 하책”이라며 “한 번 정도는 서울시도 허리띠를 졸라매고 빚을 내가면서 협조를 하겠지만 반복되는 건 곤란하다”고 말했다. 또한 “돈이 시중에 풀리면 부동산가격이 오르는 것이 전 세계적 공통 현상인데 그 점을 무시하고 이율배반적인 정책을 써서는 안 된다”면서 “더군다나 빚을 내 푸는 것이고 서울시도 지방채를 발행해야 한다. 지금이 과연 그럴 정도인가에 대한 논증이 있어야 한다”고 비판했다.
6·27 대출 규제로 주택담보대출 최대 금액이 6억원으로 제한된 것에 대해서도 우려를 표했다. 오 시장은 “6억원 이하 대출 규제도 효과가 있으니 많은 분들이 동의했지만 갑작스러운 시행 때문에 예측 못한 부작용으로 혼란을 빚고 있다”며 “그런 분들의 희생을 담보로 이 정책이 시행됐고 시간이 흐르며 저항이 커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부와 여당이 공공 재건축·재개발 활성화에 중점을 두는 데 대해선 “일종의 의지 표명이 아닐까 한다”면서도 실효성엔 의문을 표했다.
그러면서 현재 서울시에서 시행 중인 ‘신속통합기획’이 효과적이라고 강조했다. 오 시장은 “한때는 공공재개발도 굉장히 실효성 있는 방안으로 기대를 모았지만, 몇 년간 운영해보니 공공재개발 구역조차 민간재개발로 방향을 전환하는 걸 봤다”며 “그 이후 진도도 신속통합기획이 훨씬 효율적이고 빠르다. 그 점에 대한 평가는 이미 끝났다”고 했다.
아울러 토지거래허가구역 추가 지정을 검토하느냐는 질문엔 “토지거래허가제는 비상 정책인데, 지금은 다행히 정부의 금융정책 덕분에 어느 정도 급등세가 잡힌다고 판단해 고려할 상황은 아니다”라고 답했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16일 서울시청에서 열린 ‘민선 8기 3주년 기자간담회:가열차게 일상혁명’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방인권 기자)
“국힘, 극단 지지층만 의식해 좌절…사회통합 염두에 둬야”
오 시장은 이날 취임 4년 차 시정 화두로 ‘삶의 질 르네상스’를 제시했다. 취임 3년 차 시정 화두였던 ‘일상혁명’을 확장한 개념이다.
그는 “체감할 수 있는 삶의 변화가 서울의 진정한 경쟁력”이라며 “손목닥터9988, 펀시티(Fun City), 서울야외도서관과 서울국제정원박람회, 쉬엄쉬엄 한강 3종 축제와 한강버스 등의 변화 모두가 삶의 질 르네상스를 향한 퍼즐”이라고 설명했다. 또 서울런, 디딤돌소득 등으로 대표되는 핵심 시정 철학인 ‘약자와의 동행’도 이어가겠다는 뜻도 내비쳤다.
오 시장은 또 올해를 ‘서울시 인공지능(AI) 행정혁명의 시작점’으로 삼겠다면서 “하반기 민간 LLM(대형언어모델) 기술을 기반으로 서울시 행정 전용 LLM 시스템을 도입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연초 ‘새 킬러 정책’으로 내세운 한강버스도 차질없이 운행될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본의 아니게 운행하기로 목표를 세웠던 시점으로부터 근 1년 이상 늦어지고 있는 데 대해서는 시민 여러분들께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면서 “다만 그것이 어떤 행정상의 실수라기보다는 기술적인 문제다. 실제로 그 정도 사이즈의 배를 건조할 능력을 가진 업체를 찾기가 어려운 게 한국의 현실이었다”고 했다.
또한 “어쨌든 목표대로 9월이면 이제 운항을 시작한다. 이제 안전 문제라든가 쾌적함이라든가 이런 것들을 확인하기 위해서 점검하기 위해서 여러 가지 시도가 이뤄지고 있다”면서 “자꾸 소음 문제에 대해 얘기를 하는데 현장(해외출장)에 가보니까 호주 배(시티캣)도 데시벨이 비슷하게 나오는 등 똑같았다. 그건(소음 문제는) 정치적 반대의 입장을 가진 분들이 제기하는 어떤 프레임이다. 항공기를 타든 배를 타든 소음은 있다”고 강조했다.
마포구와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는 자원회수시설(소각장) 문제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마포구에서 큰 오해를 하고 계시는 건 분명한 사실입”이라며 “당초에는 하나의 쓰레기 소각장에 폐기물 소각장이 더 만들어지는 것으로 전달이 됐지만 사실 지금 정리되고 있는 것은 사실상의 교체다. 오래된 시설을 없애고 새로 지을 수는 없는데, 이게 마포구민들께 전달이 잘 안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처음에는 새로 짓고 허무는 데까지 시차가 길었는데 지금은 그게 매우 짧아졌다. 거의 붙어 있다. 그러면 지금 붙어 있는 플랜카드 ‘왜 우리 구만 두 개냐’ 이건 틀린 얘기다”라며 “그 점에 대해서 열심히 홍보를 하고, 마포구청장님은 이제 정확한 정보를 전달하는 역할에 충실해 주셨으면 좋겠다는 주문을 드리고 싶다”고 덧붙였다.
오 시장은 또 제21대 대통령 선거에 불출마를 선언했던 데 대해 “대선 출마를 준비하다가 포기했기에 아쉽지 않다면 거짓말이겠지만, 돌이켜보면 그때의 결정이 결코 잘못된 것은 아니었다”며 “그때 불출마 선언에서 밝혔듯 그 시점에서의 출마가 정치인으로서 당시에 정치 상황에 비춰 우리 당이나 집권 여당의 잘못을 인정하고 뼈를 깎는 반성의 모습을 보이는 데 과연 도움 되는지에 대한 근본적인 고민이 있었다”고 털어놨다. 이어 “‘서울시를 지켜야 한다’는 현실적인 필요성도 분명히 있었다”면서 “그 관점에서 잘못된 결정은 아니었다고 볼 수 있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현재 국민의힘 내분 등과 관련해서는 “당의 주류적 행태를 보면 매우 아쉽다”면서 “지금 지지율이 굉장히 낮게 나온다. 당이 어떻게 변화해야 하는지 다 알고 있지만, 실행할 힘이 없는 것”고 지적했다. 또한 “과연 국민의힘이 국민으로부터 끊임없이 신뢰와 사랑을 받기 위해 몸부림치는, 노력하는 정당인가에 대해 높은 점수를 줄 수가 없다. 정말 큰 좌절을 느끼고 있다”고 꼬집었다.
오 시장은 “전당대회를 앞두고 있기에 모든 정파가 당의 핵심 지지층을 바라볼 수밖에 없다”면서도 “반면교사로 민주당이 ‘개딸들’이라 불리는 분들에게 휘둘렸던 상황을 한번 회고해보란 말을 당에 하고 싶다”고 했다.
그러면서 “극단적 지지층만을 의식한 정당 행보가 과연 국민 사랑을 받을 수 있을지 깊이 반성하고, 무엇이 국민이 원하는 바인가를 늘 좌표로 삼아야 한다”며 “약자와 동행하는 사회통합을 염두에 두고 정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밖에 3연임에 도전할 뜻도 시사했다. 그는 “임기 1년이 남은 지금 ‘마무리’라는 말을 가장 경계한다”면서 “이제부터가 더 치열한 실행과 도전의 시간이다. 시민 여러분과 함께 시작한 변화들을 더 크고 구체적인 결실로 이어가겠다”고 다짐했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16일 서울시청에서 열린 ‘민선 8기 3주년 기자간담회:가열차게 일상혁명’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방인권 기자)
박태진 (tjpark@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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