윔블던 우승 후 클럽하우스 발코니에서 우승 세리머니를 하는 신네르. 게티이미지코리아
리턴매치에서 야닉 신네르(이탈리아, 1위)가 제대로 설욕에 성공했다.
13일(현지시간) 영국 올잉글랜드클럽에서 열린 윔블던 남자단식 결승에서 톱시드 신네르가 2번시드 카를로스 알카라스(스페인, 2위)를 3시간 4분 만에 4-6 6-4 6-4 6-4로 꺾고 정상에 올랐다.
남녀 선수 통틀어 이탈리아 선수가 윔블던 우승을 차지한 것은 신네르가 처음이다. 이로써 신네르는 호주오픈에 이어 윔블던까지 올 시즌 그랜드슬램 우승 트로피 두 개를 챙겼다. 이제 신네르는 롤랑가로스에서 우승하면 커리어 그랜드슬램을 달성하게 된다.
이날 경기는 볼거리로 가득했다. 먼저, 세계 남자 테니스를 양분하고 있는 두 라이벌의 빅매치로 특히 알카라스의 대회 3연패와 롤랑가로스와 윔블던 연속 제패 달성 여부에 관심이 모아졌다.
반면, 신네르에게는 알카라스에게 갚아야 빚이 있었다. 약 한 달 전에 끝난 롤랑가로스 결승에서 신네르가 다 잡은 우승을 바로 눈앞에서 놓쳤기 때문이다.
알카라스가 1세트를 가져올 때만 하더라도 그의 대기록은 달성되는 듯싶었다. 하지만 이어진 세 세트에서 신네르의 강서브와 정교한 스트로크에 이렇다 할 대응을 하지 못하며 뼈아픈 역전패를 당했다.
신네르가 우승할 수 있었던 것은 단순한 경기력이 아닌 치밀한 전략과 코트에 맞춘 전술적 완성도라고 할 수 있다.
잔디코트는 빠르고 바운드가 낮다. 신네르는 서브 이후 첫 번째 스트로크(특히 포핸드)로 빠르게 주도권을 잡는 전략을 사용했다. 알카라스가 수비적 위치를 잡기 전에 포인트를 마무리함으로써 공격의 주도권을 유지한 것이다.
또한, 신네르의 최대 강점인 빠르게 미끄러지는 플랫성의 스트로크는 알카라스의 리듬을 깨뜨려 움직임을 제한시켰을 뿐만 아니라 범실을 유도했다. 알카라스의 두 번째 서브를 공격적으로 리턴한 것도 주효했다. 신네르는 알카라스의 두 번째 서브를 베이스라인 안쪽에서 적극적으로 리턴하며 빠르게 압박함으로써 리턴 시 시간을 줄여 알카라스가 서브 이후 다음 플레이를 준비하기 어렵게 만들어 리턴 게임에서도 우위를 점할 수 있었다.윔블던 3연패에 실패한 뒤 준우승 트로피를 들고 아쉬운 표정을 짓는 알카라스. 게티이미지코리아
여기에 서브도 위력을 더했다. 신네르의 서브 에이스 개수는 8개로 알카라스보다 7개가 적었지만 더블볼트는 알카라스보다 5개 적은 2개밖에 범하지 않았고 첫 서브 성공률(신네르 62% 알카라스 53%), 두 번째 서브 득점률(신네르 60%, 알카라스 51%) 모두 알카라스를 압도했다.
무엇보다 T존, 바디, 와이드 등 플레이스먼트를 다양화하면서 알카라스의 머리를 혼란스럽게 만들었다.
얼리 브레이크(Early Break) 역시 신네르의 발을 가볍게 만들었다. 신네르는 2세트 시작하자마자 알카라스의 서비스 게임을 브레이크했는데 이는 1세트를 내준 후 경기 흐름이 알카라스가 넘어갈 수 있는 상황에서 초반에 브레이크하면서 알카라스의 상승세를 멈춰 세웠다. 4세트에서도 세 번째 게임인 알카라스의 서비스 게임을 브레이크하며 우승의 발판을 마련했다.
반면, 알카라스는 신네르의 빠른 공격에 긴 랠리를 통해 흐름을 잡는 자신의 스타일을 살릴 기회를 얻지 못했고 신네르의 강력한 서브에 대응하지 못하는 등 리턴게임에서 고전한 것이 경기 흐름을 크게 좌우했다. 알카라스는 특유의 뛰어난 포핸드 역습은 자주 보여줬지만 백핸드에서 흔들리는 모습을 보였고 신네르는 이 점을 놓치지 않았다.게티이미지코리아
즉, 신네르의 우승은 빠르고 바운드가 낮은 잔디코트의 전략적 명확성과 스마트한 경기 운영의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신네르는 잔디코트의 특성을 최대한 활용하며 알카라스의 장점인 창의성과 민첩함을 철저히 봉쇄했다. 신네르는 이번 경기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다이나믹한 선수조차 맞춤형 전략으로 제압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
<박준용 테니스 칼럼니스트, 前 SPOTV 해설위원(loveis551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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