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리포트=이지은 기자] 인생에서 가장 큰 기쁨 중 하나인 출산. 그러나 연예계에서 엄마가 된다는 건 여전히 '리스크'로 간주된다. 출산 후 복귀한 여성 연예인에게 따라붙는 질문은 매번 같다. "아이 돌보느라 힘들지 않으세요?", "워킹맘 괜찮으신가요?", "체력은 좀 회복되셨어요?" 질문이 아닌 확인처럼 던져지는 말들이다. 여전히 그들에게는 '연예인'이 아닌 '육아 중인 여성'이라는 시선이 먼저 씌워진다.
대중의 평가는 더 가혹하다. "살쪘네", "출산하더니 예전 같지 않다", "애기가 엄마랑 하나도 안 닮았다"라며 반가움보다는 평가가 앞선다. 출산을 축하하기보다, 달라진 외모와 사생활을 채점하는 분위기다. 기획사와 광고주는 여성 스타의 임신을 '변수'이자 '위험 요소'로 받아들이는 경우가 많다. 복귀 시점이 불투명하고, 이미지 관리가 복잡해진다는 이유에서다.
이런 인식은 곧 현실로 이어진다. 광고 계약은 끊기고, 예능 출연은 조심스러워지며, 주연이던 자리는 조연으로 밀려난다. 업계에서 출산 여부는 회의 안건이 되고, "요즘 아이 키운다더라"라는 말이 조심스레 오르내린다. '엄마'라는 브랜드가 작품이나 콘텐츠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따져보는 것이다.
모델 겸 배우 변정수는 임신과 출산으로 겪었던 고충을 솔직히 털어놨다.
15일 방송된 MBC FM4U '두시의 데이트 안영미입니다'에는 채널 '녀녀녀'를 이끌고 있는 배종옥, 윤현숙, 변정수가 게스트로 출연했다.
이날 변정수는 "저는 어릴 때 결혼을 해서 지금 저희 큰 애가 26살이다. 둘째는 대학교 2학년"이라며 "제가 52살인데, 일찍 시작하는 게 맞는 것 같다. 일찍 결혼을 해놓으니까 나이가 들어도 같이 동생, 친구처럼 다닐 수 있다"라고 일찍 가정을 꾸린 것에 대해 만족감을 드러냈다.
그러나 변정수는 "그때는 '너 인생 끝났어' 이런 말을 들었다. '모델이 결혼을? 오케이. 근데 애까지 낳아? 어떡하지?'였다. 아기를 포기하라는 사람들도 있었다"라며 당시 업계 분위기가 얼마나 보수적이었는지를 전했다.
그러면서 "당시 아기 낳고도 모델 생활을 하는 게 제가 최초였다. 머리가 빡빡머리 수준이었고, 광고 모델도 여러 개 했는데, 결혼해서 아기를 낳았다. 당시 리얼리티 쇼가 각광받던 시기라 오히려 좋았다"라고 회상했다. 아이를 낳는다는 이유만으로 경력 중단을 기정사실처럼 받아들이는 시선과 압박 속에서 그는 자신만의 길을 개척해야 했다.
배우 차청화는 임신 때문에 세 작품을 포기했다고 밝혔다.
차청화는 2023년 연하의 사업가와 결혼, 지난해 결혼 3개월 만에 임신 소식을 전했다. 당시 다양한 작품에서 신스틸러로 활약하며 얼굴과 이름을 알리던 임신으로 인해 잠시 작품 활동을 중단해야 했다.
지난달 16일 '김정난' 채널에 출연한 차청화는 "임신하고 나서 큰 역할에 들어가기로 한 걸 세 작품 다 하차했다. 드디어 악역을 해본다고 좋아했는데, 액션물이라 할 수가 없었다"라며 "아이를 가져본 적 없으니 몸이 어떻게 변하는지 모르기 때문에 나는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 거다. 한다고 했다. 근데 현장이 난리가 났다. 수중 신을 어떻게 바꾸고, 그러는데 못하겠더라"라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차청화는 "저의 축복이 모든 사람에게 약간 부담이 되는 걸 원치 않아서 하차하는 게 맞는 것 같다고 하고 눈물이 쏟아졌다"라며 "엄마가 '청화 네 인생에서 가장 귀한 작품을 잉태 중인데, 왜 그걸로 속상해하냐'라고 하시더라. 그때부터 아이 위해서 태교했다"라고 고백해 워킹맘들의 공감을 받았다.
배우 황보라 또한 임신 후 경력단절에 대한 걱정을 내비쳐 화제가 됐다.
지난해 황보라는 '황보라가 임신을 해도 쉴 수 없는 이유'라는 제목의 영상을 공개했다.
당시 임신 중이던 황보라는 이른 아침부터 밖을 나섰다. 그는 "오늘 드라마 마지막 세트 촬영이다. 너무 피곤하다. 어제도 했고"라며 "어제 늦게 끝났다. 내일도 촬영 있고 모레도 있다"라고 촬영에 열중인 근황을 전했다.
그는 "우리 신랑은 나보고 푹 쉬라고 하는데. 일단 이런 이미지가 있다. '저 배우 아기 가졌대 그러면, 저 배우 1~2년 쉬겠네?' 이런. 특히 여배우들의 가장 취약한 점이다. 출산으로 인한 배우 경력 단절이라는 게"라며 "아기 낳고 없어진 배우들이 너무 많다 지금. 나랑 같이 데뷔한 사람들 중에서도. 그렇기 때문에 끝까지 일을 놓지 못하는 게 있다"라고 씁쓸함을 내비쳤다.
이외에도 배우 박하선, 김희선 등이 임신과 출산으로 인한 경력단절을 겪었다고 고백한 바 있다. 오랜 세월 여성 연예인들의 숙명처럼 여겨졌던 임신과 경력 단절의 연결고리를 이제는 끊어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출산이 커리어의 마침표가 아닌, 또 다른 시작점이 될 수 있도록 인식의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지은 기자 lje@tvreport.co.kr / 사진= TV리포트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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