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스쿠프 마켓톡톡
배당소득 분리과세 이면 2편
최고세율의 과감한 인하
尹 상속세 개악과 공통점
낙수효과라는 세계관 공유
분리과세, 누진적 공정성 훼손
악화하는 불평등 더욱 악화

# 초고액 자산가를 뜻하는 초부자(Ultra high net worth)의 본질은 '배당소득자'다. 어느 나라나 가장 큰 부자는 주식부자다. 더구나 배당과 같은 금융소득은 고소득자 집단 내에서도 가장 불평등한 소득이다. 배당소득이 5억원을 초과하는 이들은 전체 소득의 대부분이 배당에서 나온다. 재벌 총수와 같은 사람들이 대표적이다.

# 그런데 이재명 정부 주변에선 초부자들에게나 적용되는 배당소득세 최고세율을 절반으로 깎아주려는 움직임이 감지된다. 왜일까. '배당소득 분리과세 이면' 2편에서 자세히 알아봤다.

부자 감세 원상복구와 조세정의, 재정민주주의를 요구하는 교수와 연구자들이 지난 6월 24일 정부서울청사 창성동 별관 앞에서 부자 감세 원상복구와 조세정의, 재정민주주의 촉구 공동성명 발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 | 뉴시스]

우리는 '배당소득 분리과세 이면' 1편에서 이재명 정부의 첫 세법 개정안 핵심이 배당소득의 분리과세를 통한 초부자 감세가 될 가능성을 살펴봤다. 배당소득은 주식이라는 재산을 보유한 이들에게만 발생하는 세금이다.

그런데 이소영 민주당 의원이 지난 4월 대표 발의한 소득세법 개정안은 이 배당소득의 최고세율을 기존 49.5%에서 27.5%로 낮춰주는 게 핵심이다. 배당성향이 35% 이상인 상장사로부터 받은 배당소득을 다른 소득과 합산하지 않고 별도의 낮은 세율을 적용하기 때문이다.

이소영 의원은 "(배당이 낮은 이유는) 우리나라만의 독특한 재벌 구조와 지주회사 체제, 중복상장 등으로 최대주주 및 경영진들이 배당을 선호하지 않고, 자신들에게만 적용되는 급여 수령의 방식을 선호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재벌 총수들의 배당소득세를 깎아주면, 배당을 더 많이 할 거라는 얘기다.

배당소득 분리과세의 작동 방식은 우리에게 이미 익숙하다. 상속세 인하를 추진하던 윤석열 정부의 "최대주주들이 상속세가 부담스러워 주가 상승을 억제하고 있고, 세금을 깎아주면 재벌 상장사 주가가 오르니, 총수들도 배당소득세를 기꺼이 낼 것"이라는 주장과 크게 다르지 않다.

윤석열 정부의 상속세 감세안, 이소영 의원의 배당소득 분리과세안은 최고세율을 건드린다는 공통점도 있다. 재벌 총수와 같은 최대주주를 정조준했기 때문이다. 이소영 의원은 지난 6월 노무현재단 유튜브 채널에 출연해 "(배당소득 분리과세로) 대주주들 세금이 좀 적어지는 건 맞는데, 외국인과 일반 투자자가 내는 배당소득세가 이를 만회해 준다"고 주장했다. 또 "대주주를 때려잡는 대상으로 생각하면 이게(시장) 과연 건전해질까 하는 고민이 든다"고도 말했다.

재벌 총수와 같은 초부자들 세금을 깎아주면, 결과적으로 이들이 주가를 부양해 줄 것이라는 공통된 세계관은 결국 '낙수효과'라는 종교 같은 신념에 기반한다. 낙수효과는 세금을 깎아주면 투자가 증가해 경제가 성장하고, 그래서 더 많은 세금을 걷을 수 있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진영을 막론하고 지금까지 단 한 명의 경제학자도 낙수효과가 존재한다는 증명을 해낸 적이 없다. 낙수효과는 경제 논리가 아니라 선거 캠페인성 말장난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단순히 부자를 초부자로 만들어 준다고 경제가 성장하진 않는다. 자본은 시장을 선점한 기업으로부터 더 좋은 아이디어를 가진 새로운 기업으로 이전될 때 경제 성장을 더 자극하기 마련이다.

낙수효과의 부재는 우리나라에서도 이미 증명됐다. 윤석열 정부는 대기업과 부자들 세금을 역대급으로 깎아줬지만, 국세수입은 2023년 –56조4000억원, 2024년 –30조8000억원을 기록하며 사상 최대 세수결손이 발생했다. 법인세 인하와 부자 감세의 낙수효과가 없었다면, 배당소득 분리과세의 낙수효과도 마찬가지로 없다.

부자 감세도 아닌 초부자 감세라는 좁은 범위는 더 문제다. 우리나라 국민 중에서 상위 약 30%만이 배당소득을 올린다. 그런데 이 상위 30% 중에서도 상위 0.1%가 배당소득의 절반을 가져간다.

국세청의 배당소득 분위별 소득 현황을 보면, 2022년 기준 배당소득 상위 0.1%가 전체 배당의 49.1%를 가져갔다. 상위 10%로 넓히니 전체 배당의 92.1%가 이들에게 집중됐다(양경숙 더불어민주당 전 의원).

사실상 상위 0.01%, 상위 0.1%의 초부자만 골라서 세금을 깎아주는 일은 세계적으로도 희귀한 일이다. 법적으로 위험할 수도 있다. 무엇보다 초부자 감세가 실현되면 레이건 대통령의 공급측경제학이 '주술경제(voodoo economy)'라는 오명으로 남았듯, 역사에 오랜 기간 남을 가능성이 무척 높다.

한 번 내린 세금을 1%포인트 올리는 일도 어려운데, 사실상 종합소득세 최고세율을 반토막 내버리면 다시는 이를 올리지 못할 가능성도 무척 높다. [※참고: 1980년대 등장한 레이거노믹스의 핵심은 '세율을 내려도 세수는 늘어나고, 예산은 균형을 잡을 수 있다'는 것이다. 당시 미국에선 이를 '주술경제'라고 꼬집었다. 이 이야기는 '1980년대 미국 '주술경제'가 40년 만에 한국서 부활한 이유(더스쿠프 2024년 12월 31일자)'란 기사에서 자세하게 짚었다.]

영국 런던정치경제대학(LSE) 보고서가 우리나라 상속세제를 공정한 재산 과세의 성공 사례로 꼽은 이유는 누진성에 있다(1편 참조). 소득이 많을수록 그에 따라 부담하는 세금의 비율도 점점 높아지는 게 누진세라는 공정한 과세다.

그런데 회사 주식이라는 재산으로부터 발생하는 배당소득의 최고세율을 낮추면, 소득이 많을수록 오히려 실효세율이 하락하는 역진성이 발생할 수도 있다.

1980년대 이후 부자 감세가 전세계 경제적 불평등을 악화했다면, 초부자 감세는 '기회의 평등'까지 제거할 만한 큰 위협이다. G20이 지난해 초부자만 골라서 글로벌 재산세 2%를 부과하자고 주장한 건 이를 방지하자는 거였다.

초부자의 기준은 순자산 1300억원(1억 달러)이지만, 초부자세 과세 기준은 순자산 상위 0.0001%인 3000여명이다. 가브리엘 주크만 UC버클리 경제학 교수는 "초부자들은 현재 전체 순자산 가치의 평균 0.3%만을 세금으로 내고 있다"며 이렇게 경고했다. "상위 0.0001% 부자는 1987년 이후 자산이 연평균 7.1%씩 증가해 현재 전세계 부의 14.0%를 소유하고 있다."

이소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4월 배당소득 분리과세 내용을 담은 소득세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사진 | 뉴시스]

상위 0.0001%가 재산 비중을 2배만 늘려도, 세계는 중세 이전으로 돌아간다. 국제불평등연구소(WIL)는 지난해 1월 발표한 '1933~2022년 한국의 소득 불평등'이라는 논문에서 "한국의 소득 불평등은 지난 30년 동안 악화해 현재 1930년대 식민지 수준으로 근접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초부자들의 주식 미실현 수익에도 과세해야 한다는 주장이 미국 등 여러 나라에서 오래전부터 제기됐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선 왜 초부자들의 주식 배당세조차 깎아줘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지 의문이다.

한정연 더스쿠프 기자
jeongyeon.han@thescoop.co.kr

Copyright © 더스쿠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