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경훈 장관 후보자 청문보고서 채택
기초연구, 행정경험 부족 우려 있으나
민간 출신 AI 전문가에 소신 정책 기대
과기 생태계 균형에 차관들 역할 중요
배경훈 과학기술정보통신부장관 후보자가 1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 출석해 의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고영권 기자
배경훈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후보자의 인사청문 보고서가 여야 합의로 채택됐다. 초거대 인공지능(AI) 모델 ‘엑사원’ 개발을 주도한 기업 출신 전문가가 과기정통부 수장이 되면서 정부의 ‘글로벌 AI 3강 도약’ 정책 추진이 본격화할 전망이다. 배 후보자 임명으로 과기정통부의 역할과 예산이 AI로만 쏠릴 거란 우려도 있지만, 부처 관료와 학계 출신 인사를 차관으로 둬 균형을 맞췄다는 평가가 나온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는 1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전체회의를 열고 배 후보자의 인사청문 경과보고서를 채택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인선한 초대 내각 가운데 가장 먼저 청문보고서가 채택된 것이다.
전날 열린 배 후보자 청문회는 다른 국무위원들에 비해 순탄했다. 여야 모두 배 후보자가 AI 경쟁력 강화를 위한 적임자라는데 이견이 없었다. 과방위원들은 특히 그가 기업인 출신이라는 점에 기대를 걸었다. 김우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장관이 되면 기업이 기술패권 경쟁에 적극 뛰어도록 국가 투자를 선도해달라”고 말했다. 박충권 국민의힘 의원도 “기업인 출신으로서 정부의 정책 기조가 현실과 맞지 않으면 소신 있게 의견을 내달라”고 당부했다.
배 후보자는 임명 뒤 소버린(주권) AI 구축과 국가 AI 대전환(AX) 정책을 우선 추진할 예정이다. 민간 출신 장관이라 행정 경험이 부족할 것이란 평가도 있으나, 내부 승진으로 기용된 류제명 2차관이 이를 보완할 수 있다는 예상이 많다. 류 차관은 인공지능기반정책관, 네트워크정책실장 등 요직을 두루 거치며 AI와 정보통신 분야 전문성을 갖춘 것으로 평가된다.
배 후보자의 비전이 AI로 집중된 것도 우려가 나오는 지점이다. 공공과학기술연구노조는 청문회 전 성명을 내고 “배 후보자의 기초연구 분야 지원 계획, AI 중심 정책과 다양한 연구개발(R&D) 분야의 조화 정책에 대한 이해를 충분히 확인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배 후보자가 전날 청문에서 “R&D 혁신 생태계를 복원하겠다”고 밝혔지만, 구체적인 질문에서는 다소 원론적인 답변을 한 만큼 앞으로 더 명확한 정책 구상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과학기술계는 과기정통부 과학기술혁신본부장으로 임명된 박인규 전 서울시립대 교수에 기대를 거는 분위기다. 입자물리학자인 박 본부장은 유럽입자물리연구소(CERN)에서 일한 경험을 바탕으로 현재 CERN CMS국제공동연구단 한국대표를 역임하며 국제협력을 이끌고 있다. 그가 윤석열 정부의 R&D 예산 삭감 당시 공개적으로 비판을 해온 만큼 R&D 생태계 회복을 위해 소신 있게 역할을 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신임 구혁채 1차관 역시 기초원천연구정책관과 기획조정실장 등 중요 보직 경험을 바탕으로 국내 연구 환경 개선을 위해 추진력을 발휘할 거란 기대를 받는다.
익명을 요구한 서울의 한 대학 기초과학 분야 교수는 “배 후보자 임명으로 과기정통부의 역할이 AI에만 쏠릴 수 있다는 우려는 여전하지만, 박 혁신본부장 인선 등으로 균형을 맞추려 한 만큼 현장 의견을 반영해 정책을 바로 세우길 바란다"고 말했다.
신혜정 기자 aret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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