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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의 유전자를 표현한 이미지. 게티이미지뱅크

국내 연구진이 식물의 잎이 상처를 회복하는 과정을 규명했다. 향후 작물의 병해 저항성 향상이나 상처 회복력 증진을 위한 기술에 응용될 것으로 기대된다.

서울대는 이유리 생명과학부 부교수 연구팀이 식물 잎이 손상될 경우 단순한 조직 재생을 넘어 표피세포가 재프로그래밍되며 다층의 보호막이 형성된다는 사실을 새롭게 확인했다고 15일 밝혔다. 이 과정은 식물 호르몬과 활성산소 신호, 전사인자에 의해 정교하게 조절되며 병원균 침입을 막기 위한 일종의 ‘식물형 딱지’로 기능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식물은 외부 환경으로부터 내부 조직을 보호하기 위해 큐티클로 덮인 표피층을 갖추고 있다. 잎의 표피가 손상되면 내부의 엽육세포가 외부에 노출돼 감염에 취약해진다. 그동안 식물이 이러한 손상을 어떻게 복구하는지에 대해서는 정확히 알려지지 않았다.

연구팀은 식물 잎의 상처 부위에서 원래 표피세포가 아니었던 세포들이 표피세포로 전환되며 큐티클을 형성한다는 사실을 규명했다. 연구에 따르면 손상 직후 잎의 노출된 비표피세포들이 일시적으로 두 개의 서로 다른 보호층을 순차적으로 형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첫 번째 보호층 'P1'은 상처 부위를 큐티클로 덮어 직접적인 봉합을 수행한다. 이 과정에는 식물 호르몬인 에틸렌과 활성산소가 관여하며 특히 'RbohE' 단백질이 생성한 활성산소는 보호층 세포의 세포사멸을 유도해 표면에 왁스층 형성을 유도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활성산소는 세포 대사 과정에서 생성되는 불안정한 산소 분자다. 과다 축적되면 세포를 손상시키고 염증을 유발한다.

이어 형성되는 두 번째 보호층 'P2'는 코르크와 유사한 물리적 장벽을 만든다. 이 단계는 RbohD 단백질이 매개하는 활성산소의 작용에 의해 조절된다. 연구팀은 이러한 복합적인 보호층 형성이 표피세포에 관여하는 전사인자인 ATML1의 조절을 통해 이뤄진다는 점도 함께 밝혔다. 전사인자는 유전자 발현을 조절하는 단백질로 특정 유전자가 언제, 얼마나 활성화될지를 결정하는 핵심 요소다.

이번 연구는 잎의 손상 회복 메커니즘을 새롭게 제시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연구팀은 “식물이 단순히 상처를 봉합하는 것이 아니라 주변 세포들을 재프로그래밍해 정교한 방어 구조를 만들어낸다”며 “이는 병 저항성 강화를 위한 작물 개량의 새로운 단서를 제공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네이처 플랜츠'에 14일(현지시간) 온라인 게재됐다.

<참고 자료>

- www.nature.com/articles/s41477-025-02028-3

[박정연 기자 hess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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