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쟁지역 인권단체 '아디'는 지난해부터 팔레스타인 서안지구의 여성 예비언론인 25명을 선발해 3년간 지원하는 독립언론 육성사업 ‘스피크업’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참가자들은 첫 6개월 간, 20년차 안팎의 현업 언론인들로부터 취재·제작에 대한 이론 및 실무 교육을 받았습니다. 나머지 2년 6개월간, 이들은 비인도적 환경으로 고통받는 팔레스타인 주민의 현실을 스스로 취재해 보도하게 됩니다. 팔레스타인이 겪는 전쟁 피해와 참상을 팔레스타인인의 시각으로 기록해 알리자는 취지입니다. 뉴스타파는 아디를 통해 스피크업 참가자들이 지난 4월부터 취재한 9건의 취재물을 전달 받아 7월 15일까지 매주 연재할 계획입니다. -편집자 주-

수천 가구의 팔레스타인 난민들에게 ‘UN 팔레스타인 난민 구호기구’(이하 UNRWA)가 제공해 온 구호활동은 생명줄과 같았다. 그러나 2023년 10월 7일 이후, 이스라엘 의회가 UNRWA의 이스라엘 내 활동을 중단하는 법안을 통과시키면서 UNRWA의 지원이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다. 그 결과, 팔레스타인 사회에서 가장 취약한 계층인 여성과 아이들이 더욱 심각한 방치와 소외에 직면해 있다.

나블루스 시 동쪽에 위치한 발라타 난민캠프는 서안지구에서 가장 큰 팔레스타인 난민 캠프 중 하나다. 0.25㎢ 남짓한 공간에 3만 명이 넘는 인구가 거주하고 있다. 이곳 주민들은 극심한 과밀, 열악한 기반 시설, 높은 빈곤율과 실업률 등 매우 어려운 여건 속에 살고 있다.

▲UNRWA가 운영하는 발라타 캠프 내 의료시설 (출처: 아야 파케)

분쟁지역 인권단체 ‘아디’의 여성언론인 육성사업 ‘스피크업’ 프로젝트 참가자들은 발라타 난민캠프 현장을 찾았다. 이들은 좁은 골목을 돌아다니며 여성과 아이들을 만났다. 취재 도중, 발라타 난민캠프 서비스위원회 위원장인 이마드 자키와도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자키는 “캠프 내 여성들의 상황은 캠프 바깥의 여성들과는 크게 다르다”며, 그 이유로 심각한 경제적, 사회적, 심리적 부담을 꼽았다. 이어 “난민들의 생존을 위해 인도적 지원을 해주던 UNRWA 서비스가 크게 축소된 상황에서 위원회는 어린 소녀부터 고령의 여성까지 모든 연령대에 가능한 만큼 도움을 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캠프 주민 마리암 무스타파는 UNRWA가 제공하던 의료서비스 축소로 가장 큰 영향을 받은 사람들이 여성들이라고 증언했다. 그는 캠프 인구의 약 58%가 여성이며, 많은 이들이 당뇨병, 고혈압, 암 등 만성 질환을 앓고 있다고 밝혔다. 또 “현재 캠프 주민들의 건강이 좋지 않음에 주목하는 연구와 보고서조차 부족하다”며, 열악한 환경에 놓인 주민을 대상으로 적절한 의료 서비스 지원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UNRWA의 의료 지원을 받은 경험이 있는 주민 마조자 아부 아와드는 UNRWA가 난민 아동의 건강과 교육을 책임져 왔다고 말했다. 아부 아와드는 캠프 내 UNRWA의 역할이 축소되고 있는 현실에 깊은 우려를 표하며, 캠프의 생활 여건이 쇠퇴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특히 거리의 위생 상태와 청결이 악화되고 있어 지속적인 관리가 필요하다고 전했다.

▲UNRWA가 운영하는 발라타 캠프 내 학교시설 (출처: 아야 파케)

또 다른 주민이자 UNRWA 수혜자인 메타 샤피는 “UNRWA가 캠프 주민들에게 필수 서비스를 제공하는 유일한 기관”이라고 거듭 밝혔다. 그는 이러한 서비스가 축소될 경우, 여성과 아이들의 건강과 안전에 심각한 위협이 돼, 이미 열악한 이곳의 인도주의적 상황이 더욱 악화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발라타 캠프에서 UNRWA 서비스가 축소된 것은 주로 여성과 아동에게 건강, 교육, 사회·복지 측면에서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다. 이에 국제 사회와 UNRWA 기부국들, 그리고 인도주의 단체들이 즉각적으로 행동해야 한다는 게 캠프 주민들의 대체적인 생각이다. UNRWA가 팔레스타인 난민, 특히 가장 취약한 이들의 ‘권리 보호’라는 사명을 지속할 수 있도록 힘을 실어줘야 한다는 것이다.

오늘날, 수천 명의 여성과 아이들이 기초적인 돌봄과 필수 서비스의 부재로 생존의 위협을 겪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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