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타파가 스카이데일리를 상대로 제기한 정정보도 청구 및 손해배상 소송에서 1심에서 승소했다. 서울중앙지법은 지난 11일, 스카이데일리의 허위 보도로 뉴스타파의 명예가 훼손됐다고 판단했다. 이에 해당 기사의 정정보도 및 손해배상금 500만 원 지급을 명령했다.
문제의 기사는 2023년 10월 3일에 나왔다. 당시 스카이데일리는 <[단독] “김건희가 시켰다고 거짓으로 말해 달라”>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김만배·신학림 허위 인터뷰’ 의혹으로 검찰 수사를 받는 뉴스타파가 ▲수감 중인 안정권 벨라도 대표에게 접근해 ▲김건희가 시켜서 이재명을 비판한 것처럼 거짓으로 말해달라는 요청을 했다고 보도했다. 이에 대한 대가 지급도 약속했다고 전했다.
문제의 기사를 쓴 허겸 스카이데일리 기자는 올해 1월 <[단독] 선거연수원 체포 중국인 99명 주일미군기지 압송됐다>는 제목의 기사를 썼다. 계엄군과 미군이 공동 작전을 펼쳐서 선거연수원에 있는 중국인 간첩 99명을 체포해 일본 오키나와 미군 기지로 압송했다는 내용이다.
경찰 수사 결과 이 기사는 100% 가짜뉴스였다. 경찰은 조정진 당시 스카이데일리 대표와 허 씨에 대한 혐의를 확인하고, 검찰에 넘긴 상태다.
스카이데일리를 떠난 조 전 대표는 최근 ‘트루스데일리’란 매체에서 칼럼니스트로 활동 중인 것으로 파악된다. 그런데 이 매체는 리박스쿨 협력단체인 트루스코리아가 만든 곳이다. 트루스코리아는 부정선거 음모론을 퍼뜨리며 중국의 한국 선거 개입을 주장한다. 트루스코리아는 최근 '소년 이재명 성범죄'를 주장한 모스탄 미 리버티 대학 교수를 초청해서 서울대 강연을 기획한 곳이기도 하다.
이 같은 사실은 리박스쿨 연관 세력이 종이신문을 발행하는 스카이데일리와 어떻게 연결됐는지를 추정케 한다.
2023년 10월 3일, 스카이데일리가 작성한 허위 기사. (출처: 스카이데일리)
존재하지 않는 '말'을 창작해서 보도한 스카이데일리
문제의 스카이데일리 기사에 등장한 취재원은 극우 유튜버 안정권이다. 앞서 안 씨는 2022년 6월 국회의원 보궐선거에서 선거운동을 방해한 혐의로 구속됐다. 뉴스타파 기자는 구치소에 수감된 안 씨에게 "내가 입만 열면 대통령 탄핵될 수 있다"고 발언한 이유 등을 묻기 위해 4차례 인터넷 서신을 보냈다. 하지만 안 씨는 답변하지 않았다.
이후 안 씨는 수감 1년 만에 보석으로 석방됐다. 불구속 재판을 받던 안 씨는 유튜브 채널 ‘최국튜브’에 출연해 뉴스타파 취재진이 “윤석열 정권이 너무 섭섭하지 않느냐, 대표님을 이렇게 할 수 없지 않느냐, 우리는 대표님을 너무 잘 안다. 대표님이라는 사람이 아깝다’"는 내용의 편지를 자신에게 보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뉴스타파가 (내게) 보낸 서신을 증거로 갖고 있다”면서 자신의 발언에 신빙성을 보탰지만, 정작 편지 속에는 그런 내용이 없었다. 이후 허겸 기자가 안 씨에게 전화를 걸었다. 이 통화에서 안정권은 허 씨에게 "고생했는데 탄압받고 계시는데 얼마나 억울하시겠나. 우리가 그걸 풀어 드리겠다"는 취지의 편지였다고 설명했다고 한다.
허 씨는 안정권과의 통화를 바탕으로 '뉴스타파 취재진이 김건희 여사를 안정권 시위의 배후라고 말해주면 대가를 제공하겠다고 회유한 정황이 포착됐다'는 주제의 기사를 쓰기에 이른다. 편지 속에 존재하지 않는 말을 창작한 안정권의 말을 아무런 검증 없이 보도한 것이다.
허 씨는 소설 같은 기사를 쓰면서, 뉴스타파에 제대로 된 반론 요청도 하지 않았다.
유튜브 채널 '최국튜브'에 출연한 안정권(2023.9.29.)
윤석열 정권의 '뉴스타파' 탄압에 편승한 진짜 가짜뉴스
스카이데일리 기사가 나온 시점은 2023년 10월. 당시는 윤석열 정권의 검찰이 뉴스타파를 비롯한 비판 언론에 대한 대대적인 강제 수사에 나선 때다.
2023년 9월 14일, 검찰은 뉴스타파 사무실과 한상진·봉지욱 기자의 자택을 압수수색했다. 김기현과 장제원 같은 일부 국민의힘 의원들은 국회에서 뉴스타파를 폐간해야 한다거나, 사형에 처해야 할 중범죄자들이란 발언을 서슴없이 내뱉었다. 대다수 언론은 이들의 극언을 그대로 기사에 실었다.
검찰뿐만 아니라 방송통신위원회와 문화체육관광부, 방송통신심의위원회 등 정부 기관들도 '언론 탄압'에 편승했다. 특히 류희림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위원장은 자신의 가족과 지인들을 동원한 '청부민원' 사건을 기획하고 실행한 정황이 뉴스타파 취재로 밝혀지기도 했다.
류희림은 뉴스타파의 '김만배-신학림' 녹취록 보도를 인용한 KBS·MBC·YTN·JTBC 등에 대한 심의 민원을 제기하게 한 후, 사상 최대 과징금을 부과했다. 그러나 이 과징금 처분은 법원에서 전부 뒤집혔다. 방심위가 정치적인 심의로 부당한 처분을 내린 사실이 법원 판결로 확인된 것이다.
보도 시점으로 볼 때, 스카이데일리는 윤석열 정권의 '언론 탄압'에 발 맞춰 뉴스타파를 겨냥한 '음해성 기사'를 사전 기획했을 가능성이 높다. 이번 재판에서 뉴스타파를 변호한 김성순 변호사(법무법인 한일)는 “소위 극우 유튜버와 극우 언론이 특정 목적을 갖고 선동적 허위 메시지를 어떻게 확대 재생산하는지도 이번 사건을 통해 확인이 가능했다. 늦게라도 잘못이 바로 잡히는 법원 판결이 내려져 다행스럽다”는 소감을 밝혔다.
뉴스타파 박종화 bell@newstapa.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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