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멜레온’, 확신 갖고 끝까지 내 방향 밀어붙인 앨범”
“10년 활동 중 가장 감사한 일은 아스트로 형들 만난 것”
아이즈 ize 한수진 기자
윤산하 / 사진=판타지오
안개가 걷히면 빛은 더 환하다. 첫 번째 솔로 앨범으로 짙은 감정의 안개 속에서 자신을 마주했던 윤산하가, 두 번째 앨범으로 빛 아래에 섰다.
지난해 8월 'DUSK(더스크)'로 데뷔 9년 만의 첫 솔로 앨범을 냈던 그는, 11개월 만에 전작과는 180도 다른 결의 앨범 'CHAMELEON(카멜레온)'을 들고 돌아왔다. 변화무쌍한 콘셉트와 장르를 내세운 이번 앨범은 보이그룹 아스트로(ASTRO) 막내가 아닌 윤산하라는 아티스트의 이름으로 더 힘차게 날아오르는 날갯짓이다.
윤산하는 이번 앨범을 준비하며 스스로에게 끊임없이 물었다고 했다. 카멜레온이라는 콘셉트가 다양한 시도를 가능하게 하지만, 동시에 정체성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었기 때문이다. 앨범을 채워가는 과정에서 그는 방향성에 대한 고민과 확신 사이를 오갔다.
"콘셉트 자체가 카멜레온이긴 하지만 너무 이것저것 시도하다 보면 정체성 혼란이 올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스스로에게도 하나를 보여줘야 하는데 이것도 저것도 아니면 어떡하지 싶었어요. 그래서 '이게 맞을까?'라는 질문을 많이 했죠. 그런데 확신을 느꼈을 때 보여지는 자신감이 다르더라고요. 그걸 이번에 많이 배웠어요."
윤산하 / 사진=판타지오
첫 앨범에 대한 아쉬움은 다음 앨범의 원동력이 됐다. 윤산하는 'DUSK' 작업 당시 주변의 의견에 쉽게 흔들렸던 자신을 돌아봤다. 팀의 막내로서 늘 조심스러운 태도를 유지해 온 그는 자신의 주장을 지키기까지 시간이 필요했다.
"1집 작업했을 때 아쉬움이 많았어요. 사실 제가 주변 사람들 말에 휘둘리는 편이거든요. 10년 넘게 막내로 살다 보니 '이게 더 좋을 것 같아'라는 말이 들리면 제 생각도 흔들리더라고요. 그런데 이번에는 달랐어요. 멤버 형들에게도 처음 곡을 들려줬을 때 아스트로 데뷔 초창기 생각이 난다는 피드가 있었어요. 그러면서 '조금 아쉽다'고 이야기하더라고요. '이제는 조금 더 어른스러운 앨범을 보여줘야 하지 않냐'고 아쉬워했죠. 그런데 확신을 갖고 끝까지 제 방향을 밀어붙였어요. 나중엔 오히려 형들이 '노래 잘 나왔다'고 더 좋아해 줘서 뿌듯했어요."
'CHAMELEON'은 이름처럼 다양한 색을 담았다. 전작이 전 트랙 서정적인 정서로 이어졌다면, 이번 앨범은 곡마다 장르와 분위기를 바꾸며 듣는 재미를 더한다. 그는 무엇보다 무대에서 표현력을 확장하는 데 집중했다.
"1집은 음악적으로 통일성이 있어요. 근데 퍼포먼스를 보여줄 수 있는 노래가 없던 게 아쉬웠어요. 1집 타이틀곡 'DIVE(다이브)'처럼 서정적인 것도 좋았지만 막상 활동해 보니까 춤추고 싶은 마음이 훨씬 크더라고요. 그래서 이번에는 무대에서 에너지를 쏟을 수 있는 곡으로 활동하고 싶었어요."
윤산하 / 사진=판타지오
첫 앨범을 통해 느낀 춤에 대한 갈망은 이번 앨범에서 자연스럽게 해소됐다. 솔로로서 어떤 정체성을 가져가야 할지 고민하며 자신에게 가장 자연스럽고 잘 어울리는 에너지를 찾고자 했다. 춤과 노래, 퍼포먼스가 맞물릴 때 자신만의 색이 선명해진다는 걸 알았기 때문이다. 그는 "춤의 에너지와 노래 에너지가 만나면 제 색이 더 짙어진다"고 이야기했다.
그 결과 선택된 곡이 이번 앨범의 타이틀곡 'EXTRA VIRGIN(엑스트라 버진)'이다. 이 곡은 컨트리 풍의 코드 진행에 묵직한 힙합 리듬이 절묘하게 어우러진 하이브리드 팝 트랙이다. 윤산하는 이 노래에 대해 "내 나이가 스물여섯인데 소년에서 어른이 되어가는 그 중간 지점을 보여줄 수 있는 곡"이라고 설명한다.
'EXTRA VIRGIN'은 제목부터 그에게 신선한 도전이었다. 처음 곡 가이드를 들었을 땐 제목의 뜻도 몰랐지만 그 생소함이 오히려 매력으로 다가왔다고. 여름과 어울리는 밝은 에너지, 리듬감 있는 구조, 그리고 장르를 넘나드는 하이브리드 구성은 그의 음악적 성장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노래를 처음 들었을 때 정말 신났어요. 여름 계절감도 잘 맞고, 타이틀곡으로 딱이라고 생각했죠. 근데 제목을 검색해 보니 이 단어의 뜻이 올리브오일 최상위 등급이더라고요. 저는 그 생소함이 더 좋았어요. 대중들도 '이게 뭐지?' 하고 듣게 되면 그걸로 충분할 것 같았어요."
윤산하 / 사진=판타지오
윤산하가 'EXTRA VIRGIN'에 담은 감정은 계절감 그 이상이다. 그는 여전히 소년 같다는 말을 듣지만 그 안에 분명한 변화가 깃들어 있다고 말했다.
"아스트로 형들한테도, 팬분들한테도 아직 막내 이미지가 있어요. 저도 형들이랑 있으면 막내처럼 행동하기도 하고요(웃음). 근데 저 혼자 있을 땐 생각도 많고 애 같지 않거든요. 그래서 지금이 소년과 어른 사이의 경계를 표현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때라고 생각했어요. 무대 위에서는 1년만 지나도 느낌이 확 달라지더라고요. 그래서 지금 이 풋풋한 모습을 남기고 싶었어요."
이번 앨범에는 직접 작사한 곡들도 다수 포함됐다. 그는 스스로의 문장에 자신감이 없던 과거를 돌아보며 감정의 기록이 작사에 어떻게 연결됐는지를 설명했다. 처음엔 유치하다고 느꼈던 자신의 글이 점차 무르익으면서 자신만의 온도를 갖게 됐다.
"예전엔 '내 글이 너무 유치한 거 아닐까' 싶었어요. 근데 메모장에 감정들을 자꾸 적다 보니까 글의 느낌이 점점 바뀌더라고요. 그러다 어느 순간 '이걸 작사에 써보자'고 생각하게 됐어요. 지금은 감정이 생기면 바로 적어요. 스케줄 중간에도 메모를 꺼내 적고 그래요."
윤산하 / 사진=판타지오
윤산하는 곧 지상파 첫 주연 드라마 방영도 앞두고 있다. 그는 오는 23일 첫 방송되는 KBS2 새 수목드라마 '내 여자친구는 상남자'에서 초성실 K-장남 연희대 천문학과 재학생이자 여자친구 바라기 주인공 박윤재 역으로 활약한다. 이 드라마는 하루아침에 꽃미남이 돼버린 여자친구 김지은(아린)과 그런 여자친구를 포기할 수 없는 여친 바라기 박윤재(윤산하)가 벌이는 로맨스물이다. 윤산하는 이 작품을 촬영하며 느낀 설렘과 부담 등의 과정을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편성이 됐다는 소식을 듣고 엄청나게 설레면서도 걱정이 됐어요. 첫 주연이다 보니까 더 그랬던 것 같아요. 작년 크리스마스쯤 촬영이 끝났는데 요새 드라마 편성이 어렵다는 말을 들으니 약간 조바심이 나더라고요. 편성이 확정되니까 엄청 기쁘면서도 마음의 준비도 하고 있어요. 촬영하면서 아쉬웠던 부분이 좀 있었거든요. 이 작품은 윤재와 지은이 시선에서 '나라면 어땠을까'라는 상상을 추가해서 보면 더 재밌게 보실 수 있을 거예요."
10년 차를 앞둔 그는 지금의 자신에게 가장 칭찬하고 싶은 순간으로 '형들과의 만남'을 꼽았다. 연습생 시절부터 함께해 온 멤버들과의 유대가 지금의 윤산하를 만든 근간이라는 것이다.
"10년이라는 말이 아직 실감은 안 나요. 9년 차는 그냥 오래 했구나 싶은데, 10년이라는 숫자는 묘하게 무겁더라고요. 그 긴 시간 동안 아스트로 형들을 만난 게 제일 감사한 일이에요. 활동하면서 형들한테 많이 의지했고 많은 걸 배웠어요. 사실 저를 형들의 집합소라고 봐도 무방할 정도로 성장하는 과정에서 형들의 좋은 점만 배우고 가져왔거든요. 특히 형들은 저를 단순히 막내로만 보는 게 아니라 윤산하 그 자체로 있게 해준 사람들이니까요."
마지막으로 어떤 아티스트로 기억되고 싶은지 묻자 "누군가의 플레이리스트에 오래도록 남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바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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