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TV 김원규 기자]
<앵커> 자기자본 4조 원 이상 대형 증권사, 이른바 '초대형 IB'만 가능했던 발행어음 사업에 5개 증권사가 뛰어들었습니다. 금융당국은 "기준 부합 시 신청사 모두 인가 받을 수 있다"는 입장인데요. 국내 증권업계가 한국형 투자은행(IB) 체제로 본격 전환하기 위한 중요한 신호탄이 될 것이란 전망입니다. 증권부 김원규 기자와 함께합니다. 김 기자, 우선 발행어음에 대해 한번 짚어주시죠.
<기자> 발행어음은 증권사가 신용을 바탕으로 직접 발행하는 단기 금융상품입니다. 투자자는 은행보다 조금 더 높은 수익률을 기대해 자금을 맡기고, 증권사는 조달한 자금을 채권 인수와 기업 금융, 부동산 파이낸싱(PF) 등 다양한 투자로 수익성을 높일 수 있는데요. 자기자본 최대 200%까지 단기 약속어음을 발행할 수 있습니다. 증권사들이 기존 브로커리지 위주의 수익 구조에서 벗어나, 기업 금융, 구조화 금융, 모험자본 투자 등으로 사업을 확장하는 데 필수적인 요소로 불립니다.
<앵커> 이같은 이유로 증권사들이 발행어음 사업에 뛰어드는 건데, 마침 이달 초 당국이 발행어음 본인가 접수를 시작했죠?
<기자> 네, 삼성증권·키움증권·신한투자증권·메리츠증권·하나증권 등 총 5개 증권사가 신청서를 제출한 것으로 파악됩니다. 이들 모두 발행어음 사업의 기준인 자기자본 4조원을 이미 넘겼습니다. 삼성증권(6.8조)과 메리츠증권(6.8조)이 6조원 이상, 하나증권(5.9조), 키움증권(5.6조), 신한투자증권(5.5조) 등이 5조원 이상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사실상 발행어음 사업 요건을 충족한 대형 증권사는 모두 신청한 셈입니다. 내년부터는 인가 기준이 더 강화되는 만큼, 문턱이 높아지기 전 총력전을 펼치는 모습입니다. 앞서 2017년 한국투자증권을 시작으로, NH투자증권, KB증권, 미래에셋증권까지 총 네 곳이 인가를 받았습니다. 이번에 금융 당국의 추가 인가가 이뤄진다면 약 4년 만에 발행어음 사업에 나서는 증권사가 새롭게 탄생하는 셈입니다. 한편, 자기자본 8조 원 이상의 초대형 IB에 대한 IMA(종합투자계좌) 인가는 관련 시행령 등 입법 과제가 남아 있어, 아직 한투증권과 미래증권 모두 신청서를 제출하지 않은 상황입니다.
<앵커> 발행어음 사업 신청서를 제출한 증권사가 인가를 받게 되면, 증시에 자금 유입도 기대해 볼 수 있을까요?
<기자> 그렇습니다. 다섯 개 증권사의 자기자본을 합하면 약 30조 원 수준입니다. 이들이 모두 발행어음 인가를 받을 경우, 최대 60조 원 규모의 자금을 추가로 조달할 수 있는 셈입니다. 한국투자증권의 사례를 비춰봤을 때 발행어음 잔액은 지난해 말 기준 자기자본의 93% 수준인 17조 3천억원입니다. 이 중 10조 2천억 원이 기업금융에, 채권·ELS·주식 등에 4조 6천억 원, 부동산 PF에 2조 6천억 원이 배분됐습니다. 단순 계산해보면 잔고의 약 25% 정도가 증시에 유입될 것으로 추정할 수 있는 만큼 약 15조원의 유동성이 확보될 수 있는 셈입니다. 또 내년부터 발행어음으로 조달된 자산의 최소 10% 이상을 벤처·스타트업 등 모험자본에 의무적으로 투자해야 합니다. 이 비율은 2027년 20%, 2028년 25%까지 단계적으로 상향될 예정입니다. 혁신 창업과 중소·벤처 기업에 지금보다 더 많은 자금을 수혈하겠다는 정부의 의지를 반영한 조치인 것으로 풀이됩니다. 궁극적인 방향은 추가로 조달된 자금들이 부동산 자산으로 향하는 비중은 줄고, 자본시장에 유입될 것이란 기대입니다.
<앵커> 하지만 심사 기준이 명확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고요?
<기자> 증권가에서는 발행어음 인가 기준이 다소 모호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심사 기준은 자본 요건 충족, 사업계획 타당성, 대주주 적격성, 리스크 통제 체계, 모험자본 투자 계획 등입니다. 현행 감독규정 개정안은 입법 예고 중이기는 합니다만, 세부적인 평가 기준과 정성적 판단 요소가 아직 구체화되지 않다는 점을 시장에선 우려합니다. 예컨대, 경영진의 리더십, 내부통제 체계, 조직 문화 같은 정량화되지 않는 요소들을 말합니다. 증권업계에서 “명확한 로드맵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를 내는 이유입니다. 금융위 관계자는 “당국 위원들이 최종 판단할 사안이지만, 결격 사유가 없으면 신청사 모두가 인가를 받을 수 있다는 게 기본 입장”이라며 “적정 시점까지 지체 없이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당국은 인가 신청일로부터 3개월 이내 심사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며, 문제가 없다면 이르면 10월께 관련 결과가 나올 전망입니다.
<앵커> 잘 들었습니다. 증권부 김원규 기자였습니다.
김원규 기자 wkkim@wow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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