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TV 이지효 기자]
<앵커>

골프웨어를 만드는 형지글로벌이 가상자산 시장에 뛰어들기로 했습니다.

비트코인 가격이 연일 급등하면서 주가도 상승세인데요.

일각에서는 신사업 실현 가능성에 대해서도 우려의 목소리를 제기합니다.

취재 기자와 자세히 살펴 보겠습니다. 산업부 이지효 기자 나와 있습니다.

이 기자, 형지글로벌이 추진하는 게 '스테이블 코인'이죠?

<기자>

네, 스테이블 코인이란 특정 자산에 가치를 고정한 코인을 말합니다.

예를 들어서 달러에 고정됐다고 한다면요.

코인 1개를 발행할 때마다 발행사가 1달러 상당의 담보 자산을 보유해야 합니다.

비트코인 등 일반적인 가상자산은 가격 변동성이 높죠.

스테이블 코인은 1달러를 보유해야 하기 때문에 최소 1:1을 보장하는 겁니다.

가격 변동성을 줄였기 때문에 지급 결제 수단으로도 활용 가능합니다.

JP모건이 2020년부터 도입한 JPM 코인이 대표적인데요.

기업 고객을 대상으로 JP모건에 블록체인 예금계좌(BDA)를 개설합니다.

이 계좌에 해당 기업의 시스템이 연결되는 건데요

특정 조건이 충족됐을 때 JPM 코인 이체가 이뤄지도록 하는 방식입니다.

미국에서는 스테이블 코인 제도화를 추진 중입니다. 일명 '지니어스 법안'이 상원에서 통과됐죠.

JP모건은 일반 투자자가 아닌 JP모건 기관 고객에게만 서비스를 제공하기 때문에 앞서 스테이블 코인을 발행할 수 있었습니다.

스테이블 코인 시장은 2025년 현재 약 2,500만달러에서 2028년 3조달러에 이를 전망인데요.

국내에서도 '디지털자산기본법' 제정을 추진 중이지만 스테이블코인 발행이 허용되지 않은 상황이죠.

<앵커>

국내에도 관련 법이 없는데 형지글로벌은 어떻게 스테이블코인을 내놓겠다는 겁니까.

<기자>

형지글로벌이 싱가포르에 법인을 설립했습니다.

스테이블코인 신사업 추진을 위해서인데요.

싱가포르는 세계 최초로 스테이블 코인 규제 프레임워크를 마련한 국가입니다.

합법이지만 싱가포르 당국이 마련한 조건을 충족해야 발행이 가능하다는 겁니다.

1싱가포르달러를 편의상 우리돈 1,000원이라고 해보겠습니다.

소규모로 발행하려면 소규모 허가(SPI·Standard Payment Institution)만 받으면 되고요.

50억원 이상으로 내놓으려면 대규모 허가(MPI·Major Payment Institution)가 필요합니다.

이게 정식 스테이블 코인이고요. 사업자 대부분은 MPI 허가를 받고 있습니다.

형지글로벌은 아직까지 이들 허가를 받지 않은 것으로 알려집니다.

현재는 추진 단계에만 있고요. MPI 취득을 준비 중인 상황이라고 보시면 되겠습니다.

<앵커>

일단 최소 50억원이 있어야 사업 추진이 가능한 거잖아요.

현재 형지글로벌이 신사업을 추진할 재무 여력을 갖췄나요?

<기자>

형지글로벌의 올해 1분기 기준 유동 부채는 약 478억원입니다.

반면에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42억원 수준에 그치는데요.

최근 유상증자를 결정해 192억원을 조달하기로 했습니다.

이 자금 대부분은 하반기 본업인 골프웨어 매장을 열고, 운영하는데 쓰이고요.

외상 매입 대금 결제에도 50억원 정도를 집행합니다.

다시 말해서 신사업에 투입할 수 있는 여력이 상당히 제한적입니다.

특히 업계에서는 스테이블 코인 발행 이후 자본력이 필수적이라고 봅니다.

싱가포르 같은 경우 스테이블 코인 MPI 사업자는 자기자본을 포함해 통상 10억원은 있어야 합니다.

여기에 고객 보호를 위한 준비금이 필요한데요. 1:1 담보가 필요한 건데, MPI 허가 요건입니다.

스테이블 코인을 50억원 이상 발행하려면 그 전액을 100% 준비해야 합니다. 총 60억원이 필요한 거죠.

현재 형지글로벌의 부채 비율이 139.9% 수준입니다. 부채가 자본보다 많다는 의미입니다.

한국기업평가 역시 형지글로벌의 신용등급 전망을 B+에서 부정적으로 하향 조정했는데요.

이런 구조에서는 싱가포르의 MPI 요건을 안정적으로 충족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지적입니다.

<앵커>

자본이 부족한 데다 신사업이 적극적인 이유가 따로 있나요?

<기자>

네, 본업이 부진하기 때문에 새로운 수익원 확보가 절실합니다.

형지글로벌은 2016년 패션그룹형지의 골프웨어 까스텔바작 사업부 물적분할로 설립된 업체입니다.

2019년 코스닥 시장에 상장했지만 실적이 부진한 상황인데요.

최근 3년 간 실적을 보면 이같은 약점이 고스란이 드러납니다.

2023년 영업이익 -10억원에서 이듬해인 2024년 -93억원으로 대폭 확대됐고요.

1분기에 가까스로 흑자 전환에 성공했지만 근본적인 손실 구조는 여전합니다.

과거 고성장을 이끈 소비층인 20~30대 골프 인구가 감소했고요.

경기 침체가 이어지면서 소비를 줄이기 시작했기 때문입니다.

한국골프장경영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524개 골프장 이용객은 누적 4,741만명이었는데요.

정점이던 2022년 5,058만명과 비교하면 317만명, 6% 이상 줄어든 수치입니다.

형지글로벌은 스테이블 코인 사업 계획을 밝힌 2일 주가가 상한가를 기록한 데 이어 상승세를 보였는데요.

전문가들은 신사업만을 보고 투자하는 것도 유의해야 한다고 조언합니다.

차익 실현을 위한 전환사채(CB) 물량이 쏟아질 수도 있다는 우려 때문입니다.

올해 1분기 현재 남은 CB 물량은 68억원 수준인데요.

CB는 회사의 주식과 교환할 수 있는 권리가 붙은 채권입니다.

대부분은 단기 차익을 노리는 경우가 많고요.

주가가 오르면 주식으로 전환된 CB가 시장에 매도될 거고요. 주가도 급락할 수 있는 겁니다.

전문가들은 MPI 허가 등 실제 스테이블 코인 사업 가시화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고 봤습니다.

<앵커>

이 기자, 잘 들었습니다.
이지효 기자 jhlee@wow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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