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만장자 사교클럽' 복귀…글로벌 행보 재시동
IT 거물 총출동 비공개 회동…미래 구상 본격화
/그래픽=비즈워치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14일 오전 미국 아이다호 선 밸리 콘퍼런스를 마치고 귀국했다. 이 회장이 이 행사를 찾은 건 2017년 이후 9년 만이다. 삼성전자가 2분기 '어닝쇼크' 수준의 잠정 실적을 발표한 직후여서, 그의 글로벌 행보에 시선이 쏠렸다.
이 회장은 이날 오전 6시 40분께 서울 강서구 서울김포비즈니스항공센터(SGBAC)를 통해 입국했다. "아침 일찍부터 나오셨네요. 고생 많으십니다"라고 인사하며 밝은 표정을 지었지만, '출장 성과'나 '하반기 실적 전망'을 묻는 질문에는 "열심히 하겠습니다"라는 짧은 답만 남긴 채 자리를 떴다.
그는 지난 9~13일(현지시간) 미국 투자은행 앨런&컴퍼니가 주최한 비공개 비즈니스 행사 '선 밸리 콘퍼런스'에 참석했다. 이 행사는 매년 7월 초 미국 아이다호주 선 밸리 리조트에서 열리며, 전 세계 미디어·IT 업계 거물들이 한자리에 모이는 초청제 사교 모임이다. '억만장자 사교클럽'이라는 별칭으로도 불린다.
올해도 앤디 제시 아마존 CEO를 비롯해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마크 저커버그 메타 CEO·팀 쿡 애플 CEO·샘 올트먼 오픈AI CEO 등 글로벌 IT 리더들이 참석한 것으로 알려진다.
이 회장은 삼성전자 상무 시절이던 2002년부터 선 밸리 행사에 꾸준히 참석해왔다. 2014년에는 이 자리에서 팀 쿡 CEO와 대화를 나눈 뒤, 삼성전자와 애플이 미국 외 지역에서 진행 중이던 스마트폰 특허소송을 일괄 철회하면서 글로벌 IT 지형에 의미 있는 전환점을 남기기도 했다.
그러나 이후 국정농단 사건 수사와 수감 등으로 수년간 이 행사에 모습을 드러내지 못했다. 이 회장은 구속수감 중이던 2017년 법정에서 "선 밸리는 1년 중 가장 바쁜 출장이고 가장 신경 쓰는 출장"이라고 증언한 바 있다.
올해는 삼성전자 이원진 글로벌마케팅실장(사장)과 함께 9년 만에 복귀했다. 업계에선 반도체 부진과 복잡해진 글로벌 경영 환경 속에서 이 회장이 다시 세계 무대에 나섰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삼성전자 분기 실적 추이./그래픽=비즈워치
삼성전자는 올해 2분기 연결 기준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보다 55.9% 줄어든 4조6000억원에 그쳤다. 매출은 0.1% 감소한 74조원으로 집계됐다. 현재 발표된 실적은 잠정치로, 부문별 실적은 포함되지 않았다. 오는 31일 확정 실적 발표에서 사업 부문별 수익성과 비용 구조가 구체적으로 드러날 예정이다.
증권가에서는 반도체를 담당하는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의 영업이익을 1조원 안팎으로 추산하고 있다. 고대역폭메모리(HBM) 경쟁력 약화와 미국의 대중국 제재에 따른 파운드리 가동률 저하가 DS 부문의 수익성 악화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이런 가운데 이 회장이 선 밸리 현장에서 글로벌 파트너들과 네트워크를 복원하고, 미래 먹거리 확보를 위한 대화를 이어갔을 것이란 해석도 나온다. 일각에선 이달 말 또 다른 비공개 글로벌 행사인 '구글 캠프' 참석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 행사는 구글 공동창립자인 래리 페이지와 세르게이 브린이 주최하며, 이탈리아 시칠리아의 고급 리조트에서 열린다. 이 회장은 2022년부터 지난해까지 3년 연속 구글 캠프에 모습을 드러낸 바 있다.
한편 이 회장은 삼성물산·제일모직 간 부당합병 및 회계부정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1·2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오는 17일 대법원 선고가 예정돼 있으며, 무죄가 확정될 경우 글로벌 경영 보폭은 더욱 넓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강민경 (klk707@bizwatch.co.kr)
ⓒ비즈니스워치의 소중한 저작물입니다. 무단전재와 재배포를 금합니다.
Copyright © 비즈워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매주 일요일 밤 0시에 랭킹을 초기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