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율 20% 붕괴’ 위기감에 혁신위 ‘계파갈등 뇌관’ 인적쇄신 제안할 지 주목
지도부 “당내 공론화 과정 거쳐 쇄신”…논란 확산 시 속도조절 가능성
윤희숙 국민의힘 혁신위원장이 지난 10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당사에서 제1차 혁신위원회 회의 결과를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우여곡절 끝에 출범한 국민의힘 혁신위원회가 탄핵·계엄 사죄, 대표 단일 지도 체제 구성과 같은 혁신안을 잇따라 내놓으며 속도전에 나섰다.
다만, 윤석열 전 대통령의 내란·외환 혐의 등 특검 수사로 야당인 국민의힘 의원이 타깃이 될 수도 있다는 우려가 팽배한 상황에서 탈당한 윤 전 대통령 문제를 사죄하는 것은 맞지 않는다는 비판과 함께 지도체제 개편에도 반대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13일 정치권에 따르면, 국민의힘 혁신위는 출범 하루 만인 지난 10일 계엄·탄핵 등에 대한 ‘대국민 사죄’를 당헌·당규 수록하는 것을 ‘1호 혁신안’으로 제안했다.
이어 다음날인 11일에는 현재의 당 최고위원회 체제를 폐지하고 당 대표 단일 지도체제로 의사 결정 구조를 전환하는 것을 ‘2호 혁신안’으로 채택했다. 혁신위는 다음 달로 예상되는 차기 지도부 선출을 위한 전당대회 전에 구체적인 쇄신 로드맵을 만들겠다는 태세다.
혁신위가 이처럼 속도전에 나선 것은 최근 당 지지율이 20%선마저 붕괴하고 전통적인 지지 기반인 대구·경북(TK)에서도 지지층 이탈이 관측되면서 쇄신 속도를 더는 늦춰선 안 된다는 위기감에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여기에는 이른바 ‘쌍권’(권성동·권영세)에 대한 인적 청산 요구를 당 지도부가 거부했다면서 안철수 의원이 지난 7일 혁신위원장 임명 직후 사퇴하면서 계파 갈등이 표면화하는 등 당내 혼란이 계속되는 상황도 고려된 것으로 보인다.
다만, 혁신안을 두고 당내 논란이 일면서 혁신위의 속도전이 실제 당을 재창당하는 수준의 성과로 이어질 지 현재로는 미지수다.
당장 당 일각에서는 당헌·당규에 사죄 표현을 명시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비판이 나온다. 대표 단일지도체제 전환에 대해 정당민주주의 훼손을 이유로 반대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한 중진 의원은 “여당이 탄핵에 반대했던 의원들을 ‘공범’이라며 탄압하고 있는데 당헌·당규에 ‘사죄’라는 말을 쓰면 사실상 내란을 자백하는 꼴 아니냐”고 말했다.
대표 단일 지도체제 전환에 대해선 “지금은 집단성을 강화해 단합해야지 당 대표의 권한을 늘려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당권주자로 거론되는 나경원·장동혁 의원도 혁신위를 공개 비판하고 있다.
나 의원은 페이스북에서 “의견수렴 없는 혁신안은 갈등과 분열을 되풀이하는 자충수”라고 반발했다. 장 의원은 계엄·탄핵 반성에 대해 “언제까지 사과만 할 것인가”라고 비판했다.
두 의원은 탄핵 정국에서 윤 전 대통령 탄핵 반대를 강하게 주장한 바 있다.
이런 상황에서 혁신위가 당내 갈등의 뇌관이 될 수 있는 이른바 ‘인적 청산’ 문제까지 나아갈 수 있을지 주목된다.
안 의원의 혁신위원장 사퇴 이후 옛 친윤(친윤석열)계는 인위적 인적 청산에 대한 거부감을 강하게 표출했고, 친한(친한동훈)계 등은 인적 쇄신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맞붙은 상태다.
만약 혁신위가 구체적 인적 쇄신 방안까지 제시할 경우 계파 갈등이 재점화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
이와 관련, 당 지도부가 당내 의견 수렴 절차를 내세워 쇄신 속도 조절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혁신안에 대한 당내 반발을 의식하면서도 혁신안을 즉각 거부할 경우 민심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기에 균형점 찾기에 나설 것이란 의미다.
당 핵심 관계자는 이와 관련 “사죄문 당헌·당규 수록에 대한 당원 찬반투표 시행은 비상대책위원회 의결뿐 아니라 의원총회에서도 동의받아야 진행할 수 있다”며 “그 과정에서 표현도 조정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지도체제 문제는 혁신위원 6명이 결정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고 당내 공론화 절차를 거쳐야 한다”고 했다.
최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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