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oS 기반 네트워크로의 전환 가속
AI-RAN 실증, 기지국 GPU가 열쇠
광 인프라 강점, 韓 AI 네트워크 실험장으로

최성호 정보통신기획평가원 차세대네트워크(6G)사업단장이 13일 디지털타임스와 인터뷰하고 있다. 박동욱기자 fufus@

최성호 정보통신기획평가원(IITP) 6G사업단장

“6G는 속도가 아니라 서비스 품질(Qos)을 보장하는 네트워크가 돼야 합니다.” 

최성호 정보통신기획평가원(IITP) 6G사업단장은 13일 디지털타임스와 인터뷰에서 “6G 시대는 단순 속도 경쟁을 넘어 ‘인공지능(AI) 서비스를 위한 네트워크’로 패러다임 전환이 이뤄지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최 단장은 “AI가 작동하는 데 필요한 ‘지능형 네트워크 인프라’ 확보가 곧 6G 경쟁력의 핵심이 될 것”이라고 단언했다. 그러면서 세계 최고 수준의 광통신 인프라를 보유하고 있는 한국은 6G 변화를 실증할 수 있는 ‘글로벌 테스트베드’로 부상할 수 있다는 전망도 제시했다. 

6G 시대 네트워크는 단순 속도 향상이 아니라 AI가 원활히 작동할 수 있는 ‘;저지연·고신뢰·컴퓨팅연동 인프라’로의 전환이다. 이전 세대처럼 단순 속도 수치 경쟁만으로는 미래 서비스를 구현할 수 없다는 것. 실제 5G 상용화 이후 초연결 융합 서비스는 기대와 달리 충분히 확산하지 못했다. 초고주파(밀리미터파) 상용화 실패, 기지국 구축 비용 부담, 수요와 서비스간 괴리는 비즈니스모델(BM) 형성에 한계를 드러내며 이른바 ‘5G 레슨런드(학습된 교훈)’로 남았다. 

6G 초기 논의 당시에도 ‘서브 테라헤르츠’ 주파수 대역이나 1T(테라)bps급 속도와 같은 기술 목표가 앞세워졌지만, 현재는 속도보다 ‘서비스 보장’을 중심으로 한 실효성 있는 네트워크 설계로 무게추가 옮겨지고 있다. 

최 단장은 “1Gbps만으로도 유튜브·영상처리 등은 충분하다”며 “중요한 건 다수 사용자에게 동시에 안정적인 100Mbps~1Gbps를 제공할 수 있는 총용량 설계(capacity)”라고 강조했다. 예를 들어 일반 음성통화는 끊기지 않지만 카카오톡 보이스 통화는 지연되거나 음성이 깨지는 경우가 있다. 이는 QoS가 없기 때문이다. 6G는 이 같은 차이를 해소하고 데이터 서비스에서도 음성통화 수준의 안전성과 신뢰성을 제공해야 하는 네트워크로 진화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특히 최 단장은 “AI가 단말기·로봇·자율주행차 등 현실 기기들과 결합하는 ‘피지컬 AI’ 시대가 도래하면서 네트워크는 단순 통신망이 아니라 AI가 응답하는 속도, 추론의 품질, 배터리 효율성까지 좌우하는 핵심 인프라가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현재 대부분의 생성형 AI 서비스는 클라우드 데이터센터에서 연산·추론을 수행하는 구조다. 이 방식은 지연시간 증가, 배터리 소모, 네트워크 병목 등 한계가 있다. 최 단장은 이에 대한 해법으로 기지국 자체에 그래픽처리장치(GPU)를 탑재하는 ‘AI-RAN 기지국’을 제안했다. AI-RAN 기지국은 로봇, 자율주행차, AI 글래스 등 주변 디바이스에서 발생한 명령을 클라우드로 보내는 대신 기지국에서 직접 추론해 처리하면서 응답 속도를 개선할 수 있다. 

기지국 단에서 연산을 수행할 경우 전체 처리 지연 시간은 최대 80분의 1 수준까지 줄어들 수 있다는 실증 결과도 있다. 특히 기지국과 단말 간 지연 시간을 2~10밀리초(ms) 수준으로 낮출 수 있다면, 온디바이스 AI 수준에 근접한 실시간 처리 성능도 구현 가능하다는 것이 최 단장의 설명이다. 

특히 한국은 전국 단위 광 인프라를 기반으로 기지국 제어부 통합과 GPU 자원 공유가 가능한 유일 국가다. 이를 활용하면 엣지 기반 AI 네트워크 테스트베드 구축이 가능하며, AI-RAN 실증 모델의 글로벌 주도권 확보도 기대된다. 

최 단장은 “광통신을 기반으로 한 엣지 기반 AI 네트워크 실증 테스트베드 구축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또 “지금은 GPU 가격이 비싸 기지국당 탑재가 어렵지만 기지국 컨트롤러를 모아 GPU를 공유하는 구조는 한국만이 가능한 전략”이라고 설명했다. 

세계 각국은 AI 네트워크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중국은 화웨이를 중심으로 네트워크 전체를 거대언어모델(LLM) 기반으로 자율화하는 ‘ADN(Autonomous Driving Network) 4.0’ 전략을 구하고 있다. 차이나모바일과 함께 4곳 상용망에 적용, 운영비를 30% 절감하는 효과도 입증했다. 특히 5G에서 주춤했던 일본은 손정의 일본 소프트뱅크그룹 회장이 이끄는 소프트뱅크·엔비디아 연합이 GPU 내장형 기지국(AI-RAN) 실증을 주도하고 있다. 일본기업 후지쯔가 제조를 맡고 자율주행, 로봇 등 엣지 AI 서비스에 집중하는 전략으로 6G 시대 주도권 확보를 꾀하고 있다. 

최 단장은 한국이 AI 세계 3강으로 도약하려면 각 기지국과 유선망 장비의 운영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네트워크 파운데이션 모델’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연구·개발(R&D) 투입뿐 아니라 데이터셋 확보, 시뮬레이터 개발, 민관 협업 구조까지 통합된 국가 전략이 필요하다. 최 단장은 “제조사·통신사·정부가 연합해 데이터 공유와 공동 연구를 추진해야 한다”며 “정보 공유를 위한 정부 차원의 중재와 제도적 틀이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최성호 정보통신기획평가원 차세대네트워크(6G)사업단장이 6일 디지털타임스와 인터뷰하고 있다. 박동욱기자 fufus@

김나인 기자 silkni@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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