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브로프, 3일간 원산 방문…金 예방도
"러북협력, 나토 '유라시아 확장' 차단"
"남북관계서 '北 관심 사안'만 도울 것"
[서울=뉴시스]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이 12일 북한 강원도 원산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예방하고 있다. (사진=러시아 외무부 텔레그램) 2025.07.13.
[서울=뉴시스] 김승민 기자 =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예방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정상회담 개최 의사를 전했다.
러시아 외무부는 12일(현지 시간) 텔레그램 채널을 통해 김 위원장이 라브로프 장관을 맞이하는 영상을 게시했다. 장소와 시점은 '원산, 7월12일'이라고 명시했다.
10초 길이의 영상에서 김 위원장은 라브로프 장관에게 "친근한 벗, 반갑습니다"라고 인사하고 손을 맞잡는다. 라브로프 장관은 김 위원장에게 인사한 뒤 뭔가를 설명한다.
러시아 측이 공개한 대화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라브로프 장관에게 "평양이 아니라 이 곳(휴양지인 원산)에서 만나는 게 더 좋겠다고 생각했다"며 "이 리조트에 온 첫 외국인 손님"이라고 말했다.
이에 라브로프 장관은 "첫 손님은 알렉산드르 마체고라(주북한 러시아대사)였다"며 "그가 광고를 너무 많이 해서 초청을 수락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화답했다. 김 위원장에게 "아직 담배를 피우시나"라고 묻고 "저도 피운다"라며 웃음짓기도 했다.
김 위원장은 "귀하의 방문은 우리의 특별하고 굳건한 동맹 관계에 있어서 매우 중요한 순간이며, 다양한 분야에서 협력을 발전시키는 데 있어서도 매우 중요한 순간"이라고 강조했다.
라브로프 장관은 이번 방북 과정에서 포괄적 전략적 동반자 관계에 입각한 북러간 군사 협력의 의의를 수차례 언급했다.
그는 북한 정부 주최 공식 환영식에서 "(북러 협력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가 영향력을 확대해 광활하고 아름다운 유라시아 대륙이 나토 영역이 되는 것을 막기 위한 투쟁"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시간이 지나면 머지않아 국제법 원칙, 특히 국가 평등과 자결권 원칙을 지키는 데 기여한 이 위대한 공헌이 인류에게 인정받게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덧붙였다.
최선희 북한 외무상과의 회담에서는 "북한군이 '쿠르스크 해방'에 참여한 것은 러북 관계가 '무적의 형제애' 관계임을 입증한다"며 "북한 용사들은 러시아군과 함께 피와 목숨을 바쳐 '네오나치'로부터 쿠르스크를 해방시켰다"고 했다.
그는 회담 이후 기자회견에서도 북한의 공병 전력 추가 파병 제안을 언급하며 "진심어린 연대의 표현을 거부할 이유가 없다"며 "전략적 동반자 관계 합의 이행 형식은 북한이 스스로 결정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북한의 핵 개발에 대해서는 "북한 지도부는 이스라엘·미국의 이란 공습 훨씬 전에 '필요한 결론'을 내렸다"며 "이것이 시의적절했기 때문에, 미국·한국·일본이 북한 주변에서 군사력을 강화하고 있음에도 아무도 북한에 무력 사용을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남북관계 개선' 관련 질문이 나오자 "북한은 동맹국"이라며 "평양과 서울의 관계에 대해서는 북한이 받아들일 수 있는 틀 안에서, 북한이 관심을 갖는 사안에 대해서만 행동할 것"이라고 밝혔다.
양국은 머지 않은 시점에 정상회담을 여는 방안을 타진하고 있다.
리아노보스티에 따르면 라브로프 장관은 김 위원장에게 "(푸틴) 대통령이 따뜻한 인사를 보내며 지금까지 체결된 모든 합의에 대한 확고한 의지를 확인했다"며 "(푸틴 대통령은) 가까운 시일 내에 위원장님과 직접 접촉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앞서 푸틴 대통령은 지난해 6월 평양 정상회담 때 김 위원장을 모스크바로 초청한 바 있다. 2023년 김 위원장 방러, 2024년 푸틴 대통령 방북에 이어 올해 김 위원장 방러 성사에 관심이 쏠린다.
지난 5월 모스크바에서 열린 전승 80주년 기념 행사에 김 위원장이 참석할 가능성도 제기됐으나 무산됐고, 북러 양국은 정상회담의 시기와 장소를 두고 협의를 이어가고 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9일 푸틴 대통령의 방북이나 김 위원장의 방러 가능성에 대해 "가까운 미래에는 그런 계획이 없다"고 답했다.
라브로프 장관은 11일 북한의 대형 해변 리조트 단지인 원산갈마해안관광지구가 위치한 강원도 원산에 도착했다.
12일 김정은 위원장, 최선희 외무상을 만난 라브로프 장관은 13일 방북 일정을 마치고 중국으로 이동해 14~15일 개최되는 상하이협력기구(SCO) 외무장관 회의에 참석한다.
☞공감언론 뉴시스 ksm@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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