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태평양 전초기지 군수 지원 목적
레이다 탐지 어려운 ‘씨스펙터’ 공개
[서울신문 나우뉴스]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장거리 군수지원을 위해 레이도스가 개발한 씨 스펙터 무인반잠수정. 레이도스 제공
남미 마약상들이 사용하는 ‘나르코 서브마린’에서 아이디어를 얻은 미 해병대가 인도-태평양 지역의 원거리 군수 지원을 위한 신형 무인 군수지원 선박을 도입해 시험하고 있다. 수면 위로 선체 일부만 드러나 탐지가 어려운 마약 운반 잠수정의 특징을 군수 지원에 접목한 것으로 풀이된다.
마약 운반 잠수정에서 탄생한 ‘씨 스펙터’
미 해병대가 2022년 업계에 요청해 인수받은 신형 무인 군수지원선은 길이 약 20m의 ‘씨스펙터’(Sea Specter) 반잠수정이다. 이 선박은 수면 위로 10㎝ 정도만 드러나 탐지가 극히 어렵다. 씨스펙터는 미국 방산업체 레이도스(Leidos)의 자회사인 깁스 앤 콕스(Gibbs & Cox)가 개발했다. 깁스 앤 콕스 관계자는 마약상들의 잠수정이 “더럽고 위험하며 공학적으로 설계되지 않았다”고 언급하면서도 “다른 누구에게 발견될 가능성을 최소화하면서 대량의 화물을 운반하는 임무는 동일하다”며 씨스펙터의 핵심 강점을 강조했다.
2016년 3월 미 해안경비대가 나포한 마약운반잠수정. 미 남부사령부
인도-태평양 전략의 핵심 자산
현재 미국은 유럽과 중동 개입을 최소화하는 동시에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중국과의 대결에 집중하는 전략을 펴고 있다. 그러나 중국군에 의해 항공기나 선박이 격추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면서 분산된 전초 기지로 물자를 운반할 수 있는 자율형 저프로파일 선박(Autonomous Low-Profile Vessel, ALPV) 형태의 군수지원 무인 함선 도입의 필요성이 대두됐다. 씨스펙터는 이러한 미 해병대의 요구에 부합하는 핵심 자산이 될 것으로 보인다.
미 해병대가 일본 오키나와에서 시험한 ALPV. 출처 미 해병대
자율 운항 능력과 뛰어난 운반 효율
미 해병대는 현재 세 척의 씨스펙터를 보유하고 있다. 세 번째 함선은 2세대 시제품으로 일본에 주둔하는 제12 해병 연안연대에서 시험하고 있다. 깁스 앤 콕스는 씨스펙터를 원격 조종 방식으로 개발했지만, 미 해병대는 자율 주행 기능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동 중 나타날 수 있는 선박이나 다른 장애물과의 충돌을 피하기 위한 탐지 센서와 회피 기술도 탑재될 예정이다.
씨스펙터는 갑판 위 2.4m 위치에 8~11㎞ 정도를 탐지할 수 있는 센서를 장착하고 있으며, 시속 8노트(약 14.8km)로 5t 화물을 2300해리(약 4260㎞)까지 운반할 수 있다. 선체 내부에는 탄약과 식량, 연료, 물 또는 기타 물품을 적재한 팔레트를 실을 수 있으며 군수 지원 용도 외에 통신 중계용 패키지 등도 탑재 가능하다.
레이도스는 미 해병대가 ALPV를 2027년까지 공식 프로그램으로 지정할 것으로 예상하며, 다양한 소재로 선체를 제작할 계획도 공개했다. 앞으로 씨스펙터는 미 해병대의 미래 군수 지원 및 인도-태평양 전략에서 중요한 역할을 수행할 것으로 기대된다.
최현호 군사 칼럼니스트 as3030@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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