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코비치가 2025 윔블던 남자단식 4강전에서 시너를 상대하고 있다. 사진/ATP 투어
[김경무의 오디세이] 노박 조코비치(38·세르비아)가 자신보다 15살이나 어린 야니크 시너(23·이탈리아)한테 완패를 당하며, 윔블던 남자단식 8회 우승 도전을 접게 됐습니다. 센터코트에서 퇴장하면서 시너를 비롯해 관중들의 뜨거운 격려의 박수를 받은 그이지만, 표정은 어딘지 모르게 슬퍼보였습니다.
그의 윔블던 여정은 이제 완전히 끝난 것일까요? 그렇지 않은 것 같네요.
11일 영국 런던 올잉글랜드 론테니스클럽에서 계속된 2025 윔블던 챔피언십 남자단식 4강전. 세계 6위 조코비치는 1위 시너를 맞아 더욱 업그레이드 된 폭발적인 서브(에이스 총 12개)로 경기 초반부터 팽팽히 맞섰으나, 세트마다 중대 고비에서 서브게임을 브레이크 당한 끝에 0-3(3-6, 3-6, 4-6)으로 무너졌습니다.
파워 넘치고 빈틈없는 플레이를 펼치는 시너의 우세가 예상되기는 했지만, 조코비치는 무기력해보였고, 경기는 1시간55분 만에 끝나고 말았습니다.
이로써 조코비치는 그랜드슬램 남자단식 25회 우승 도전을 다시 다음 기회로 미뤄야 했습니다. 또한 로저 페더러의 윔블던 남자단식 8회 우승 기록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없게 됐습니다.
조코비치는 지난 7월 2025 롤랑가로스(프랑스오픈) 때도 시너와 4강전에서 격돌했고, 0-3(6-4, 7-5, 7-6<3>)으로 진 바 있습니다. 상대전적도 4승6패를 기록하게 됐네요.
올해 호주오픈에서도 4강에 올라 당시 세계 2위 알렉산더 츠베레프(27·독일)와 맞붙었으나 1세트를 6-7<5-7>로 내준 뒤 햄스트링 부상 때문에 경기를 포기해야 했던 조코비치입니다.
윔블던이 이번 대회 기간 내보내는 ‘뉴스’에 따르면, “엉덩이와 허벅지 부상이 조코비치를 방해했고, 시너가 쉽게 이길 수 있었다”고 합니다.
야니크 시너와 노박 조코비치는 윔블던에서 2022년과 2023년 포함해 3번 격돌했고 시너가 2패 뒤 이번엔 이겼다. 사진/윔블던
호주오픈과 이번에 두번 다 ‘운이 없는 것(unfortunate)이 아니었느냐’는 질문에 대해 조코비치는 미디어에 솔직히 이렇게 털어놨습니다.
"그게 불운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냥 나이, 몸의 마모(the wear and tear of the body)일 뿐입니다. 제가 몸을 관리하고 있는 만큼, 솔직히 말해 1년 반 동안 그 어느 때보다도 현실이 저를 강타하고 있습니다.”
"신선하고 건강할 때, 여전히 정말 좋은 테니스를 칠 수 있다고 느끼기 때문에 그런 현실을 받아들이는 것은 저에게 힘든 일입니다. 올해 그것을 증명했습니다. 하지만 특히 5세트 경기를 하는 것은 신체적으로 정말 힘든 일이었습니다.”
"대회가 길어질수록 컨디션은 더 나빠집니다. 파이널 단계에 도달하고, 올해 모든 슬램의 4강전에 오르지만, 시너나 알카라스를 상대해야 합니다. 이 사람들은 건강하고, 젊고, 날카롭습니다. 탱크를 반 정도 비운 상태에서 경기에 들어가는 기분입니다. 그런 경기에서 이길 수는 없습니다."
조코비치는 이렇게 나이와 체력의 한계, 시너와 알카라스 등 ‘빅2’ 상대의 어려움을 토로했습니다.
"부상에 대해 자세히 이야기하고 싶지 않고, 최선을 다하지 못하는 것에 대해 불평하고 싶습니다. 또 한번의 멋진 플레이를 한 야니크에게 축하를 전하고 싶습니다. 그게 다입니다. 그는 너무 강했습니다.”
조코비치는 윔블던과의 인연이 완전히 끝나지 않았다고도 확실히 밝혔습니다.
"올해 또는 지난해 그랜드슬램을 차지하지 못했다는 사실에 상관없이, 여전히 그랜드슬램에서 최고의 테니스를 계속 치고 있다고 느낍니다. 저를 괴롭히는 것은 단지 신체적인 측면일 뿐입니다. 경기를 하고 싶어하고, 결의에 차 있습니다. 하지만 그러면 몸이 말을 듣고 싶어 하지 않습니다(the body doesn’t want to listen). 그게 다예요.”
이날 기자회견 중 ‘이번이 윔블던 센터코트에서의 마지막 경기였다면 슬펐을까요?’라는 질문이 나왔습니다.
"슬플 것 같지만, 희망하건데 이번이 센터코트에서의 마지막 경기는 아닙니다. 오늘 저의 윔블던 커리어를 끝낼 계획은 하지 않고 있습니다. 적어도 한번 더 꼭 돌아올 계획이고, 센터코트에서 확실히 뛸 계획입니다."
노박 조코비치가 11일 2025 윔블던 남자단식 4강전에서 야니크 시너에 진 뒤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윔블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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