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4년 8월 21일 당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를 예방해 대화하며 손을 맞잡고 있다. 뉴시스

광복절이 한 달 앞으로 다가오면서 조국 전 조국혁신당 대표의 광복절 특별사면 여부가 여권의 뜨거운 감자로 떠오르고 있다.

지난 10일 박상기 전 법무부 장관을 비롯한 법대 교수 34명은 “내란 청산과 국민통합을 위해 사면·복권이 필요하다”며 조 전 대표에 대한 탄원서를 대통령실에 제출했다. 대통령실은 묵묵부답 중이다.

이 대통령은 지난 3일 비교섭단체 5당 지도부와 오찬에서도 조 전 대표에 대한 광복절 특사 요청을 받았지만, 즉답하지 않았다. 반면 이 자리에서 윤석열 정부 시절 노·정 갈등으로 집단 파업을 벌이다가 수감된 건설 및 화물연대 노동자 관련 사면·복권 건의에 대해선 “현재 수형 중인 노동자들의 현황을 파악하고, 적극적 대화를 해라”라고 지시했다.

여권 고위 관계자는 “일반 형사범 사면과 달리, 정치인 사면은 고도의 정무적 판단이라 직전 결정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결국 조 전 대표를 포함할지가 핵심 쟁점”이라고 말했다. 조 전 대표는 자녀 입시 비리와 청와대 감찰 무마 혐의로 지난해 12월 대법원으로부터 징역 2년 실형을 확정받아 서울 구치소에 수감됐다. 만기 출소일은 2026년 12월 15일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3일 서울 한남동 관저에서 열린 국회 비교섭단체 지도부와 오찬회동에서 조국혁신당 김선민 당대표 권한대행 발언을 듣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이 대통령과 조 전 수석은 의외로 가까운 사이라는 게 주변 평가다. 조 전 대표가 문재인 정부 청와대 민정수석을 지낼 당시 이재명 경기지사를 겨냥한 검경 수사도 본격화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두 사람이 불편한 관계일 것”이란 추측이 있지만 실제는 정반대란 것이다. 친명계 인사는 “2014년 세월호 사태 때 목소리를 높였던 이재명 성남시장을 당시 조국 교수가 직접 찾아 첫 인연이 시작된 오래된 사이”라며 “윤석열 검찰로부터 같이 피해를 봤단 유대감이 깊다”고 말했다.

물론 친분이 사면을 좌우하진 않는다. 문재인 전 대통령과 그의 복심으로 불렸던 김경수 전 경남지사가 대표적 경우다. 김 전 지사는 2017년 대선 때 ‘드루킹 댓글 조작 사건’에 연루돼 징역 2년을 확정받고 2021년 7월 수감됐다. 문재인 정부 마지막 사면·복권 대상으로 유력 거론됐지만 정작 사면은 2022년 12월 윤석열 정부에서 단행됐다. 이후 2024년 복권이 추가로 이뤄져 피선거권을 회복했다.

민주당 관계자는 “문 전 대통령이 제 식구 챙긴다는 비판을 경계한 것 아니겠나”라면서도 “반대로 말하자면 여론을 의식해 정무적 결단을 제쳐둔 것이기도 했다”고 했다. 

2017년 5월 9일 당시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서울 서대문구 자택에서 19대 대통령 선거 방송3사 출구조사를 확인한 뒤 국회로 출발하기 위해 차량에 오르고 있다. 오른쪽은 김경수 의원. 뉴시스

이미 대통령실 민정수석실에선 역대 정권별 특사 명단에 관한 기초 검토는 이뤄졌다고 한다. 남은 건 정무 판단이란 게 복수 여권 관계자의 말이다.

고민의 핵심은 시기의 적절성이다. 익명을 원한 민주당 재선 의원은 “지금은 정부가 갓 출범해 개혁 입법을 논할 때”라며 “조 전 대표가 억울한 것은 알겠지만 대의를 위해 적어도 연말까지는 참아줘야 한다”고 했다. 조 전 대표가 아직 형기의 절반도 채우지 않았다는 점도 이 대통령에겐 부담이다.

대통령실 관계자도 “취임 2개월 만에 정치인 사면, 그것도 국민감정이 호의적이지만은 않은 조 전 대표를 사면하는 것은 간단치 않은 문제”라며 “물리적으로 가능할지도 따져봐야 한다”고 했다. 사면·복권은 법무부 장관 소속 사면심사위원회에서 이뤄지는데, 아직 정성호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인사청문회도 거치지 않은 상태인 데다, 사면 심사 역시 최소 한달은 걸리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인수위 없이 출범했던 문재인 정부도 취임 후 첫 광복절 때 “물리적 진행이 불가능하다”는 명분으로 특별사면이란 정치적 부담을 피해 갔다. 당시에도 진보 진영이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과 이석기 전 통합진보당 의원을 석방하라고 청와대를 압박하는 상황이었다.

반대로 지금이 적기란 입장도 맞선다. 호남권 민주당 의원은 “내란 세력들은 멀쩡히 바깥을 돌아다니는데 먼지떨이로 최고 형량을 때린 조 전 대표는 감옥에 있는 게 말이 되나”라고 했다. 또 다른 대통령실 관계자도 “동정여론은 충분히 모였다”며 “결단이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 그게 곧 사법정의 복원”이라고 주장했다. 

조국혁신당 김선민 대표 권한대행과 김민석 국무총리가 10일 서울 모처에서 회동하고 있다. 김 대표 권한대행은 김민석 총리에게 '검찰개혁 입법 국정과제 반영 제안서'를 전달했다. 연합뉴스

정치적 효과를 두고도 의견은 엇갈린다. 여권 관계자는 “조 전 대표가 더 왼쪽 진영의 목소리를 담당해주면 이재명 정부의 중도우클릭이 더 선명해질 것”이라며 “김민석 국무총리와도 2인자 경쟁에 나서 준다면 정권 재창출이 궁극의 목표인 여권에 더 활력이 돌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또 다른 관계자는 “이미 혁신당이 이재명 정부의 검찰 간부 인사 및 특활비 부활 등에 대해 사사건건 태클을 걸고 있는데 조 전 대표가 나오면 더 할 것”이라며 “형기를 다 채우고 출소해야 조 전 대표도 차기 대선을 위한 서사가 비로소 생기지 않겠나”라고 했다.

한편 조 전 대표는 지난달 10일 언론에 공개한 자필 편지에서 “사면권은 헌법상 오롯이 대통령의 고유권한”이라며 “독방에서 겸허한 마음으로 과거에 대한 성찰과 미래에 대한 구상에 집중하고 있을 뿐”이라고 알렸다.

윤지원·조수빈 기자 yoon.jiwon1@joongang.co.kr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