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스 회사 지앤에프 인수 추진
소스 생산 내재화···종합 식품기업 도약
'불닭 신화'로 쌓은 현금 M&A로 활용
'황제주' 등극 후 연일 신고가 경신
"공급망 안정화 기여···주가 상승 기대"
[서울경제] 이 기사는 2025년 7월 11일 14:56 자본시장 나침반 '시그널(Signal)' 에 표출됐습니다.
뉴욕타임스스퀘어 전광판에 나오고 있는 ‘불닭’ 소스 광고. 사진 제공=삼양라운드스퀘어
삼양식품(003230)이 창사 이래 첫 기업 인수합병(M&A)을 단행한다. 국내 소스 전문기업 지앤에프(GNF)가 그 대상이다. 불닭볶음면으로 새로운 신화를 쓰고 있는 삼양식품은 탄탄한 실적과 자금력을 바탕으로 기존의 보수적인 투자 기조를 넘어 과감한 M&A 전략을 가동한다는 전략이다.
11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삼양식품은 이날 지앤에프 지분 100%를 인수하는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했다. 거래가는 약 600억 원으로 알려졌다. 삼양식품이 1961년 창사 이래 회사를 인수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지앤에프는 라면 스프 및 분말소스 제조에 주력하는 회사로 농심(004370), 풀무원(017810), 오뚜기(007310) 등 국내 유수의 식품기업에 제품을 납품하고 있다. 회사의 지난해 매출은 417억 원, 영업이익은 32억 원이었다.
삼양식품은 지앤에프 인수를 통해 기존 외주에 맡겨온 라면 스프 생산을 내재화하고, 품질 관리 및 원가 경쟁력을 동시에 확보할 계획이다. 그동안 삼양식품은 불닭볶음면을 포함해 대부분 라면 제품의 액상·분말 스프 등의 원료를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외주 생산에 위탁해왔다. 최근 원가 상승과 공급망 불안정성이 높아진 만큼, 핵심 소재를 직접 생산할 수 있는 역량 확보는 기업가치 제고에도 긍정적일 것으로 보인다.
이번 거래는 삼양식품이 불닭볶음면 등 자사 라면 제품에 들어가는 소스를 직접 생산하고자 하는 전략에서 비롯된 것이다. 스프 제조의 내재화를 통해 품질과 공급 안정성을 강화하고, 원가 절감 효과까지 동시에 노릴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삼양식품은 그동안 제품 액상·분말 스프 등의 소스 원료를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외주 생산에 위탁해왔다. 국내 소스 기업들 중 우수한 생산 설비와 OEM 역량을 갖춘 곳을 물색하다 지앤에프를 인수 대상으로 낙점했다. 서울에 본사가 있는 지앤에프는 충북 음성군에 2개의 생산시설을 보유하고 있다.
불닭볶음면의 글로벌 흥행과 생산 확대 흐름 속에 스프 공급 능력은 기업 경쟁력의 핵심 요소로 부상하고 있다. 최근 원가 상승과 공급망 불안정성이 높아진 만큼, 핵심 소재를 직접 생산할 수 있는 역량 확보는 기업가치 제고에도 긍정적일 것이라는 게 업계 시각이다.
삼양식품이 직접 스프 제조 능력을 확보함으로써 품질·원가·납기 등 모든 측면에서 경쟁 우위를 선점하는 동시에, 라면업계 전체 공급망에도 새로운 긴장감을 불어넣을 것으로 예상된다. 삼양식품이 라면 스프 등을 지앤에프를 통해 직접 생산하게 되면 기존 고객사인 타 라면업체들의 원재료 수급에도 변화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한 식품업계 관계자는 “이번 거래로 지앤에프는 생산 역량을 삼양식품 제품에 우선적으로 투입하게 되고 결과적으로 계열사 수요에 기반한 성장세를 이어나가게 될 것”이라며 “이번 거래로 삼양식품과 지앤에프가 속한 식품업계와 소스 원료 제조업계의 공급 체인에 큰 변화가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삼양식품은 이번 지앤에프 인수를 계기로 불닭볶음면에 편중된 사업 구조에서 벗어나, 종합 식품회사로 도약하는 전기를 마련한다는 구상이다. 그동안 삼양식품의 투자는 공장 가동 확대 등 유기적 성장에만 집중돼 왔다. 기업 M&A에는 보수적인 태도를 견지왔지만 이제는 전향적인 전략으로 방향을 튼 것이다. 지앤에프 인수는 이런 경영 전략의 전환점을 의미한다.
최근 삼양식품은 헬스케어 분야로의 확장을 모색하며 M&A와 함께 관련 인력 채용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오너 3세인 전병우 삼양라운드스퀘어 잔략총괄(상무)이 이끄는 미래 신사업 추진의 일환으로, 성장 정체 우려를 돌파하기 위한 전략적 포석이다.
식품업계에서는 삼양식품의 이번 결정이 단순히 지앤에프 인수에 그치지 않고 향후 추가 M&A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삼양식품은 지주사 삼양라운드스퀘어와 함께 4000억 원 이상의 현금성 자산을 보유하고 있어 공격적인 투자에 나설 재무적 여력도 충분하다.
최근 삼양식품은 불닭볶음면을 필두로 글로벌 라면 시장에서 거침없는 성장 가도를 달리고 있다. 미국, 중국, 동남아 등 해외 매출이 빠르게 증가하면서 올 1분기 연결기준 매출 5290억 원, 영업이익 1340억 원으로 창사 이래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특히 수출 비중이 70%를 넘어서는 등 이제는 명실공히 글로벌 기업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주가 역시 거침없는 상승세로 역사를 새로 쓰고 있다. 최근 연일 신고가를 갈아치우며 고공행진을 이어가는 가운데, 올 5월 16일 종가 기준 주가가 100만원을 뚫으며 ‘황제주’ 반열에 오른 데 이어 지난달 29일에는 국내 식품업계 최초 시가총액 10조 원을 돌파했다. 전날도 장 중 150만원을 돌파하며 52주 신고가를 경신했다. 외국인 매수세와 국민연금의 추가 지분 매입에 힘입어 시장의 시선은 새로운 신고가로 향하고 있다. 불닭볶음면의 소스를 제공하는 식품원료기업 에스앤디도 ‘불닭 열풍’의 덕을 톡톡히 봤다. 지난해 8월만 해도 3만원대에 불과했던 주가가 1년 사이 크게 올라 현재 13만원대에서 움직이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이번 M&A를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이번 인수는 원가 구조 개선과 공급망 안정화에 기여할 뿐 아니라, 삼양식품의 글로벌 시장 경쟁력을 한층 높일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장기적으로 주가 상승 모멘텀을 제공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박시은 기자 good4u@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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