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숙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후보의 ‘논문 가로채기’ 의혹이 이어지고 있다. 이 후보는 제자들의 학위 논문을 토대로 또다른 논문을 썼고 이를 학술지에 투고하면서 자신을 ‘1저자’로 올렸다. 학술지 논문에서 제자들은 후순위 저자가 됐다. 이 후보가 1저자를 차지한 것을 두고 연구 윤리 위반 논란이 진행 중이다.
뉴스타파는 이 후보가 KCI 등재 학술지에 발표한 논문을 전수 검증했다. 논란이 아닌, 명백한 연구윤리 위반 의혹이 드러났다. 논문 표절 문제다. 취재 결과, 이 후보가 1저자로 이름을 올린 논문 가운데 22건이 ‘위험한 수준의 표절’로 확인됐다.
이 후보는 자신이 지도한 제자들의 석·박사 학위논문을 베껴 쓴 뒤 이를 학술지에 투고하면서 단 한 건도 출처와 인용 표기를 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 후보의 논문이 실린 대한건축학회 등은 이 같은 행위를 표절, 즉 연구 윤리 위반으로 규정하고 있다.
이진숙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후보.
이진숙 KCI 학술지 논문 전수 조사… ‘1저자’ 논문 94건 중 22건이 표절
뉴스타파는 이 후보가 1999년부터 현재까지 KCI 등재 학술지에 발표한 논문 154건을 전수 수집했다. 이 중 94건이, 이 후보가 ‘1저자(주저자)’로 이름을 올린 논문이었다.
논문 94건의 표절 여부를 ‘카피킬러’로 검사한 결과, 표절률 20% 이상인 논문이 22건으로 나타났다. 학계에서는 통상적으로 유사도 10%가 넘으면 ‘유의할 수준의 표절’, 20% 이상을 ‘위험한 수준의 표절’로 본다.
뉴스타파는 위험한 수준의 표절로 나타난 22건의 논문을 면밀히 분석했다. 표절률 수준을 보면 ▲40%대가 7건, ▲30%대 5건, ▲20%대 10건이었다.
22건 가운데 ▲20건이 제자들의 석·박사 학위논문을, ▲2건은 이 후보 본인이 과거에 썼던 논문 등을 베껴온 것으로 드러났다.
이진숙, 제자 학위논문의 오자까지 ‘복붙’해 학술지 논문 투고
표절률이 가장 높게 나타난 논문은 2001년 3월 ‘한국실내디자인학회’ 논문집에 출판된 <재료의 색채와 입도가 건축재료평가에 미치는 영향도 예측>이다. 전체의 49%, 절반 가량을 제자 오 모 씨의 석사학위 논문 <건축 재료의 질감 및 색채 평가에 대한 실험적 연구>에서 베껴왔다.
두 논문은 실험 방법, 결론은 물론 참고문헌까지 동일하다.
먼저, 논문의 실험 조건과 환경, 30명이라는 실험 참가자의 숫자와 남녀 50%씩의 성비, 이들이 책상에 앉아서 들여다보는 상자의 규격 등이 전부 똑같았다.
오 모 씨의 석사학위 논문(왼쪽)과 이 후보자 논문. 실험 조건과 환경이 완전히 동일하다.
이 후보는 논문의 오자까지 그대로 복사해 붙여넣었다. 오 씨는 석사 논문에서 ‘거친’을 ‘거칠은’이라고 잘못 썼다. 이 후보의 논문에는 이 오자가 그대로 나온다.
오 모 씨의 석사학위 논문(왼쪽)과 이 후보자의 논문. ‘거칠은’이라는 오자를 그대로 베껴넣었다.
실험 결과도 일치했다. 논문에 실려 있는 수치가 하나도 빠짐 없이 동일하다. 이에 따른 결론 역시 똑같았다.
오 모 씨의 석사학위 논문(왼쪽)과 이 후보자 논문의 건축 재료별 실험 결과 분석 수치. 하나도 빠짐 없이 동일하다.
두 논문의 참고 문헌 부분도 완전히 같다. 논문을 나열한 순서만 달랐다.
오 모 씨의 석사학위 논문(왼쪽)과 이 후보자 논문의 참고 문헌. 나열 순서가 일부 다르고 어떤 논문은 목록에서 삭제됐을 뿐 똑같다.
이처럼 논문의 핵심 내용을 모두 베꼈음에도, 표절률이 49%에 그치는 이유가 있다. 문장을 복사해 붙여넣으면서 단어 몇 개를 바꾸거나 추가했기 때문이다. 이 경우 문장의 내용이 같더라도 표절 검사 프로그램은 이를 표절 문장으로 인식하지 못한다.
이 논문은 한국실내디자인학회 논문집에 실렸다. 오 씨의 석사 논문을 인용했다는 출처 표기는 없었다.
출처 및 재출판 사실 명기 없는 ‘표절’... 주요 학회는 연구윤리 위반으로 간주
이 후보는 이처럼 제자들의 석·박사 논문을 출처와 인용 표기 없이 베끼는 방식으로 KCI 등재 학술지에 20건의 논문을 실었다.
이를 포함해 위험한 수준의 표절이 의심되는 KCI 논문은 모두 22건으로 나타났다. 나머지 2건은 이 후보 본인이 과거 펴낸 논문 등을 자기 표절한 것이었다.
표절 의심 논문 22건의 절반인 12건은 대한건축학회 논문집에 실렸다. 대한건축학회의 연구윤리규정은 ▲학위논문 또는 선행연구 논문을 통해 이미 발표된 학문적 아이디어나 연구결과 등을 출처를 명확히 밝혀 인용하지 않고 기술하는 행위를 표절로 정의한다.
또 ▲게재 예정이거나 심사 중인 연구물과 이미 출판된 논문을 새로운 논문인 것처럼 투고하는 행위를 금하고 있다. ▲KCI 등재지나 등재후보지가 아닌 일반 학술지에 게재된 논문이나 학위논문, 연구보고서는 수정·보완해 투고할 수 있지만, 그런 사실을 논문에 명기해야 한다고 정하고 있다.
이 후보의 표절 의심 논문 6건이 게재된 한국색채학회도 연구윤리규정을 통해 ▲타인의 연구결과를 참조할 때 출처를 명시하지 않고, 자신의 연구결과나 주장인 것처럼 제시하면 표절이라 규정하고 있다. ▲이미 출판된 자신의 연구물을 새로운 연구물인 것처럼 투고하는 것 또한 금지한다.
표절 의심 논문 2건이 실린 한국조명설비학회지의 연구윤리규정 역시 ▲다른 연구자의 연구결과를 참고문헌의 인용 없이 논문의 전부 혹은 일부로 사용하는 것은 표절에 해당한다고 정하고 있다.
이를 포함해 공학 분야 주요 학회에서는 이 후보와 같은 사례를 연구 윤리 위반으로 판단하고 있다.
이진숙 후보 측 “인사청문회 때 밝힐 것” 입장 되풀이
이 후보 측은 뉴스타파가 제기한 표절, 연구 윤리 위반 의혹에 대해 “연구 부정행위는 일률적인 기준으로만 판단하기 어렵고, 개별연구의 유형과 특성, 연구가 이루어진 전체적인 맥락 등을 세밀하게 고려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또 “개별 논문들에 대한 구체적인 소명은 인사청문회를 통해 소상히 밝힐 예정”이라고 했다.
뉴스타파 김지윤 jiyoon@newstapa.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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