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재수 해양수산부 장관 후보가 국회의원 선거를 앞둔 시점마다 자신의 SNS 글 등을 짜깁기해 책을 펴내고, 출판기념회를 열어 판매해온 사실이 확인됐다.

전 후보는 지금까지 세 권의 책을 냈다. 발간 직후 매번 출판기념회를 개최했다. 세 번의 출판기념회는 모두 총선을 앞둔 시점에 진행됐다. 권당 책 가격은 1만 5,000원에서 2만 원, 출판기념회에는 매번 1,000명에서 3,000명의 사람들이 몰렸다.

뉴스타파는 전 후보의 책 세 권을 살펴봤다. 책은 자신의 SNS 글과 강연회 내용, 국회 발언 등을 그대로 짜깁기한 내용이 상당수였다. 이전에 자신이 발간했던 책의 내용을 그대로 복사해 붙여넣기도 했다.

전 후보가 출판기념회를 통해 선거에 필요한 자금을 끌어모으려고, 출판기념회용 도서를 양산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나온다.

전재수 책① 본문의 약 절반이 'SNS 복붙' 글... 출판기념회에 1,000여 명 참석 

전 후보는 더불어민주당의 3선 현역 의원이다. 부산 북구갑 지역구에서 2016년 20대 총선부터 지난해 22대 총선까지 내리 당선됐다.

20대 총선을 한 해 앞두고 있던 2015년 3월, 전 후보는 첫 번째 출판기념회를 열었다.

첫 출마했을 때 (득표율) 33%, 지난번(19대 총선)에는 48%였습니다. 부산 민심이 지난 10년간 변하고 있다는 걸 반영하는 것라고 저는 생각합니다.요즘 정치인들 출판 기념회 겁나 합니다. 전재수 겁도 없이 출판기념회 합니다. 세 번 출마 하면서 한 번도 안 했습니다. 한 번은 해도 되잖아요.
- 전재수 출판기념회 인사말 (2015.3.21.)

그런데 이날 행사장에서 전 후보는 자기가 낸 책의 품질을 의식하는 발언을 했다.

그보다도 나이 사십 중반에 무슨 인생의 성찰이 있어서 책을 냅니까? 전재수가 부족한 부분 있더라도 격려하고 손 잡아 주십시오.
- 전재수 출판기념회 인사말 (2015.3.21.)

당시 전 후보가 펴낸 책의 제목은 <전재수의 시대성찰 이야기>다. 책에 실린 글들을 살펴봤다. 이 중 하나가 '마왕님, 잘 가시게'라는 제목의 글이다. 가수 신해철 씨의 죽음을 애도하는 글인데, 아래 내용이 전부다.

<전재수의 시대성찰 이야기> 144쪽

책의 바로 다음 페이지에는 자신이 새정치민주연합 부산 북구 지역위원회 위원장으로 선임됐다는 내용의 글이 나온다.

<전재수의 시대성찰 이야기> 145쪽

이어지는 다음 글은 '좋은 하루 되라'는 내용이다.

<전재수의 시대성찰 이야기> 146쪽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배우자 권양숙 여사의 건강을 기원하는 글, 자신의 근황을 전하는 글 등이 두서 없이 이어진다.

<전재수의 시대성찰 이야기> 151쪽

전 후보가 직접 밝히는 책의 주제는 '따뜻한 공동체를 위하여... 이제, 갑들의 잔치는 끝났다'. 그런데 본문에서는 책의 주제와 동떨어진 내용의 글이 마구잡이로 나온다.

<전재수의 시대성찰 이야기> 152쪽

이유가 있다. 전 후보가 자신의 하루 하루를 기록한 SNS의 글을 그대로 옮겨와 책을 펴냈기 때문이다.

추천사와 목차를 제외한 <전재수의 시대성찰 이야기> 본문은 총 141쪽 분량이다. 이 가운데 ▲전 후보 카카오스토리의 글을 복사해 붙여넣은 게 48쪽, ▲페이스북의 게시물을 그대로 옮겨온 게 15쪽 분량이었다. 본문의 44%, 절반 가까이 된다.

이 책의 가격은 1만 5,000원이다. 20대 총선 출마를 앞두고 전 후보는 이 책으로 출판기념회를 열었다. 천여 명의 지지자가 몰렸던 것으로 전해진다.

전재수 책② 본문의 약 90%가 '복붙'과 짜깁기... 출판기념회에 3,000여 명 참석 

전 후보는 이후에도 두 권의 책을 더 펴냈고 그때마다 출판기념회를 열었다. 발간 연도와 책 제목은 2019년 <따뜻한, 숨>, 2023년 <따뜻한, 힘>이다. 뉴스타파는 이 책들도 확인했다. 

먼저 21대 총선을 반 년 앞두고 있던 2019년 9월, 전 후보가 펴낸 <따뜻한, 숨>을 보니 2015년의 책 <전재수의 시대성찰 이야기>에 실렸던 글이 그대로 실려 있었다.

추천사와 목차를 제외한 책의 본문은 모두 300쪽 분량이다. 182쪽 분량, 전체의 60%가 이전 책을 복사해 붙여넣은 것이었다. 

나머지 40% 분량도 하나 하나 확인했다. 이 중 하나가 'BTS 전정국 보유동, 만덕동 만세'라는 제목의 글이다.

전 후보는 이 책의 머리말에서 "구민 여러분들의 삶에 더욱 튼튼히 뿌리내리겠다"며 새로운 다짐, 약속을 위해 책을 썼다고 밝혔다. 

그런데 BTS 멤버가 내 지역구에 살아서 좋다는 내용은 이 책의 취지와 다소 동떨어져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 글이 실린 이유가 있다. 전 후보가 자신의 SNS에 올렸던 글을 이번에도 그대로 복사해 붙여넣었기 때문이다.

2018년 5월 28일 전재수 후보의 페이스북 글(오른쪽)과 전 후보의 책 <따뜻한, 숨> 242쪽

책의 취지와 동떨어진 내용은 계속 나온다. 책의 후반부 43쪽 분량은 전 후보가 자신의 대학 후배들에게 했던 강연 내용을 그대로 옮겨온 것이었다.

<따뜻한, 숨> 318쪽

정리하면 ▲본문 300쪽 가운데 182쪽 분량(60%)은 2015년의 책 <전재수의 시대성찰 이야기를> 복사해 붙여넣은 것이었다. ▲48쪽 분량(16%)은 자신의 SNS 글을, ▲14%는 후배들을 대상으로 한 강연 내용을 그대로 옮겨왔다. 전체의 90% 가량이 일명 '복붙', 짜깁기된 내용이다.

전 후보 측은 "이 책이 과거에 펴냈던 <전재수의 시대성찰 이야기>의 개정판"이라고 해명한다. 책의 서두에서도 이 사실을 밝히고는 있다. 하지만 이 책을 정상적인 개정판으로 보기 힘든 대목들이 곳곳에서 확인된다. 

앞서 확인한 것처럼 첫 번째 책이 나온 시점이 2015년, 두 번째 책이 나온 건 2019년이다. 정상적이라면 4년이라는 시간의 흐름을 반영해 내용을 개정했어야 한다. 

그런데 과거의 글을 복사해 그대로 붙여넣은 대목들이 잇따라 확인된다. 전 후보가 2015년 책에서 '4년'이라고 표현한 내용이, 4년이 지난 2019년의 책에도 똑같이 '4년'이라고 돼있다. 2015년 책에 나오는 '얼마 전'이란 표현이, 4년 뒤인 2019년 책에서도 똑같이 ‘얼마 전’이라고 나오기도 한다.

책에서 개정된 부분이 있기는 하다. '가끔 동네 빵집에 갑니다'를 '가끔 빵집에 갑니다'로 바꾸거나, '우리의 정치상황'을 '한반도를 둘러싼 정세'로, '올 한 해도를 '한 해도'로 고친 대목이다. 

전재수 후보 측은 "2019년의 책 <따뜻한, 숨>이 2015년 <전재수의 시대성찰 이야기>의 개정판"이라고 해명하지만, 정상적인 개정판으로 보기 힘든 대목들이 곳곳에서 확인됐다.

2019년 개정판 책의 가격은 2만 원이다. 2015년에 낸 책보다 5,000원 올렸다. 21대 총선을 반 년 앞둔 시점에 전 후보는 이 책으로 출판기념회를 열었다. 3,000여 명의 지지자가 몰렸던 것으로 전해진다. 

전재수 책③ 국회 발언까지 '복붙'해 책 발간... 출판기념회에 3,000여 명 참석

마지막으로 22대 총선을 반 년 앞둔 2023년 9월, 전 후보가 펴낸 <따뜻한, 힘>이다.

이 책의 출간일은 2023년 9월 8일이다. 그런데 책에서는 2021년 2월 26일을 오늘이라고 표현하고 있다. 

<따뜻한, 힘> 34쪽

전 후보가 2021년 2월 26일, 국회에서 한 발언은 다음과 같다.

박병석 국회의장님과 선배, 동료 의원 여러분! 더불어민주당 부산 북구 출신 전재수 의원입니다. 2021년 2월 26일, 마침내 오늘 가덕도신공항 특별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습니다.
- 전재수 더불어민주당 의원(2021.2.26.)

자신이 국회에서 한 발언 가운데 인사말만 제외하고 그대로 책에 옮긴 것이다. 이전 책만큼 많은 분량은 아니지만 SNS에 올렸던 글을 그대로 복사해 붙여놓은 부분이 여기서도 확인됐다.

'출판기념회용 도서' 양산 의혹... 전재수 "의정 활동 공유, 홍보 목적" 해명

정치인의 출판기념회는 오랫동안 탈법적인 정치자금 조달 창구라는 비판을 받아 왔다. 참석자들이 내는 책값에 기준이 없고, 해당 정치인의 업무와 관련있는 기업이나 단체의 로비 공간으로 악용돼 왔기 때문이다. 출판기념회를 통해 모집된 돈은 정치자금법 등 현행법의 제재를 전혀 받지 않아, 속칭 '꼬리표 없는 돈'으로 불린다.

뉴스타파는 전 후보에게, 출판기념회를 열어 선거에 필요한 자금을 끌어모으기 위해, SNS의 글을 짜깁기하는 등의 방식으로 출판기념회용 도서를 양산한 것은 아닌지 물었다. 또 세 차례의 출판기념회를 통해 현금 수입을 얼마나 올렸는지, 해당 수입을 국세청에 신고했는지 등을 질의했다.

전 후보 측은 "(두 번째, 세 번째 책은) 일반 서점에 유통하지 않았고, 출판기념회를 제외하고는 책을 판매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선거를 앞두고 출판기념회용으로 발간한 책은 맞다는 것이다. 

다만, "지역 주민들에게 자신의 정치 철학과 의정 활동을 공유하고 홍보하기 위해 책을 쓴 것"이라고 밝혔다. "낙선 시절 SNS 등을 통해 나눴던 단상과 고민을 책에 포함했고, 정치적 신념과 활동을 기록하기 위해 일부 국회 발언 등을 원문을 유지하는 선에서 책에 실은 것"이라고 해명했다.

또 "출판기념회를 통한 수입에 대해서는 현재 확인 중이며, 별도의 국세청 신고 내역은  없는 것으로 파악된다"고 답했다.

뉴스타파 연다혜 dahye@newstapa.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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