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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약 
·미국 요구 적극 수용한 캄보디아 
·중동의 미국 안보 파트너 이라크 
·EU 등 우방국 도움받은 보스니아

세계 각국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최근 공개한 상호관세 세율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일부 국가는 미국 정부가 지난 4월 발표했던 과세 수준보다 낮아져 그 배경에 관심이 커지고 있다. 이들 국가는 다양한 방식으로 미국의 관세 압박에 대응했다. 한국 정부도 이들 국가의 전략와 미국의 대응을 참고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스리랑카, 14p%↓
11일 외신 등에 따르면 스리랑카의 상호 관세율이 44%에서 30%로 14% 포인트 떨어졌다. 이번 세율 공개 대상국 중 가장 큰 폭으로 관세율이 내려갔다. 

스리랑카는 2022년 주권채무 불이행(디폴트)을 선언할 정도로 심각한 경제위기를 겪고 있다. 높은 수입관세와 비관세장벽을 유지해 온 국가 중 하나다.

미국은 스리랑카와 무역에서 의류·고무제품 등의 수입으로 적자를 보고 있었다. 미국은 스리랑카의 관세장벽(농산품, 자동차 등)이 높다는 점을 지적해왔다.

최근 국제사회는 스리랑카의 경제회복을 지원하기 위해 IMF 구제금융을 주선하고 채무조정을 논의하는 등 노력을 기울였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이 44% 관세를 강행할 경우 스리랑카 경제에 치명타가 될 수 있었다는 지적도 나왔다. 스리랑카가 중국에 더 의존하게 만드는 역효과를 낳을 수 있었다는 의견도 있었다.

이를 의식한 트럼프 행정부가 스리랑카의 관세율을 하향 조정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 정부는 공식적으로는 '상대국의 성실한 협상 의지' 등을 이유로 들었다.

캄보디아, 13%p↓
캄보디아의 경우에는 49%에서 36%으로 13% 포인트 줄었다. 4월 첫 발표에서 나온 49%는 모든 대상국 중 최고치였다. 

이는 캄보디아가 미국에 상대적으로 높은 관세와 비시장경제적 요소(중국과 밀착 등) 등을 반영한 것이다. 캄보디아는 즉각 대응에 나섰다.

쏜 찬톨 캄보디아 부총리 겸 상무장관이 지난 4월 말 워싱턴을 방문해 USTR 등과 협상 일정을 잡았다. 5월과 6월 여러 차례 화상·대면 회의를 진행했다

무엇보다 미국이 우려하는 중국의 우회수출을 차단하기 위해 캄보디아 내 원산지 규정 엄격 적용을 약속했다. 미국산 제품(농산물 등)의 캄보디아 수입을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EU가 인권 문제로 캄보디아에 부여했던 EBA 무관세 혜택 일부를 철회한 것도 대응했다. 캄보디아는 미국에 노동권 개선 및 민주주의 진전을 약속했다.

이라크, 9%p↓
이라크의 경우에는 30%에서 39%에서 9% 포인트 떨어졌다. 처음 책정된 39%는 대상국 중 비교적 높은 편이었지만 최종 확정치는 완화됐다.

이라크는 미국과 무역수지 불균형이 큰 국가다. 주로 이라크의 원유 수출 때문이다. 미국은 과거 이라크산 원유를 다량 수입해 매년 상당한 무역적자를 기록했다.

이라크는 적극 대응했다. 지난 4월 9일 미국 상공회의소와 이라크 상공회의소연맹은 민간 부문 간의 업무협력을 체결했다. 비슷한 시기 TIFA 회의에서 미국산 제품에 대한 차별적 조치 철폐하기로 합의했다.

안보상 이유도 있다는 분석이다. 이라크는 중동에서 미국의 군사적 파트너다. 이라크는 자국 내 미군 주둔 문제나 테러 대응 협력을 부각시키며 '우리는 미국의 파트너'라는 메시지를 보내 관세 압박을 완화할 수도 있다.

라오스, 8%p↓
라오스의 경우에는 48%에서 40%로 관세율이 내려갔다. 4월 발표 당시 라오스의 관세는 최고 수준이었다. 이는 라오스가 평균 관세율이 높고 대미 무역흑자 비중이 큰 점을 반영한 것이다. 

그러나 라오스는 미국과 직접적인 통상 협상을 할 만한 역량이나 채널이 부족했다는 분석이다. 4~7월 동안 뚜렷한 양자 협상 움직임이 보이지 않았다.

라오스 관세율이 낮아진 건 과도한 관세율에 따른 부작용을 완화하려고 미국 정부가 조정한 결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아세안의 최빈국 중 하나인 라오스에 48% 관세를 매기는 건 미국 입장에서도 부담이 될 수 밖에 없다.

몰도바, 6%↓
몰도바의 경우엔 31%에서 25%로 상호관세율이 떨어졌다. 몰도바는 유라시아 변방의 소국이지만 상대적으로 높은 관세 장벽을 유지하고 있다. 특정 품목에 대해선 대미 무역흑자가 있어 상호관세 대상에 포함된 것으로 보인다.

몰도바 고위 관료들은 워싱턴을 방문해 “민주주의 개혁 지속을 위해 미국의 지원과 관세 유예가 필요하다”고 설득한 것으로 알려졌다.

몰도바는 최근 친서방 개혁 정부가 들어서 EU 가입을 추진 중이다. 러시아 제재 동참 등 친미 행보도 보여왔다. 몰도바는 경제규모가 작아 31% 관세를 부과해도 미국 측 실익이 크지 않다는 판단도 있었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보스니아, 5%p↓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는 35%에서 30%로 5% 포인트 인하됐다. 상호관세 대상국가 중 중간 정도 수준이다. 미국의 정책적 판단 및 유럽연합(EU)의 영향력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보스니아 정부는 즉각적인 대미 항의는 하지 않았다.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는 EU 가입 후보국이다. 대외통상이 EU 규범에 상당 부분 연계돼 있다.

미국이 EU에는 관세서한을 보내지 않은 대신 보스니아 등 개별 유럽 비회원국에 보복관세를 매긴 상황이었다. 이에 EU 집행위는 미국에 간접적으로 개입하여 '유럽 동반자국에 대한 높은 관세에 우려'를 표명했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과 통화에서 이 문제를 거론한 것으로 전해진다. EU의 지원 사격으로 미국은 보스니아 관세율을 낮추는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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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완 기자 kjw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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