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최저임금위원회 이인재 위원장과 권순원 공익위원, 류기정 사용자 위원, 류기섭 근로자 위원 등이 지난 10일 밤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2026년도 적용 최저임금안을 합의로 결정한 뒤 손을 맞잡고 있다. 내년도 최저임금은 1만 320원으로 결정됐다. 2024.07.11. /사진=뉴시스
8시간 가량 이어진 마라톤 회의 끝에 2026년도 최저임금이 올해보다 2.9% 오른 시간당 1만320원으로 결정됐다. 2008년 이후 17년만에 이뤄진 노사공(노동자·사용자·공익위원) 합의에 의한 결정이다.
논의 과정에서 일부 진통을 겪기도 했다. 노사 양측의 입장 차이는 여전히 팽팽했다. 하지만 새 정부 출범 이후 진행된 첫 최저임금 협상에서 갈등보다 합의를 이뤄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었다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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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최저시급 1만320원…2.9% 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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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임금위원회(최임위)는 10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제12차 전원회의를 열고 노사공 합의를 통해 내년도 최저임금을 1만320원으로 확정했다. 올해(1만30원)보다 2.9% 인상된 수준이다.
일급 기준으로는 8시간 근무 기준 8만2560원이다. 월급 기준으로는 주 40시간, 유급주휴 8시간 포함 215만6880원이다.
2026년 적용 최저임금안의 영향을 받는 근로자는 고용형태별 근로실태조사 기준 78만2000명으로 추산된다. 이는 내년 최저임금을 적용할 때 최저임금 이상을 지급하기 위해 임금을 인상해야 할 근로자 수다. 전체 임금근로자의 4.5%에 해당한다. 경제활동인구 부가조사 기준으로는 290만4000명(전체 임금근로자 중 13.7%)이 인상된 최저임금의 혜택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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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도 반복된 노사 갈등…근로자위원 4명 퇴장하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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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고용노동부에서 열린 최저임금위원회 제12차 전원회의에서 민주노총 소속 근로자위원들이 최저임금 인상률에 반대하며 회의장을 떠나고 있다. 2025.7.10/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뉴스1
올해도 최저임금 논의는 쉽지 않았다. 인상률을 높여야 한다는 노동계와 인상률을 낮춰야 한다는 경영계의 입장이 팽팽하게 갈렸다. 특히 올해는 처음으로 시간당 최저임금이 1만원을 넘긴 이후 진행된 첫 최저임금 결정이라는 점에서 노사 입장 차이는 더 두드러졌다.
지난 4월22일 열린 올해 첫 전원회의부터 노사 양측은 첨예하게 대립했다. 경영계는 최저임금이 심리적 저항선인 1만원을 돌파했다며 동결을 주장했다. 동시에 업종별 차등지급을 요구했다.
반면 노동계는 지난 2년 간 저율 인상으로 인해 저임금 근로자들의 삶이 위협받고 있다며 인상률을 대폭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특수고용, 플랫폼 등 노동자들도 최저임금 대상에 포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업종별 차등지급과 최저임금 대상자 확대는 올해도 채택되지 않았다. 인상률 결정만 남은 가운데 지난달 19일 제6차 전원회의에서 노사 양측은 최초 제시안으로 각각 1만1500원과 1만30원을 제시했다. 근로자측은 14.7% 인상, 사용자측은 동결이었다.
이후 8차례에 걸쳐 수정안을 내놨지만 노사 양측의 격차는 720원(노측 1만900원, 사측 1만180원)에서 더 이상 좁혀지지 않았다. 이에 공익위원들은 지난 8일 제10차 전원회의에서 중재안에 해당하는 심의촉진구간으로 1만210~1만440원을 제시했다.
이날 회의에서 노사 양측은 심의촉진구간 범위 안에서 수정안을 각각 제시했다. 마지막 10차 수정안은 근로자측 1만430원, 사용자측 1만230원이었다.
이 과정에서 근로자위원 일부는 심의촉진구간 인상률에 반발해 퇴장하기도 했다. 근로자위원 중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소속 위원 4명은 심의촉진구간 밖 수정안을 제시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자 이날 저녁 8시30분쯤 회의장을 빠져 나왔다.
이미선 민주노총 부위원장은 회의장을 빠져나온 뒤 기자들과 만나 "지금 경제 상황이나 소상공인의 어려움들을 감안해 노동계에서도 내부 진통을 겪으면서 내년 최저임금으로 1만1500원이라는 최초 요구안을 제시하게 된 것"이라며 "하지만 그것마저도 최임위에서 계속 부정당했고 소상공인, 자영업자들은 동결, 낮은 인상률을 지속적으로 고집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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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년만에 이뤄낸 노사공 합의 성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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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최저임금위원회
근로자위원 9명 중 4명이 빠진 상태에서 공익위원들은 끝까지 합의를 이끌어내기 위한 설득에 나섰다. 합의에 이르지 못하면 표결을 통해 결정할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권순원 공익위원은 "노사 최종안을 놓고 표결을 하게 되면 일방이 배제되는 결과를 낳게 된다"며 "최임위에서 우선 사회적 합의를 통해 국민통합의 시작점을 마련해 보자는 것이 공익위원들의 일치된 의견이었다"고 말했다.
이날 오후 3시부터 시작된 회의는 8시간여에 걸친 마라톤 회의 끝에 밤 11시쯤 합의에 이르렀다.
최임위는 근로자위원, 사용자위원, 공익위원 각각 9명씩 총 27명으로 구성된 사회적 대화 기구다. 합의를 통해 최저임금을 결정하기 위한 목적으로 구성됐지만 매년 노사 갈등이 반복되면서 합의보다는 표결로 결정되는 경우가 많았다. 1988년 최저임금제 시행 이후 노사 합의로 최저임금이 결정된 경우는 이번을 포함해 8차례에 불과하다.
민주노총의 퇴장으로 반쪽짜리 합의라는 지적도 있지만 17년만에 이뤄낸 합의는 의미 있다는 평가다.
사용자위원 대표인 류기정 한국경영자총협회 전무는 "경제가 어렵고 소상공인도 힘들다"며 "하지만 국가가 굉장히 복합적인 위기에 있기 때문에 갈등보다는 새 정부가 출범하면서 화합과 통합으로 가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해 어려운 결정을 했다"고 말했다.
근로자위원 대표인 류기섭 한국노동조합총연맹 사무총장은 "오늘 결정된 최저임금은 저임금 노동자의 생계비에 턱없이 부족한 수준"이라면서도 "경제가 어려운 점들을 감안해서 일정 부분 양보를 했다"고 밝혔다.
권순원 최저임금위원회 공익위원 간사가 지난 10일 밤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2026년도 적용 최저임금안을 결정한 뒤 퇴장하고 있다. 내년도 최저임금은 1만 320원으로 결정됐다. 2024.07.11. /사진=뉴시스
세종=김사무엘 기자 samuel@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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