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위 제12차 전원회의 개최 
17년만에 합의로…올해 대비 2.9%↑
민주노총, 심의촉진구간 거부해 퇴장
최임위원장 "충분한 신뢰 드리지 못해"

[세종=뉴시스] 강종민 기자 = 권순원 최저임금위원회 공익위원 간사가 지난 10일 밤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2026년도 적용 최저임금안을 결정한 뒤 퇴장하고 있다. 내년도 최저임금은 1만 320원으로 결정됐다. 2024.07.11. ppkjm@newsis.com

[세종=뉴시스]권신혁 기자 = 내년도 최저임금이 올해(1만30원)보다 2.9%로 오른 1만320원으로 결정됐다. 월 단위로 환산하면 215만6880원이며 17년 만에 노사 합의로 정해진 이재명 정부 첫 최저임금이다.

최저임금위원회는 10일 오후 정부세종청사에서 제12차 전원회의를 열고 2026년 적용 죄저임금을 이 같이 결정했다.

노동계는 이날 회의 시작 직후 모두발언에서 심의촉진구간의 상한선이 근로자 생계비를 반영하지 못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10차회의에서 공익위원은 1만210원에서 1만440원까지 심의촉진구간을 제시했다. 올해 최저임금(시간급 1만30원) 대비 1.8~4.1% 오르는 수준이다.

근로자위원 간사 류기섭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 사무총장은 "지난해 비혼 단신 노동자 월 생계비는 246만6761원으로, 상한선 4.1%를 적용한다 해도 218만1960원으로 82% 수준에 그친다"며 "최저임금 인상률은 적어도 단신 가구 생계비는 반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공익위원들이 제시한 심의촉진구간에 깊은 유감과 분노를 표명한다"고 말했다.

또 "반노동, 반노조 정책으로 일관한 내란 정권의 첫해보다 낮은 인상률 제시는 새 정부의 노동정책에 강한 의구심을 들게 한다"고 지적했다.

윤석열 정부 첫해 최저임금 인상률은 5.0%인데, 촉진구간의 상한선이 그보다 낮다는 지적이다.

이어 류 사무총장은 "저율의 촉진구간으로 올해 최저임금 심의는 이미 돌이킬 수 없는 강을 건넜다"면서도, 이재명 정부를 향해 "최저임금 인상으로 노동공약 이행 의지를 보여주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또다른 근로자위원인 이미선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부위원장도 심의촉진구간에 반발했다.

이 부위원장은 "내란 수괴 윤석열이 선임한 공익위원들이 낮은 심의촉진구간을 제시해 노동자들의 삶이 무너져 내린다"며 "비정규직 저임금 노동자들의 최저임금은 역대 정부 첫해 최저임금 인상률 중 가장 낮다"고 지적했다.

역대 정부 첫 해 인상률을 보면 ▲노무현 정부 10.3% ▲이명박 정부 6.1% ▲박근혜 정부 7.2% ▲문재인 정부 16.4% ▲윤석열 정부 5.0% 등이다.

이어 이 부위원장은 "이재명 대통령이 공익위원들을 선임하지 않았다고 해도 새 정부가 책임져야 한다"며 "심의촉진구간 압박을 철회하고 제대로 된 인상안을 제시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말했다.

경영계는 심의촉진구간이 만족스럽지 않다면서도, 내년 최저임금은 하한선인 1만210원에 가깝게 결정돼야 한다고 촉구했다.

사용자위원 간사 류기정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 전무는 "이번 심의촉진구간이 현장의 목소리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어 막중한 부담을 안고 심의에 임하고 있다"면서도 "지난 회의에서 노사 양측은 공익위원이 제시하는 촉진구간 내에서 수정안을 제출하기로 합의했다"고 말했다.

[세종=뉴시스] 강종민 기자 = 최저임금위원회 이인재 위원장이 지난 10일 밤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2026년도 적용 최저임금안을 합의로 결정한 뒤 류기정 사용자 위원과 류기섭 근로자 위원을 불러 모으고 있다. 내년도 최저임금은 1만 320원으로 결정됐다. 2024.07.11. ppkjm@newsis.com

그러면서 "그런데도 근로자위원들은 구간이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는 이유로 철회를 요청했다"고 말했다.

이어 류 전무는 "근로자위원들은 윤석열 정부 첫해 결정된 인상률과 올해 결정될 인상률을 단순 비교하며 더 높게 인상돼야 한다고 주장하는데, 2022년 심의 당시 경제 성장률 전망치는 1.7%였고 올해는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0.8%"라고 했다.

또다른 사용자위원 이명로 중소기업중앙회 인력정책본부장은 "하한선으로 1.8%가 제시됐는데 이미 1만원을 넘어서 절대 수준이 높아진 상태"라며 "상한선엔 소비자 물가 상승률이 반영돼 있는데 물가 상승은 원재료 인상의 의미도 있어 중소기업 및 소상공인도 물가 상승으로 고통을 받기는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내년 최저임금은 하한선에 가장 근접한 수준으로 결정해주시길 간곡히 요청드린다"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마이크를 잡은 공익위원 간사 권순원 숙명여대 교수는 "심의촉진구간은 인위적 교섭 촉진 관행"이라며 "제안된 구간 내에서 새로운 수정안을 적극 제출해 주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그간 공익위원이 합의에 의한 결정을 주문한 이유는 표결로 결정하는 경우 노사 주장 가운데 일방의 주장이 배타적으로 선택되기 때문"이라며 "오늘 최종일 심의에서 최저임금 결정이 합의로 종결될 수 있도록 노력해달라"고 강조했다.

모두발언 종료 후 노사는 제9차 수정안에 이어 10차 수정안까지 제시했다. 이에 따라 요구 차이는 200원까지 좁혀졌다.

다만 9차 수정안 제시 전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소속 근로자위원 4명이 공익위원이 제시한 심의촉진구간(1만210원~1만440원)을 거부하며 퇴장했다.

퇴장 후 기자들과 만난 이미선 민주노총 부위원장은 "계속 수정안을 내며 합의를 이끌어내길 바랐는데 사용자위원들이 수정안을 못 내겠다면서 촉진구간을 요구했다"며 "저희는 촉진구간을 계속 거부했지만 결국 나온 것은 더 실망스러웠다"고 했다.

또 "촉진구간 철회를 계속해서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에 따라 남은 근로자위원 5명, 사용자위원 9명, 공익위원 9명 등은 1만320원으로 조율해 결론을 냈다.

회의 종료 후 기자들과 만난 이인재 최임위 위원장은 "오늘 합의는 우리 사회가 사회적 대화를 통해 이견을 조율하고 갈등을 해결하는 저력이 있음을 보여준 성과로 기억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민주노총이 합의에 참여하지 않아 '반쪽짜리' 합의라는 지적엔 "안타깝고 그분들께 충분한 신뢰를 드리지 못한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올해 경제지표가 나빠 심의촉진구간은 그런 객관적인 지표에 근거해서 설정을 한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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