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치 사기도 바빠" 외면…운반 힘들고, 취급 식당도 없어
같이 잡힌 '226㎏ 참다랑어' 고작 45만 원…"'바다의 로또' 아니다"

10일 오전 강원 삼척에서 잡힌 길이 3m 황새치.(정연철 강원 삼척시의원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2025.7.10/뉴스1 ⓒ News1 윤왕근 기자

(삼척=뉴스1) 윤왕근 기자 = 강원 동해안에선 좀처럼 볼 수 없는 아열대 어종 '황새치'가 삼척 앞바다에 당당히 입성했지만, 겨우 6만 원이라는 헐값에 팔려 망신을 당했다. 수온 상승으로 동해안에 참다랑어(참치)가 늘어나면서 '찬밥 신세'를 받고 있는 것이다.

10일 삼척수협과 정연철 삼척시의원에 따르면 이날 새벽 삼척 정라진 앞바다에서 정치망 어선 A 호가 대형 황새치를 잡았다. 잡힌 황새치는 길이 3ｍ, 무게는 200㎏에 이른다.

황새치는 고등어목 어종으로, 주로 태평양·대서양·인도양 등 열대·아열대 해역에 서식해 동해안에서는 매우 희귀한 어종이다.

당시 현장에 있던 정 의원은 “정라항, 임원항, 장호항 등 매일 어판장을 방문하지만 황새치는 처음 봤다”며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사진과 영상을 공개했다.

황새치는 참치처럼 고소하고 기름진 맛으로 회, 구이, 스테이크 등 고급 요리에 쓰인다. 모처럼 이 같은 '고위급 어종'이 삼척 앞바다를 찾았지만, 낮은 몸값으로 거래돼 귀를 의심케 했다.

삼척수협 판매과에 따르면 이날 잡힌 황새치의 위판가는 고작 6만 원. 최고급 식재료에 맞지 않는 대우다.

지난 8일 경북 동해안인 영덕군 강구항에 밀려온 대형 참다랑어(참치)떼.(뉴스1 DB) ⓒ News1 최창호 기자

황새치가 이처럼 '망신'을 당한 것은 최근 동해안을 제 앞마당처럼 쓰고 있는 '참다랑어'에 밀린 탓이다.

삼척수협 관계자는 "최근 수온상승으로 삼척에 참다랑어가 많이 잡히면서 수요 과잉 현상을 보이고 있다"며 "참다랑어를 취급하기 바쁜 수매인들이 동해안엔 수요가 없는 황새치에 관심을 보이지 않는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또 황새치는 참다랑어와 달리 입에 긴 부리가 달려 있어 운반이 힘든 것도 '헐값'에 팔린 이유라는 것이 수협 관계자 설명이다.

동해안에선 볼 수 없었던 어종이라 잡아봤자, 요리를 할 수 있는 식당도 없다.

정연철 의원은 “수온 상승 전에는 거의 잡히지 않던 어종이라 강원 동해안에는 이를 취급하는 업체나 식당이 없다. 구매 수요가 없어 최저가에 팔린 것 같다”이라고 설명했다.

10일 오전 강원 삼척 앞바다에서 잡힌 길이 3m 황새치.(정연철 강원 삼척시의원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2025.7.10/뉴스1 ⓒ News1 윤왕근 기자

'바다의 로또'라는 참다랑어가 최근 동해안에서 어느 정도로 잡히길래 황새치가 찬밥 신세를 면치 못하는 것일까.

이달 현재 기준 삼척수협이 취급하는 삼척지역 어판장에서만 10톤가량의 참다랑어가 잡혔다. 지난해의 경우 총 20톤이 잡혀 위판됐다. 최근 경북 영덕에선 길이 1~1.5m, 무게 130~150㎏에 달하는 참다랑어 1300여 마리가 잡히기도 했다.

이에 참다랑어 가치도 많이 떨어졌다. 실제 이날 황새치와 함께 무게만 226㎏에 달하는 참다랑어도 잡혔지만, 이 참다랑어 역시 45만 원에 위판돼 과거와 비교해 가격이 크게 떨어졌다.

삼척수협 관계자는 "오늘(10일) 잡힌 참다랑어 크기면 예전엔 못해도 200만 원 안팎에 위판되곤 했다"며 "수온 상승으로 참다랑어가 많아지면서 가격이 많이 하락했다"고 말했다.

10일 오전 강원 삼척에서 잡힌 길이 3m 황새치.(정연철 강원 삼척시의원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2025.7.10/뉴스1 ⓒ News1 윤왕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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