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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2회 천체사진 공모전 대상 수상작(김규섭 ‘붉은 태양의 모든 것’/한국천문연구원 제공)

스스로 빛을 내는 항성인 태양은 태양계 안에 있는 천체 가운데 가장 둥근 모습을 하고 있습니다. 지구와 같은 행성과 달과 같은 위성들도 완벽한 구에 가까운 모습을 하고 있습니다. 아주 살짝 타원이기는 합니다. 맨눈으로는 구분하기 불가능한 수준에서요.

M87 블랙홀 이미지를 2017년 4월 관측(왼쪽)과 2018년 4월 관측(오른쪽)으로부터 얻은 결과(한국천문연구원 제공)

우주의 천체 가운데 하나인 블랙홀도 완벽에 가까운 구일까요? 인류가 처음으로 관측한 블랙홀인 M87 블랙홀의 이미지를 보면 주변의 고리가 찌그러진 모습을 맨눈으로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블랙홀을 연구하는 EHT(사건지평선망원경, Event Horizon Telescope) 공동 연구진은 아인슈타인의 중력 이론에 따라 블랙홀의 그림자가 블랙홀 회전에 의한 시공간의 휘어짐으로 인해 약간 찌그러진 타원형 형태일 것이라고 예측했습니다.

이 타원율을 측정하는 것은 블랙홀의 회전을 밝히는 직접적인 증거이면서 일반 상대성 이론을 검증하기 위한 주요 주제입니다.

※ EHT(사건지평선망원경, Event Horizon Telescope) : 전 세계에 산재한 전파망원경을 연결해 지구 크기의 가상 망원경을 만들어 블랙홀의 영상을 포착하려는 국제협력 프로젝트이자 이 가상 망원경의 이름. 사건지평선이란 블랙홀 안팎을 연결하는 지대를 뜻함. 

이번 연구는 기존 EHT 망원경에 그린란드 망원경이 새로 추가된 2018년 관측으로부터 결과를 얻었습니다. 이전 관측에 비해 측정 정밀도가 향상됐고, 블랙홀 고리의 타원율을 이전보다 3~5배 더 정확히 측정할 수 있었습니다.

M87 블랙홀 고리가 왜 늘어나 보이는지에 대한 중력 vs 난류 플라스마 비교(한국천문연구원 제공)

이 타원형 모양이 블랙홀의 회전에 의한 것인지 이해하기 위해 연구진은 관측 결과를 다양한 이론 시뮬레이션과 비교했습니다.

중력의 영향을 기반으로 한 시뮬레이션에서는 왼쪽의 사진과 같이 2% 미만으로 찌그러지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블랙홀의 회전과 관측된 타원율 사이에는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상관관계가 없다는 것이지요.

대신 타원율은 블랙홀에서 뿜어져 나오는 물질의 빠른 흐름인 '제트'를 가지는 모델과 상관관계가 있음을 확인했습니다. 그림의 오른쪽 이미지처럼 완벽한 원에서 약 8% 벗어난 고리를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이는 관측된 타원형 왜곡이 블랙홀의 중력이나 회전 때문이 아니라 블랙홀 주위를 소용돌이치는 난류 물질(플라스마)에 의해 유발된 것임을 시사합니다.

사건지평선 망원경(EHT) 공동 연구진이 M87 블랙홀 고리의 비대칭 이유를 밝혀낸 연구 논문은 ‘천문학 및 천체물리학(Astronomy & Astrophysics)’ 저널 7월 10일 자에 게재됐습니다.

이 연구 논문의 공동 제1 저자인 조일제 박사(천문연구원/연세대)는 "블랙홀 고리가 찌그러진 이유가 기존 예측과 달리 블랙홀의 회전보다 블랙홀 주위를 맴도는 난류성 플라스마에 더 큰 영향을 받는다는 것을 밝혀낸 게 뿌듯하다."고 밝혔습니다.

그리고 "현재 우리가 관측할 수 있는 한계와도 관련이 있기 때문에 EHT 망원경에서 도입하고 있는 한국우주전파관측망(KVN, Korean VLBI Network) 방식의 다주파수 동시 관측 수신 시스템이 확산하면 보다 더 정밀한 블랙홀의 이미지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습니다.

KVN 서울대 평창 전파천문대(2025. 6. 12. 개소/한국천문연구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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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민오 기자 (yangmino@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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