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타파는 리박스쿨이라는 역사 교육 단체의 민낯을 세상에 처음 드러냈다. 이들은 늘봄학교 강사 자격증을 미끼로 청년들을 끌어모아 '자손군'이라는 댓글공작팀을꾸려 여론을 조작했다. 하지만 진짜 목적은 따로 있었다. 전국 초등학교에 강사를 보내 어린이들에게 극우 역사관을 주입하는 것이었다. 이들의 네트워크는 촘촘하고 광범위했다. 정치권은 물론, 교육부와 대통령 직속 기구인 국가교육위원회까지, 핵심 자리마다 리박스쿨과 연결된 인물들이 포진해 있었다.
오늘 <주간 뉴스타파>는 리박스쿨의 뿌리를 파헤친다. 이들이 어떻게 탄생했고, 누구에게서 무엇을 배웠는지. 어떤 방법으로 권력과 손을 잡아왔는지 등 은밀한 연결 고리와 배경을 추적한다. 뉴스타파 취재 결과 그 뿌리는 깊고 오래됐으며, 다단계처럼 촘촘하게 연결돼 있었다.
리박스쿨 뿌리의 정중앙에는 '극우 대부'로 불리는 이희범이란 인물이 있었다. 그는 박근혜 정권이 국정 역사교과서를 밀어붙이던 시절, 국정원과 손잡고 대기업 후원을 받으며 여론을 조작했던 단체에서 간부로 일했다. 이후 ‘자유연대’란 단체를 만들어 리박스쿨 같은 하위 단체들을 육성했다. 윤석열 정권에서도 그의 활동은 두드러졌다.
이희범-손효숙-정치권 관계망 ⓒ뉴스타파
리박스쿨 뿌리① 리박스쿨 탄생은 개인의 일탈이 아니었다
‘리박스쿨’의 실체는 단순한 교육 단체의 일탈이 아니었다.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극우 역사관을 주입하고, 댓글 부대를 조직해 정치 여론을 조작한 사실이 드러났다. ‘애국심’이라는 명분 아래 진행된 이 활동 뒤에는 관변단체 출신 인사들과 주요 정치인들의 그림자가 어른거렸다. 뉴스타파는 이 조직이 어떻게 기획됐고, 누구의 지원을 받았는지 추적했다. 그 과정에서 ‘자유연대’라는 단체가 숙주가 되어 리박스쿨이 탄생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리박스쿨 뿌리② 리박의 아버지가 만든 괴물 '아스팔트 삼총사'
‘아스팔트 유튜버’로 불리는 김상진·안정권·배인규. 이들은 단순한 유튜버가 아니었다. 윤석열 정권과 정치적으로 긴밀히 연결된 맞불 집회의 실행자들이었다. 이들의 출발점은 ‘자유연대’였다. 집회기술, 현수막 전술, 고발과 방해의 방식까지 모두 자유연대에서 배운 것이었다. 윤석열 후보 지지 집회, 수요시위 방해, 세월호·이태원 유족 모욕까지. 이들의 폭력적 집회 활동은 자유연대에서 학습된 것이었다. 뉴스타파는 ‘자유연대’가 어떻게 극우 유튜버들의 훈련소가 되었는지, 그리고 윤석열 정권과 어떤 접점을 맺고 있는지를 추적했다.
리박스쿨 뿌리③ 윤석열 정권 노조 탄압도 '리박 아버지' 작품
리박스쿨을 키운 자유연대는 윤석열 정권에서 노조 공격의 선봉에 섰다. 자유연대 이희범 대표는 ‘국민노조’를 만들었고, 뉴스타파 취재 결과 국민노조는 윤석열 정권을 뒷받침하고 민주노총을 고립시키기 위해 설계된 반노동 정치조직이었다. 이 대표는 과거 국정원 연계 단체 간부 출신으로, 윤석열 대선 캠프와 인수위, 정부 위원직을 넘나들며 수십 개 단체를 만들어 여론전을 주도해왔다.
국민노조는 택배노조 파업에 맞불을 놓고, ‘건폭몰이’의 이론을 제공했다. 뉴스타파가 입수한 국민노조 내부 문건에는 상임고문으로 김문수·한상대 전 검찰총장이, ‘정치인 노조원’으로는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 등이 포함돼 있었다.
리박스쿨 뿌리④ ‘극우 대부’ 아지트에서 윤석열 대통령실과 '회합'
윤석열 대통령실이 ‘보수 우파의 대부’ 이희범 씨를 통해 손효숙 리박스쿨 등 보수 단체들과 조직적으로 교류한 사실이 확인됐다. 이 씨는 리박스쿨에 사무실 공간을 제공하며 초기 활동을 지원한 인물이다.
뉴스타파 취재 결과, 강승규·황상무 등 당시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들이 이 씨가 운영하는 식당 ‘뜨락’에서 보수단체 대표들과 지속적으로 소통해왔던 정황이 드러났다. 김대남 시민사회수석실 행정관은 손 대표가 공동대표로 있는 단체의 창립식에 참석해 “적극적으로 돕겠다”고 발언하기도 했다. 대통령실 주관 보수단체 간담회에는 김건 국가교육위원회 위원도 참석했다. 김 위원은 2024년 3월 ‘뜨락’에서 황상무 당시 수석과 만난 후, 두 달 뒤 국민의힘 추천으로 대통령 직속 기구인 국가교육위원회 위원에 임명됐다.
교육을 흔드는 극우 네트워크... 뿌리 뽑지 않으면 되살아나는 '좀비'
역사 교육을 내세운 리박스쿨은 박근혜 정권 시절 국정교과서 여론전을 주도했던 조직과 맞닿아 있었다. 그리고 그 조직은 다시 교실로, 유튜브로, 공영방송으로 확장해 나갔다. 리박스쿨 사태는 결코 개인의 일탈로 벌어진 일이 아니었다. 정치적 목표를 설정하고 설계된 조직적이고 정교한 ‘작전’의 결과물이었고, 지금도 그 작전은 멈추지 않고 가동 중이다.
그간 이런 움직임은 일부 정치 세력의 목소리나 일탈로 여겨졌지만, 이들은 국가 교육을 흔들고 여론을 왜곡하며 민주주의의 기반을 무너뜨리고 있었다. 이참에 그 뿌리들을 잔털까지 모조리 뽑아내지 않으면 그들은 얼마든지 되살아날 수 있다. 죽여도 죽여도 계속 나타나는 '좀비'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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