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대책' 가동…"보냉장구 기본, 찾아가는 얼음물까지"
외부 작업 제한, 곳곳에 응급키트…현대차·기아 "7말8초 전체 휴가"

8일 오전 서울 성북구 장위4구역 주택정비사업 건설현장에서 한 근로자가 물을 마시고 있다. (공동취재) /뉴스1 ⓒ News1 허경 기자

(서울=뉴스1) 최동현 양새롬 김성식 기자 = 118년 만의 극한 폭염이 한반도를 달구면서 전국 산업계가 잇달아 '혹서기 매뉴얼'을 강화하고 있다. 주요 기업들은 공장 곳곳에 응급키트와 물을 비치하고, 휴게시간을 두 배 이상 확대하는 등 안전에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

특히 야외 작업장이 많은 조선 업계와 고온의 열기가 항상 뿜어져 나오는 철강 업계는 작업장 인근에 '냉방 버스'를 배치하고 기온이 일정 수준 넘어가면 지붕이나 밀폐된 공간의 작업을 제한하고 있다.

낮 최고 40도 폭염에…삼성·LG, 온열질환 예방 만전

10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005930)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은 경기도 평택·화성·기흥과 충남 천안·아산 등 반도체 공장 외곽 근무자들을 대상으로 수시 체온 점검을 진행하고, 생수와 쿨링팩 등 폭염 키트를 지급 중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팹(fab·반도체 생산 시설) 내부는 365일 항온·항습이 유지되고 있다"며 "외부 라인 건설 현장 근무자를 중심으로 고용노동부 가이드라인에 맞춰 낮 최고기온에 따라 휴게시간을 탄력적으로 늘리는 등 안전관리를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SK하이닉스(000660)는 지난달 중순부터 9월 말까지 약 4개월을 '혹서기 특별관리 기간'으로 지정하고 체감온도별 근무자들에게 휴식 시간을 부여하거나 특정 온도 이상으로 기온이 오르면 작업을 중단하고 있다. 작업 시작 전에는 생수와 식염포도당 등 온열질환 예방품들을 배급한다.

디스플레이 업계도 온열질환 예방 매뉴얼을 강화 운영 중이다. 삼성디스플레이는 공장 내에 아이스팩·쿨매트·식염 포도당 등으로 구성된 '폭염 응급키트'를 비치하고, 전 사업장에서 '폭염 안전 5대 기본 수칙'을 교육하는 캠페인을 진행 중이다. LG디스플레이(034220)는 공장 내부 체감온도가 35도를 넘으면 작업을 중지하고, 매시간 10~15분씩 휴식을 취하고 있다.

LG이노텍(011070)은 근무자들에 냉각 의류와 냉각조끼 등 보랭 장구를 지급하고, 공장 내·외부에 에어컨과 산업용 선풍기를 추가 운용하고 있다. 옥외 근무자의 경우 수시로 체온을 측정하고 작업 장소 인근에 휴게시설을 추가 설치했다. 삼성전기(009150)도 정부 지침에 따라 온열질환 예방 활동을 진행 중이다.

한화오션은 올해부터 7~9월 하계 기간 작업자들의 땀을 식히기 위해 냉방버스를 새롭게 운영한다(한화오션 제공)

철강·조선 "폭염과 전쟁"…찾아가는 '냉방 버스' 등장

철강과 조선업계는 타업종보다 고온의 작업 환경에 노출되기 쉬운 만큼 '비상 대책'을 수립하고 대응 중이다. 고온의 철판을 다루는 업종인 만큼 작업장 표면 온도는 80도, 근로자 체감온도는 50도까지 치솟는 탓에 작업 현장에는 '냉방 버스'까지 등장했다.

포스코 포항제철소는 밀폐공간 전수 점검, 고위험 작업 사전 제한, 체감온도별 휴식 시간 설정 등 예방 중심의 대응책을 가동 중이다. 전 직원에게 하루 두 차례 폭염 관련 문자메시지를 발송해 체감온도, 단계별 대응 지침, 지원 물품 신청 방법 등을 안내하고 있다. 또 체감온도 기준을 '관심-주의-경고' 3단계로 설정해 작업시간과 휴게시간을 탄력 조정하고 있다.

현대제철(004020)은 지붕 및 밀폐공간 등 고위험 작업을 제한한다. 또 체온·혈압·음주 측정 등을 포함한 일일건강확인제도와 밀폐공간 전수 점검(6~8월)을 통해 작업자 건강을 사전 관리하고 있다. 냉장고, 모니터, 혈압계, AED 등 장비를 갖춘 이동형 '안전쉼터버스'를 운영하며 의료진이 현장을 찾아가는 보건 서비스와 온열질환 예방 캠페인도 병행하고 있다.

HD현대(267250) 조선 3사는 체감온도 33도 이상 폭염 작업 시 오전 10시와 오후 3시 각각 부여되는 휴식 시간을 기존 10분에서 20분으로 두 배 늘렸다. 삼성중공업(010140)은 '폭염 대응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고 작업 현장에 제빙기 설치와 이동식 에어컨(스포트 쿨러), 지열 절감용 살수차와 대기열 절감용 워터포그를 운영 중이다.

한화오션(042660)은 이달부터 9월까지 이동형 휴게소인 '냉방 버스'를 운영하고, 작업장에는 '얼음 생수'를 배달하는 등 직접 찾아가는 폭염 예방 활동을 펴고 있다. 또 근무자의 체온을 낮춰줄 에어자켓, 쿨링기, 차광막, 파라솔 등을 대량 구매하고, 주 2~3회씩 갈비탕, 닭백숙 등 보양식을 제공 중이다.

연일 폭염이 이어지고 있는 9일 서울 시내 한 택배물류센터에서 노동자가 택배 분류 작업 중 더위를 식히고 있다. 2025.7.9/뉴스1 ⓒ News1 황기선 기자

현대차·기아 "7말8초 휴가"…공항 직원 유니폼도 짧아졌다

정유업계와 자동차·항공업계도 폭염과 전쟁을 치르고 있다.

SK이노베이션(096770)은 울산콤플렉스(CLX) 작업 현장에 음수대와 음용수를 상시 비치하고, 근무자의 체온과 건강 상태를 상시 체크하고 있다. GS칼텍스는 외부 체감온도에 따라 작업시간을 조정하고, 근무자에게 식염 포도당 등 보랭 용품을 제공한다.

에쓰오일(S-OIL)(010950)은 울산 온산산업단지 내 '샤힌프로젝트' 건설 현장에 협력업체를 위한 휴게시설 500여동과 카페형 휴게시설 30여개를 설치했다. 주변에는 제빙기도 30대 설치해 얼음과 물을 상시 제공하고, 아이스조끼도 500개 추가 구매했다.

현대차·기아는 더위가 절정에 이르는 7월28일부터 8월1일까지 전 직원 하계 휴가를 실시한다. 르노코리아는 부산공장 직원을 대상으로 온열질환 예방 및 조치 방법을 교육하고, 근무자에 보랭 장구를 지급하고 있다. KG모빌리티는 매시간 휴게시간을 5분 연장하고, 작업장에 이온 음료와 빙과류를 구비 중이다.

대한항공(003490)은 체감온도 기준에 따라 작업시간을 제한하고, 기체 정비 등 외부 작업장에는 휴게공간을 마련했다. 아시아나항공(020560)은 9월까지 공항서비스 직원들을 대상으로 쿨비즈 반발 유니폼을 제공한다.

dongchoi89@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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