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성락 귀국 후 안보실 차원서 입장 정리
美 ‘SMA 무효화 시도’ 대비 방안도 필요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8월1일부터 한국에 25%의 상호관세를 부과한다고 밝힌 데 이어 트럼프 대통령이 방위비 분담금 인상 필요성까지 공개적으로 밝히면서 대통령실 내부에는 긴장감이 감돌았다.
대통령실은 9일 오전부터 오후 늦게까지 트럼프 대통령의 방위비 분담금 인상 발언에 대한 입장을 묻는 말에 특별한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 국가안보실 차원에서 대통령실 입장을 최종 정리해 발표하겠다는 것인데, 통상 및 외교·안보 현안이 얽혀있는 만큼 신중을 기한 것으로 풀이된다.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이 방미해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을 포함한 고위급 회담을 마치고 귀국한 만큼 통상 및 외교·안보 상황 전반을 종합적으로 검토하겠다는 의도도 읽힌다.
이재명 대통령(왼쪽),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연합뉴스·UPI연합뉴스
트럼프 행정부가 제시한 상호관세 부과일인 다음 달 1일 전까지는 한·미 정상회담이 성사돼야 하고, 정상회담을 통한 ‘톱다운’식의 담판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는 가운데 대통령실의 고심도 깊어지는 상황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상호관세 부과 정책에 확고한 의지를 거듭 확인하고, 한국에 대한 방위비 분담금 인상 필요성에 대해서도 지난 대선 과정에서부터 꾸준히 입장을 밝혀 온 만큼 한·미 정상회담이 성사되더라도 트럼프 대통령의 입장 변화를 끌어내기 어려울 수 있다는 우려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실이 조속한 협상에 방점을 찍기보다는 국익을 최우선에 두고 협상에 임하겠다는 입장을 거듭 밝히는 것도 그와 같은 맥락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위 실장이 방미 중 루비오 국무장관과의 협의에서 조속한 시일 내에 한·미 정상회담을 개최할 것을 논의하고, 미 측도 이에 공감을 표했다고 밝힌 만큼 정상회담이 성사될 경우 의제 조율에도 나서야 하는 상황이다.
가장 큰 의제는 상호관세 협상과 방위비 분담금 협상이 될 전망이다.
관세 협상의 경우 일본을 포함한 다른 국가들의 협상 추이를 보며 관세율을 최대한 낮추는 데 초점이 맞춰질 전망이다. 특히 미국과 일본의 협상 과정이 한국과 미국의 협상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만큼 정부는 미·일 협상 추이에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조 바이든 미국 전 대통령. 로이터연합뉴스
방위비 분담금 협상의 경우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 당시인 지난해 10월 한·미가 제12차 한·미 방위비분담특별협정(SMA)을 타결한 것을 유지하는 데 초점을 둘 것으로 보인다. 12차 한·미 방위비분담특별협정은 내년 1월1일 발효를 앞둔 상태로, 유효기간은 2026년부터 2030년까지 5년이다. 트럼프 행정부가 협정 무효화 시도 등에 나설 수 있는 만큼 대응책을 마련해야 하는 상황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의 방위비 분담에 대해 잘못된 인식을 하고 있는 점 등을 바로잡아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주한미군 규모를 4만5000명이라고 잘못된 수치를 언급했는데 이는 지난해 대선 과정 동안 계속 반복됐다. 주한미군 규모는 현재 2만8000명 정도다.
박영준 기자 yjp@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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