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속 가능한 미래를 위한 지구의 선택 <픽(Pick)>
기후변화에 맞선다는 것. 때로는 막연하게 느껴집니다. 하지만 환경을 위한 작은 노력. 티끌같은 실천들이 모여 태산같은 변화를 이끌어냅니다. 정말 소소한 일상 속, 내 선택에 따른 탄소배출량을 비교해 드립니다. 궁금한 탄소배출량이 있다면, 언제든 문의해주세요!
카페에서 판매하는 아이스 아메리카노와 아이스 라떼. 김광우 기자.
[헤럴드경제=김광우 기자] “텀블러만 쓰면 되는 거 아녔어?”
걷기조차 힘든 날씨. 시원한 음료로 더위를 달래려 카페를 찾는 이들도 늘어나고 있다. 환경보호를 위해 텀블러를 챙기는 이들도 적지 않다.
하지만 이들 또한 자각하지 못하는 게 있다. 어떤 음료를 마실지 고르는 것 또한 지구온난화에 지대한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사실.
실제 카페에서 판매하는음료 한 잔의 탄소배출량은 그 종류에 따라 최대 5배 이상 차이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심지어 플라스틱 컵을 사용하더라도, 탄소배출량이 적은 특정 메뉴를 선택하는게 환경에 더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카페 일회용 컵 쓰레기.[헤럴드DB]
헤럴드경제가 기후테크 기업 오후두시랩에 의뢰해 여름철 인기 카페 음료 10종을 소비하는 데 따른 탄소배출량을 측정한 결과, 음료 종류에 따른 탄소배출량 차이는 최대 5.5배까지 벌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음료는 여름철 인기 메뉴 중 ▷커피류(아메리카노) ▷라떼류(라떼·바닐라라떼) ▷티류(녹차·복숭아아이스티) ▷주스류(수박·망고주스) ▷에이드류(레몬·자몽에이드) ▷스무디류(망고·딸기바나나스무디) 등으로 구성됐다. 탄소배출량에는 원재료 생산과 제조 과정 등이 포함됐다.
카페 음료 탄소배출량.[오후두시랩 제공]
가장 환경에 나쁜 음료로 선정된 것은 ‘라테(Latte)’ 종류인 것으로 나타났다. 아이스 바닐라라테는 한 잔에 440g의 탄소를 배출해, 10종 가운데 수치가 가장 높았다. 여기에서 바닐라시럽이 빠진 아이스 라테의 탄소배출량은 426g으로 2위를 차지했다. 가장 낮았던 복숭아아이스티(79g)와 비교했을 때 5배 이상 높은 셈이다.
라테가 불명예를 차지한 원인은 ‘원재료’에 있다. 우선 라테 한 잔에 들어가는 에스프레소(2샷), 이를 생산하기 위해 나오는 탄소량은 151g으로 적지 않다. 커피는 생산 과정에서 농지 개간, 비료 사용 등이 필요해 지속적으로 탄소를 배출한다. 더구나 열대지역에서 생산되는 탓에, 먼 거리까지 이송하는 데 배출되는 탄소량이 상당하다.
아이스 라테.[게티이미지뱅크[
하지만 커피 원두보다 더 큰 차이를 유발하는 것이 있다. 바로 ‘우유’. 우유 대신 물을 사용한 아이스 아메리카노의 경우 탄소배출량이 236g으로 라테(426g)와 비교해 190g 적었다. 다른 재료는 동일한 상황에서, 우유만 들어간 데 따라 생긴 차이다. 커피 원두(151g)보다 더 많은 탄소를 배출하는 셈이다.
우유의 탄소배출량이 높은 것은 ‘젖소’의 영향이다. 소가 소화하며 나오는 방귀와 트림은 ‘메탄’ 성분으로 구성돼 있다. 메탄은 이산화탄소보다 25배 이상 강력한 온실가스로, 지구온난화의 주범으로 분류된다.
서울시내의 한 편의점에 진열된 서울우유 모습.[연합]
아울러 소를 키우는 데는 상당한 양의 사료와 물이 소요된다. 그리고 사료 생산 과정에서는 비료와 농약이 필요하다. 우유 생산 전 과정에서 탄소 배출이 이뤄지고 있는 것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카페 음료 중 탄소배출량 상위권을 차지한 음료들은 모두 ‘우유’가 함유된 것들이었다. 아이스 바닐라라테, 아이스 라테의 뒤를 이은 망고스무디(421g) 또한 표준 레시피에 우유와 이를 사용해 만든 플레인요거트이 포함돼 있었다. 두 재료를 합친 탄소배출량은 310g으로 주재료인 망고(87g)에 비해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젖소.[게티이미지뱅크]
커피와 우유가 들어가지 않은 음료의 탄소배출량은 눈에 띄게 낮았다. 복숭아아이스티의 탄소배출량은 79g으로 10종 음료 중 가장 낮았다. 녹차 또한 108g에 그쳤다. 시럽 외 우유 등 여타 재료가 포함되지 않는 수박주스는 108g, 레모네이드도 102g에 불과했다.
음료 한 잔을 선택하는 데 따른 탄소배출량 차이는 결코 적지 않다. 플라스틱 컵 하나를 생산하고 소비하는 데는 약 66g의 탄소배출량이 소비된다. 플라스틱 컵을 사용하더라도, 라테 대신 아메리카노를 선택하면 탄소배출량을 100g 이상 줄일 수 있다는 얘기다.
서울 한 카페에 텀블러 신상품이 전시돼 있다. 김광우 기자.
심지어 텀블러에 담긴 아이스 라테를 구매하는 것은 아이스티를 플라스틱 컵에 담아 먹는 것보다 3배 많은 탄소를 배출하는 것으로 추산됐다.
이에 아몬드 우유, 귀리우유 등 대체식품을 활용하는 방법이 제시된다. 아몬드 우유는 일반 우유에 비해 탄소배출량이 현저히 적다. 실제 아이스 라테에 우유 대신 아몬드 우유를 사용할 경우, 탄소배출량은 한 잔에 426g에서 257g으로 급감한다.
이수연 오후두시랩 연구원은 “음료 소비량이 많은 여름철인 만큼 메뉴 선정을 통해 조금이나마 탄소배출량을 줄이는 방안도 고민해 볼 만하다”며 “일부라도 친환경적인 데 소비하는 실천이 쌓일 경우, 생산에서도 변화가 나타나며 기후변화 속도를 늦출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Copyright © 헤럴드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매주 일요일 밤 0시에 랭킹을 초기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