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스쿠프 이슈 아카이브
전국 지역주택조합은 618곳
187곳서 분쟁 293건 발생
분쟁 배경 ‘조합 부실 운영’
사업 많은 지역 분쟁도 많아
국토부 “중재와 조정 지원”
국토硏 “표준계약서 도입해야”
전국 지역주택조합 사업이 각종 분쟁에 휘말리면서 당초 제도 도입의 취지를 못 살리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사진|연합뉴스]
# 지정된 신탁 계좌가 아닌 별도의 금융기관 계좌로 조합가입비를 받았다가 업무상 횡령ㆍ배임 등으로 경찰에 고발됐다. A지역주택조합 조합장이 벌인 일이다.
# B지역주택조합에선 시공사가 말썽을 피웠다. 물가가 올랐다는 이유로 착공을 미루고, 최초계약금액보다 50%가량 증액(약 930억원)된 공사비를 요구했기 때문이다.
# C지역주택조합은 지자체로부터 일부 조합원의 자격 부적격 통보를 받고도 이를 조합원들에게 알리지 않은 채 계속 분담금을 받았다가 분쟁이 발생했다. 나중에 문제를 알아챈 일부 조합원이 분담금 반환을 요구했지만 조합 측은 이를 끝까지 거부했다.
전국 지역주택조합 3곳 중 1곳이 조합장의 횡령이나 배임, 부실한 경영 문제로 조합원들과 분쟁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토교통부가 6월 20일부터 7월 4일까지 전국 지역주택조합 사업의 분쟁 현황을 조사해서 8일 발표한 결과다.
국토부 조사에 따르면 현재 전국 지역주택조합은 총 618곳이다. 이 가운데 30.3%에 해당하는 187곳에서 발생한 민원 등 분쟁이 발생했다. 분쟁 건수는 293건에 달했다. 분쟁이 발생한 조합을 사업 단계별로 보면 187곳 중 조합원 모집 단계인 조합이 103곳, 설립 인가된 조합과 사업계획 승인 이후 조합이 각각 42곳(총 84곳)이었다. 쉽게 말해, 조합이 완전히 설립되기도 전에 분쟁부터 터진다는 얘기다.
지역주택조합은 지역 주민이 자율적으로 조합을 만들고, 직접 부지를 매입한 후 주택을 지어 청약 경쟁 없이 공급하는 제도다. 원래 수요자가 스스로 공동주택을 빠르게 건설하기 위해 도입됐다.
[자료|국토교통부, 사진|뉴시스]
하지만 토지 확보에 어려움을 겪거나 추가 분담금 문제가 발생하는가 하면 사업 성공률까지 낮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왔다. 최근엔 사업 추진 과정에서 조합-조합원 간, 조합-시공사 간 분쟁으로 조합원들의 피해까지 발생하고 있다. 제도 도입의 취지와 다른 결과를 낳고 있다는 거다. 국토부가 지방자치단체들을 통해 전체 지역주택조합 분쟁 현황을 조사하게 된 배경이 여기에 있다.
그럼 분쟁이 발생하는 원인은 뭘까. 분쟁 유형별로 나눠 보면 조합원을 모집하는 초기 단계나 조합설립인가 단계에선 '부실한 조합 운영'이 52건(17.7%)으로 가장 많았고, 다음은 '탈퇴ㆍ환불 지연(50건ㆍ17.1%)'이었다. 반면 사업계획 승인 이후에는 '탈퇴ㆍ환불 지연'이 13건(4.4%), 공사비 분쟁이 11건(3.8%) 순으로 발생했다.
지역별로 보면 분쟁이 발생한 조합은 서울이 가장 많았는데, 전체 110곳 중 63곳에서 분쟁이 발생했다. 이어 경기도가 118곳 중 32곳, 광주가 62곳 중 23곳으로 분쟁이 많았다. 지역주택조합 사업을 많이 추진하는 지역일수록 분쟁도 적지 않았다는 얘기다.
국토부는 이번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지자체를 통해 8월 말까지 모든 지역주택조합 사업의 실태를 점검하고, 분쟁이 심각한 사업장은 관계기관과의 합동 특별점검을 통해 원인을 파악해 중재와 조정을 지원할 예정이다.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국토연구원은 9일 내놓은 '지역주택조합의 현황 및 이슈와 정책방향' 보고서에서 공사비 문제를 지역주택조합을 둘러싼 갈등의 원인으로 꼬집었다.
국토연구원은 "지역주택조합은 대체 가능한 사업 주체가 없는 경우가 많아 시공사와의 계약 변경이나 해지가 사업 전체의 지연 또는 무산으로 이어질 우려가 크다"며 "이로 인해 조합의 협상력이 제한되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지역주택조합 공사비를 일정 수준 이상으로 증액할 경우 한국부동산원 등 공공기관 검증을 의무화하고, 물가 연동 기준, 설계 변경 범위, 인상 상한 등을 명시한 표준계약서 도입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6월 25일 '광주·전남 타운홀 미팅'에서
지역주택조합의 내재적 문제는 이재명 대통령이 공개적으로 꼬집은 적 있다. 이 대통령은 지난 6월 25일 '광주·전남 타운홀 미팅'에서 "선거 운동을 다니다 보니 광주에만 있는 얘기 아니고, 전국 지역주택조합에 문제가 있고, 특정 건설사의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더라"면서 "이미 지시해서 실태조사와 대책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3곳 중 1곳이 '분쟁 중'인 지역주택조합은 과연 제도적 개선을 일굴 수 있을까.
김정덕 더스쿠프 기자
juckys@thescoop.co.kr
Copyright © 더스쿠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매주 일요일 밤 0시에 랭킹을 초기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