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만장자들의 여름캠프' 선밸리 콘퍼런스 참석
올트먼·저커버그·베이조스…
IT 업계 거물들 대거 참석
AI·반도체기술 의견 나누고
트럼프 시대 대응전략 논의
李, 신성장 아이디어도 모색
'글로벌 삼성' 광폭행보 나서

이재용 삼성그룹 회장이 미국에서 빅테크 업계 거물들과 인공지능(AI) 사업 협력 기회를 모색하고 트럼프 2.0 시기 대응을 위한 지혜를 나눈다.

9일 재계 관계자에 따르면 이 회장은 8일(현지시간) 오후 늦게 '선밸리 콘퍼런스'가 열리는 미국 아이다호주 선밸리 로지에 도착해 일대일 미팅 등 개인 일정을 시작했다. 매년 7월 4일 미국 독립기념일 직후 화요일에 시작되는 선밸리 콘퍼런스는 '억만장자들의 여름 캠프'로 불린다. 뉴욕에서 부유층을 대상으로 프라이빗 투자 업무를 담당하는 '앨런앤드컴퍼니'가 초대한 기업 최고경영자(CEO)와 금융인, 정치인, 언론인 등이 모여 함께 야외 활동을 즐기면서 당면한 주제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비공개 모임이다. 이 회장은 2002년 처음 이 행사에 초청받은 뒤 매년 참석했으나, 2017년 이후 국정농단 사태 등에 휘말려 참석을 중단한 바 있다. 이에 따라 이번 선밸리 콘퍼런스 참석을 계기로 이 회장이 인적 네트워크를 활용한 글로벌 현장 경영에 다시 속도를 낼지 주목된다.

올해는 마크 저커버그 메타 CEO, 팀 쿡 애플 CEO, 순다르 피차이 알파벳·구글 CEO, 샘 올트먼 오픈AI CEO, 사티아 나델라 마이크로소프트(MS) CEO,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창업자 등 미국 테크 업계 거물들이 대거 참석한다. 이 회장은 이들과의 일대일 미팅을 통해 AI 시대에 대응하기 위한 전략과 경영 아이디어를 주고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애플, 아마존, 구글 등이 모두 자체적으로 AI반도체를 설계·개발하고 있기 때문에 이를 생산할 수 있는 삼성전자 파운드리 사업부와의 협력 등에 대해서도 구체적인 논의가 오갈 수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남은 임기 동안 펼칠 관세 정책과 이에 대한 대응 전략도 선밸리를 찾은 이 회장의 관심 사항 중 하나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곧 발표하겠다고 공언한 반도체 품목관세의 경우 삼성전자가 직접적인 대상이 될 수 있다. 또 삼성전자가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시에 짓고 있는 반도체 공장과 연구개발(R&D) 단지에 대한 정부 보조금 등과 관련된 의견도 나눌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미국의 관세와 대중 첨단 반도체 제재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고 있다.

이 밖에 외신은 에너지와 국방 분야의 상황 역시 올해 선밸리 콘퍼런스에 모인 억만장자들의 핵심 담론이 될 것으로 분석했다. 특히 지정학적 긴장도의 변화에 따른 국방 관련 투자와 전략이 중요한 논의 지점이 될 예정이다. 이 회장이 이끄는 삼성그룹도 에너지 가격 흐름 및 지정학적 역학 관계 변화와 뗄 수 없는 관계를 맺고 있으므로 이에 대한 아이디어를 얻을 전망이다.

이 회장이 콘퍼런스 참석을 계기로 신성장동력 발굴을 더 적극적으로 모색할 것이란 예상도 나온다. 삼성그룹은 최근 AI·헬스케어 기업들을 잇달아 인수·합병(M&A) 포트폴리오에 추가한 바 있다. 이 회장이 선밸리 콘퍼런스에서 다양한 정재계 인사들과 교류하면서 신성장동력에 대한 여러 견해를 들음으로써 신사업 진출이나 M&A 관련 의사결정 속도를 높일 수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업계에서는 이 회장의 선밸리 콘퍼런스 참석이 빅테크 거물들과의 인적 네트워킹만으로도 큰 의미가 있다고 분석한다. 예를 들어 올트먼 CEO, 나델라 CEO 등과의 대화를 통해 고대역폭메모리(HBM)나 거대언어모델(LLM) 반도체의 개발 방향에 대한 직접적인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이뿐만 아니라 글로벌 기업들과의 협력을 통해 새로운 공급망을 함께 구축하거나 공동 R&D, 투자 파트너십 체결 등을 조율할 수도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큰 규모의 합병이나 파트너십 체결은 그룹 회장급 네트워킹이 아니고선 결정하기 어렵다"며 "회사 미래를 책임지고 결정하는 총수가 있는 회사와 없는 회사의 차이가 이런 곳에서 나타난다"고 말했다.

[김동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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