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NN "헤그세스 국방, 백악관에 통보 않고 지난주 '지원중단' 발표했다"
트럼프 작년 선거자금 모금 행사 '모스크바 폭격 불사 발언' 녹음파일 공개

트럼프 대통령과 헤그세스 국방장관 (워싱턴DC = AFP 연합뉴스) 2025년 7월 8일 백악관 내각회의실에서 열린 내각회의에 참석한 도널드 트럼프(왼쪽) 미국 대통령과 피트 헤그세스(오른쪽) 국방장관. (Photo by ANDREW CABALLERO-REYNOLDS / AFP) 2025.7.9.

(서울=연합뉴스) 임화섭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에 패트리엇 시스템 1세트를 추가로 보내주는 방안을 고려중이라고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익명 관계자 2명의 말을 인용해 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패트리엇 시스템 1세트는 발사기 2대 혹은 3대, 레이더 1대, 지휘통제소 1대, 그리고 발사기로 발사되는 요격미사일 여러 발로 구성된다.

만약 이런 추가 지원이 현실화된다면 트럼프 대통령이 전임 바이든 행정부에서 승인됐던 것보다 더 많은 주요 무기 시스템을 지원하는 것을 승인하는 첫 사례가 되므로 백악관으로서는 의미가 크다고 WSJ은 강조했다.

현재 우크라이나에 배치된 패트리엇 시스템의 수는 7세트 혹은 8세트로 알려졌으며 이 중 미국이 3세트, 독일이 3세트, 유럽 국가들의 컨소시엄이 1세트를 제공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이 중 일부는 정비를 받아야 하므로 항상 모두가 동시에 가동 중인 것은 아니리라고 추정된다.

패트리엇 시스템의 가격은 1세트에 10억 달러(1조4천억 원) 안팎이며 패트리엇용 요격미사일은 1발에 400만 달러(55억 원)가 드는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대통령과 헤그세스 국방장관 (워싱턴DC = AP 연합뉴스) 2025년 7월 8일 백악관 내각회의실에서 열린 내각회의에 참석한 도널드 트럼프(왼쪽) 미국 대통령과 피트 헤그세스(오른쪽) 국방장관. (AP Photo/Evan Vucci)

트럼프 대통령은 이달 초에 중단했던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기 지원도 재개키로 했다.

미국 정치전문매체 악시오스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4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통화하면서, 지난주에 중단했던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기 지원을 재개키로 하고 패트리엇용 요격미사일 10발을 즉각 보내주겠다고 약속했다.

다만 이는 원래 미국이 중단한 지원 계획에 포함돼 있던 것보다는 수량이 적다고 악시오스는 지적했다.

이에 앞서 미국은 전임 바이든 행정부에서 세워진 지원 계획에 따라 패트리엇용 요격미사일 30발 등을 포함한 무기를 우크라이나에 보내주겠다고 했다가, 지난주에 폴란드-우크라이나 국경에서 무기 전달을 중단시켰다.

당시 지원이 중단된 무기 중에는 패트리엇용 요격미사일뿐만 아니라 155㎜ 포탄 8천500여발, 하이마스용 정밀 유도 다연장 로켓 시스템(GLMRS) 250발 이상, AGM-114 헬파이어 공대지 미사일 142발, 중거리 레이더 유도 공대공 미사일인 AIM-7(스패로우), AIM-120 공대공 미사일, 단거리 스팅어 미사일, AT-4 유탄 발사대 등도 있었다.

미국 국방부는 지원 중단 조치를 이달 1일 발표하면서 미군 무기 재고 감소 우려를 이유로 댔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7일 밤(현지시간) "그들(우크라이나)은 스스로를 방어할 수 있어야만 한다. 그들은 지금 매우 심하게 얻어맞고 있다"며 무기 지원 재개 방침을 공표했다.

결과적으로 미국 국방부가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기 지원을 중단한다고 발표했다가 1주도 안 돼 트럼프 대통령이 이를 뒤집고 무기 지원을 재개키로 한 것이다.

AP통신은 익명 취재원들을 인용해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국방부의 무기 지원 중단 결정에 대해 모르고 있었으며, 백악관과 국방부 사이에 제대로 조율이 되지 않은 상태에서 발표가 나온 데 대해 비공개 자리에서 짜증을 냈다고 전했다.

CNN 방송은 피트 헤그세스 미 국방장관이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기 선적 중단을 승인하기 전에 백악관에 통보하지 않았다고 소식통 5명을 인용해 전했다.

즉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기 지원 중단은 헤그세스 장관이 대통령 보고도 하기 전에 독단적으로 결정해버린 사항으로, 트럼프 대통령의 진의가 아니었다는 것이 AP통신과 CNN이 전한 익명 취재원들의 주장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8일 백악관 내각회의 자리에서 '무기 선적 중단 결정은 누가 승인했느냐'는 기자 질문을 받고 발끈하면서 "나는 모른다. 당신이 나에게 말해달라"고 역정을 냈다.

트럼프 대통령과 헤그세스 국방장관 (워싱턴DC = UPI 연합뉴스) 2025년 7월 8일 백악관 내각회의실에서 열린 내각회의에 참석한 도널드 트럼프(왼쪽) 미국 대통령과 피트 헤그세스(오른쪽) 국방장관. (Photo by Aaron Schwartz/UPI) 2025.7.9.

어쨌든 트럼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기 지원에 예전보다 적극적으로 나서기로 한 것은 분명해 보인다.

이런 태도 변화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이 몇 달간 해 온 휴전 및 평화협정 체결 요구에 응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집권 2기 취임 이래 공개된 것만 6차례에 걸쳐 푸틴과 전화통화를 했으나 별다른 양보를 얻어내지 못했다.

특히 이달 3일에 이뤄진 최근 통화 직후에는 "오늘 푸틴 대통령과 나눈 대화에 매우 실망했다"고 했으며, 8일 각료회의에서는 "푸틴은 우리한테 엄청나게 거짓말(bullshit)을 하고 있다"며 푸틴 대통령을 강도높게 비판했다.

그 전까지 트럼프 대통령은 푸틴 대통령과 상당히 친밀한 관계를 유지해왔다.

그는 1기 집권기뿐만 아니라 집권 1기 퇴임 후에도 푸틴 대통령과 여러 차례 전화통화 등으로 꾸준히 접촉을 유지해온 것으로 알려졌으며, 올해 1월 집권 2기 취임 후 한동안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기 지원에 회의적 견해를 표명해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2월에 백악관을 찾은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공공연히 모욕했으며, 3월 초에는 러시아와 휴전하라고 우크라이나 측에 종용하면서 무기·정보·위성사진 제공 등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적 지원을 약 아흐레간 전면 중단시키기도 했다.

한편 CNN은 지난해 한 선거자금 모금 행사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푸틴 대통령에게 '모스크바 폭격 불사' 등 강력한 경고를 해서 우크라이나 침공 야욕을 꺾어놓았다"는 취지의 자랑을 기부자들에게 늘어놓았다고 전했다.

CNN이 공개한 녹음 파일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푸틴과 얘기하면서 나는 '당신이 우크라이나에 들어간다면(침공한다면) 나는 모스크바를 마구 폭격할 것이다. 나는 그럴 수밖에 없다는 것을 당신에게 일러둔다'고 말했다"고 발언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랬더니 (푸틴 대통령은) '당신 말 안 믿는다'고 했지만, 그는 나를 10% 믿었다"고 주장했다.

"그가 나를 10% 믿었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표현은 "트럼프 대통령의 '모스크바 폭격 불사' 발언이 순전히 허풍이 아니라 실행 가능성이 없지 않다고 푸틴 대통령이 판단했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이 '모스크바 폭격 불사' 발언을 했다는 시점이 1기 집권기(2017년 1월∼2021년 1월)였는지 1기 퇴임 후였는지, 또 2022년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전이었는지 이후였는지 등은 알려지지 않았으며, 트럼프 대통령이 이 발언을 푸틴 대통령에게 실제로 했는지 여부도 확실치는 않다.

solatid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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