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여·동등성 재평가로 약가 축소·행정처분 우려
"경제성, 임상적 수요 비경제적 요소 반영 필요"

위염 치료제로 사용되는 '스티렌'의 제네릭(복제의약품) 제품들 상당수가 최근 품목 허가를 자진 취하한 것으로 나타났다. 스티렌은 동아에스티가 개발한 오리지널 전의약품으로 애엽(말린 약쑥 잎)이란 천연 물질을 주성분으로 한다.  

정부의 '의약품 급여적정성'과 '동등성 재평가'가 동시에 진행되자 스티렌 제네릭 제약사들이 향후 약가 축소나 행정처분에 대한 부담을 피하기 위해 선제적으로 품목 허가를 취하하고 있어 눈길을 끈다.

급여적정성·동등성 재평가 앞두고 제네릭 자진 철수

9일 비즈워치가 집계한 결과 스티렌의 제네릭 149개 품목 가운데 절반에 달하는 72개가 품목허가를 자진 취하했거나 허가 갱신을 포기했다. 이 중 올해 허가를 반납한 품목만 60개에 달한다. 오리지널인 스티렌을 제외하고 나머지 상당수 제네릭들이 시장에서 자진 철수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제네릭 제약사들이 건강보험 급여적정성 재평가와 오리지널 의약품과의 동등성을 검증해야 하는 등 이중으로 부담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올해 스티렌 성분인 애엽추출물을 포함해 필름코팅정 형태의 생약제제에 대해 급여적정성 재평가를 실시 중이다. 급여적정성 재평가는 건강보험에 등재된 의약품의 임상적 유용성, 비용 효과성, 사회적 요구도 등을 재검토해 보험급여를 유지할지, 축소 혹은 제외할지를 결정하는 제도다.

식품의약품안전처도 이에 발맞춰 지난 6월 30일까지 제네릭 품목에 대해 오리지널 의약품과의 동등성 입증 자료 제출을 요구했다. 제네릭사들은 오리지널 의약품과의 비교임상을 통해 약효, 안전성 등이 통계학적으로 동등한지 확인하는 시험 결과를 제출해야 한다. 해당 자료를 제출하지 않은 품목은 판매업무정지 2개월의 행정처분을 받게 되며, 사전 자진취하 시 처분 대상에서 제외된다.

비교임상 진행 비용부담·불분명한 성공가능성 등 영향

이러한 규정에 따라 다수 제약사들이 자료 제출과 행정처분을 피하기 위해 허가를 자진 반납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또 심평원과 식약처에 제출해야 하는 자료를 준비하는데 들어가는 비용 부담과 비교임상에 대한 불분명한 성공 가능성 등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비교임상은 오리지널과 비교 대상인 제네릭이 동일한 방식으로 방출 또는 분해되는지 확인하는 방식으로 이뤄지는데 적게는 수천만원대에서 많게는 억대 비용이 들어간다. 스티렌 제네릭의 경우 다수 품목들이 출시되어 경쟁하고 있는데 시장 환경이 녹록치 않다. 업계에 따르면 스티렌 제네릭을 판매하고 있는 중소 규모 제약사들의 연간 처방액은 수천만원에서 수억원 수준인데 이는 비교임상에 투입하는 비용과 비슷하다. 임상시험 비용에 투입하는 금액이 스티렌 제네릭으로 벌어들이는 수입과 맞먹는다는 것이다. 

오리지널 스티렌도 별반 사정이 좋지 않다. 동아에스티가 스티렌으로 벌어들이는 수입(처방액)은 지난 2011년만 해도 최대 800억원대를 달성했으나 갈수록 제네릭과의 경쟁이 과열되면서 지난해에는 170억원으로 줄어든 상태다.

비용을 투자해 비교임상을 진행하더라도 생약제제 특성상 오리지널 의약품과 동일하다는 점을 입증하기 어려울 수 있다. 생약 성분은 온도, 습도, 빛 등에 민감하게 반응해 용출 또는 분해 양상이 일정하지 않을 수 있어서다.  

약평위 결과 촉각… 매출 영향 불가피

급여적정성 재평가 이슈도 스티렌 제네릭의 시장 철수를 가속화하고 있다. 재평가 결과에 따라 매출에 타격을 입거나 시장에서 퇴출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급여적정성 재평가 결과는 빠르면 내달 중 약제급여평가위원회(약평위)를 통해 1차 발표될 예정이다. 만약 급여 축소 결정이 내려질 경우 연간 시장 규모가 1200억원이 넘는 애엽추출물 제제는 상당한 매출 타격을 입게 된다.

급여가 삭제되면 오리지널 의약품인 스티렌은 물론 제네릭 품목들도 사실상 시장에서 살아남기 힘들다. 비급여 의약품은 환자들이 약값을 전부 자가부담해야 하기 때문에 의료 현장에서 급여가 적용되는 의약품 위주로 처방이 이뤄지기 때문이다. 

이에 오리지널사 동아에스티를 포함한 제네릭사들은 평가기준에 부합하는 임상적 유용성, 비용효과성 등의 자료 준비에 열을 내고 있다. 뿐만 아니라 애엽추출물의 경제성뿐 아니라 의료현장의 임상적 수요, 사회적 요구도 등 비경제적 요소들도 급여적정성 재평가에 반영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이번 재평가로 애엽추출물 제제가 급여 제외될 경우 해당 제제 보다 약가가 비싼 다른 성분으로 대체 처방될 경우 건보재정 지출이 늘어나는 풍선효과가 발생할 수 있다"면서 "대체 약제가 비용이 높다면 과연 급여적정성 재평가 제도 시행 목적과 부합하는지에 대한 부분도 고려돼야 한다"고 말했다.

권미란 (rani19@bizwatch.co.kr)

ⓒ비즈니스워치의 소중한 저작물입니다. 무단전재와 재배포를 금합니다.

Copyright © 비즈워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