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은석 특검 vs 尹’ 9일 오후 구속영장 심문서 치열한 공방 예상
尹 영장 발부되면 4개월 만에 재수감…9일 밤 또는 10일 새벽 결론

(시사저널=이혜영 기자)

윤석열 전 대통령이 7월5일 조은석 내란 특별검사팀의 2차 조사를 받기 위해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검찰청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석방 넉 달 만에 '재구속' 기로에 선 윤석열 전 대통령이 운명의 날을 맞았다. 윤 전 대통령의 조기 신병 확보를 위해 속도전을 벌이는 조은석 내란 특별검사팀과 두 번째 구속을 피하려는 윤 전 대통령 측 간 치열한 공방이 예상된다. 

윤 전 대통령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은 9일 오후 2시15분부터 서울중앙지법에서 남세진 영장전담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다.

특검팀은 본격 수사 착수 18일 만인 지난 6일 윤 전 대통령에 대한 2차 소환조사를 진행한 뒤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와 허위공문서 작성, 특수공무집행방해 등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특검팀에선 윤 전 대통령의 대면조사를 이끌었던 박억수·장우성 특검보와 조재철·김정국 부장검사 등이 참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재구속 위기에 놓인 윤 전 대통령은 이날 직접 법정에 출석한다. 윤 전 대통령의 법률대리인단에 속한 김홍일·배보윤·송진호·채명성·김계리·유정화 변호사 등이 법정에 나오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검팀은 총 66쪽 분량의 구속영장 청구서에 윤 전 대통령의 5가지 범죄사실을 구체적으로 적시했다. 특검팀은 윤 전 대통령이 '중대 범죄'를 저지르고도 국가의 형사사법시스템 전면 부정 및 사법 질서 교란을 주도하며 "억울한 사법 피해자인 것처럼 행세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피의자나 사건 관계인들을 압박해 증거인멸을 시도한 정황이 확인되고 도주 우려도 있는 등 "죄질이 매우 불량하다"며 구속이 불가피하다고 주장했다.   

양측 입장이 첨예하게 엇갈리고 있는 만큼 심문은 장시간 소요될 전망이다. 영장 심사가 끝나면 윤 전 대통령은 서울구치소 또는 서울중앙지검에서 결과를 기다리게 된다. 결과는 이르면 이날 늦은 밤 또는 10일 새벽에 나올 것으로 보인다.

구속영장이 발부되면 윤 전 대통령은 지난 3월8일 구속취소 결정으로 석방된 뒤 4개월 만에 다시 수감된다. 

조은석 내란 특검과 6월29일 피의자 신분으로 내란 특검 조사를 받은 윤석열 전 대통령이 서초구 서울고검 청사를 나서는 모습 ⓒ뉴시스·연합뉴스

단 '2분' 진행된 국무회의…"계엄 정당" 외신 전파 지시도

특검팀은 12·3 비상계엄 선포에 앞서 열린 국무회의부터 윤 전 대통령의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가 인정된다고 본다. 특검팀은 윤 전 대통령이 계엄의 절차적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해 최소한의 정족수(11명)만 충족한 상태에서 국무위원들에게 일방적으로 계엄 선포 방침을 통보한 것으로 판단했다. 지난해 12월3일 실제로 국무회의가 진행된 시간은 오후 10시16분부터 18분까지 단 2분에 불과하다는 게 특검팀의 판단이다. 

특검팀은 국무회의 소집 연락을 받았지만 미처 도착하지 못했거나 아예 연락받지 못한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등 국무위원 총 9명의 심의권 행사를 방해한 것으로 보고 있다. 

윤 전 대통령 측은 '긴급성을 고려해 일찍 도착할 수 있는 국무위원에게 연락을 취한 것에 불과하다'며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또 12월4일 새벽 계엄 해제 의결 때도 동일한 방식으로 연락을 돌려 국무회의를 열었던 만큼 절차상 문제될 소지가 없다고 주장한다. 

윤 전 대통령은 계엄 해제 당일인 4일 오후 하태원 당시 대통령실 홍보수석실 외신 대변인에게 '국회의원의 본회의장 진입을 막지 않았다', '대통령으로서 헌정 파괴 세력으로부터 자유민주주의 헌법 질서를 지키기 위한 액션은 했지만 합헌적 틀 안에서 했다'는 허위 사실에 기반한 입장을 외신에 전파하도록 한 혐의도 받는다. 

'사후 계엄 문건' 작성·폐기…尹측 "지시한 적 없다"

윤 전 대통령은 '사후 계엄 문건' 작성 및 폐기와 관련해 허위공문서 작성 및 행사, 대통령기록물법 위반·공용서류손상 혐의도 받는다. 작년 12월7일 강의구 전 대통령실 부속실장으로부터 한덕수 전 국무총리,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서명한 비상계엄 선포문 양식을 보고받아 서명하고 이를 사무실에 보관하게 했다가 사흘 뒤 폐기를 승인한 것으로 조사됐다. 

특검은 강 전 실장이 계엄이 정당한 절차를 거쳐 선포된 것처럼 꾸미기 위해 허위 문건을 작성했고, 이를 윤 전 대통령과 공모했다고 판단했다. 강 전 실장은 계엄이 해제된 후에 서명란이 기재된 계엄 선포문 표지를 만들고 12월3일자 비상계엄 선포문 앞에 붙여 세 사람의 서명을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강 전 실장은 김주현 전 대통령실 민정수석으로부터 계엄 문건의 형식상 하자와 관련한 문제를 지적받은 뒤 이 같은 조치를 취했던 것으로 파악된다. 

윤 전 대통령 측은 "강 전 실장에게 문서 작성을 지시한 바 없다"며 "권한이 없는 사람(강 전 실장)이 착오로 작성한 문서로서 유효한 문서가 아니다"는 입장이다. 문건 폐기 역시 잘못 작성된 문서를 조치한 것이기 때문에 혐의가 성립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석방된 윤석열 대통령이 3월8일 경기도 의왕시 서울구치소 앞에서 경호차량에서 내려 지지자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그 옆으로는 김성훈 경호처 차장(오른쪽)이 윤 대통령을 경호하며 이동하고 있다. ⓒ 연합뉴스

경호처에 비화폰 삭제 지시하고 "총 보여줘라"

윤 전 대통령은 작년 12월7일 김성훈 당시 경호처 차장에게 세 차례 전화해 여인형 전 국군방첩사령관·곽종근 전 특수전사령관·이진우 전 수도방위사령관의 비화폰 정보를 수사기관이 확보할 수 없도록 조치하라고 지시한 것과 관련한 대통령경호법 위반 교사 혐의도 받고 있다.

구속영장 청구서에는 윤 전 대통령이 "수사받고 있는 그 세 사람의 단말기 그렇게 놔둬도 되느냐", "쉽게 볼 수 없어야 비화폰이지. 조치해라"며 다그쳤고 이에 김 전 차장이 비화폰을 관리하는 부서장에게 로그아웃 등 접속차단 조치를 하라고 지시했다는 내용이 담겼다. 특검팀은 윤 전 대통령이 증거인멸를 지시하고 시도했다는 입장이다.

윤 전 대통령 측은 법령에 따라 당시 직무배제된 세 사람의 비화폰 사용을 막은 것이며, 실제로 비화폰 정보 삭제는 이뤄지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특검팀은 윤 전 대통령이 경호처를 동원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체포영장 집행 등을 방해하고 경호원들에게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했다며 특수공무집행 방해 및 직권남용, 범인도피 교사 등의 혐의도 적용했다. 윤 전 대통령은 지난해 12월7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공관을 압수수색할 때부터 지속적으로 경찰과 공수처 등 공권력의 진입을 막으라는 지시를 한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2차 체포영장 시도 당시 윤 전 대통령은 경호처에 "총을 가지고 있다는 걸 좀 보여줘라"며 위력 경호를 지시한 것으로 파악됐다. 경호처는 실제로 소총 등 총기를 휴대한 채 관저를 순찰하고 기관단총도 현장에 배치했다. 특검팀은 "경호처 소속 공무원들을 사병화해 자신에 대한 수사기관의 정당한 영장(재판) 집행을 무력화하고 증거인멸을 시도한 것"이라면서 "관저를 마치 치외법권인 지역처럼 만들었다"고 지적했다. 

특검팀은 사후 계엄 문건 및 비화폰 삭제·체포 저지 지시와 관련해 강의구 전 실장과 김성훈 전 차장으로부터 윤 전 대통령의 혐의를 입증할 수 있는 결정적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의 진술이 바뀐 것과 관련해 특검팀은 윤 전 대통령과 변호인 측의 압박이 있었던 것으로 보고 있다.  

윤 전 대통령은 체포 저지를 지시한 사실이 없고, 내란죄 수사권이 없는 공수처가 관할권이 없는 서울서부지법에서 위법하게 발부받은 체포영장이었기 때문에 특수공무집행방해죄 역시 성립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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