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내란 특검이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특수공무집행방해, 대통령경호법 위반,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허위공문서 작성 등의 혐의다. 수사를 개시한 지 18일 만이고, 윤석열을 두 번째로 불러 조사한 후 하루가 채 지나지 않아서다. 특검은 이미 불법 비상계엄에 관련된 전직 국무위원들과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들, 경호처 고위 간부들, 군 관계자들을 잇달아 조사하면서 영장 청구의 발판을 마련했다. 윤석열 구속 여부는 내일(9일) 결정된다.

1차 소환 전 윤석열에 대한 체포영장 청구는 승부수가 아니라 견제구였다. 영장은 발부되지 않았지만, 윤석열의 공개 출석 약속을 이끌어냈기에 나쁠 게 없었다.

검찰 안팎에서는 조은석 내란 특검이 기선 제압에 성공했다는 평이 지배적이다. 운 좋게 ‘탈옥’한 윤석열에게 잇따른 영장 청구는 엄청난 위협일 수밖에 없다. “윤석열 스타일로 윤석열을 다룬다”는 말도 나온다. 사실 거물급 피의자를 조사할 때 기부터 꺾는 것은 특수수사 기법 중 하나다. 평소 ‘갑’으로만 살던 정관계 고위직 인사나 재벌기업 회장은 조사자가 예우하지 않거나 거칠게 나오면 당황하게 마련이다.

그 점에서 윤석열이 처음 출석하던 날 조 특검이 차담(茶啖)은커녕 코빼기도 비치치 않은 것은 고도의 심리전이었다. 전직 대통령에 대한 최소한의 예우, 그리고 옛 동료에 대한 배려를 기대했을 법한 윤석열의 자존심 혹은 망상을 여지없이 짓밟은 셈이다. 경찰 간부를 첫 조사자로 내세운 것도 같은 맥락이다. 철저한 검찰주의자인 윤석열에게는 모욕적이고 치욕적인 수사방식으로 비칠 만했다.

1차 조사 후 숨 쉴 틈도 주지 않고 2차 출석일을 이틀 뒤로 잡아 통보한 것도 심리적 압박용이었다. 윤석열 측이 연기를 요청하자 이를 받아들인 것도 계산된 행보였다. 무리하게 밀어붙이지 않고 피의자 요구를 어느 정도 들어주며 수사한다는 모양새를 갖추면서 실속을 챙기는 일거양득의 전략이었다.

내란 특검이 예상보다 빠르고 강력한 수사를 이어가자, 수사 내용 못지않게 관심을 끈 것이 조은석과 윤석열의 ‘운명적 대결’이다. 두 사람 다 친정인 검찰에서 특수통 칼잡이로 이름을 날렸지만, 한 사람은 비주류, 다른 한 사람은 주류라는 대조적인 길을 걸었다. 기수 차이가 나는 만큼 인사나 수사를 놓고 충돌한 적은 없지만 심리적으로 묘한 경쟁 구도였다. 문재인 정부 초기 윤석열이 서울중앙지검장을 지낼 때 조은석이 서울고검장이었다는 점은 두 사람 관계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직제상으로는 조은석이 상관이었지만 실권을 쥔 사람은 윤석열이었다.

5일 내란 특검 2차 조사를 마치고 나온 윤석열(중앙)과 윤석열의 변호인들. 

조은석이 유력한 특검 후보로 거론될 때 진보 진영 일부에서 경계의 목소리가 나온 것은 한마디로 ‘윤석열 트라우마’ 때문이다. 윤석열과 같은 특수통 출신에 검찰주의자이기 때문에 믿을 수 없고 위험하다는 논리였다. ‘자라 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 놀란다’고, 윤석열에게 심하게 덴 만큼 그런 우려가 나올 만했다. 두 사람이 과거 특수통 검사들의 친목회인 ‘우검회(우직한 검사들의 모임)’ 회원이었다는 사실도 불안감을 부채질했다. 그런 상황에서 특검이 서울고검에 사무실을 마련하자 비판론자들은 특검과 검찰의 야합을 우려했다.

오랫동안 검찰을 취재하며 두 사람 다 알고 지낸 내가 보기에는 항간의 의구심과 달리 두 사람 간 친분은 거의 없다. 조 특검이 특수통 출신이고 검찰주의자라는 주장은 사실에 부합하지만, 윤석열과 캐릭터나 스타일이 비슷하다는 주장은 사실과 거리가 멀다. 검찰과 야합할 거라든가 내란에 연루된 검찰 간부들을 봐줄 거라는 의심에는 합리적 근거가 없다.

검사들의 인연은 크게 근무연, 수사연, 사적 인연으로 나눌 수 있다. 검찰에서 선후배를 가르는 기준은 사법시험과 사법연수원 기수다. 조은석은 사시 29회, 연수원 19기이고, 윤석열은 사시 33회, 연수원 23기다. 조은석이 윤석열의 4년 선배인 셈이다. 다만 나이는 1960년생인 윤석열이 조은석보다 다섯 살 많다.

먼저 근무연부터 살펴보면 두 사람은 같이 일한 적이 없다. 세 번 같은 검찰청에서 근무했으나 부서가 달랐다. 1999년 조은석이 서울지검(현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 검사일 때 윤석열은 특수2부 소속이었다. 2007년 대검에서 함께 근무한 적이 있으나 소속과 임무가 달랐다. 조은석은 범죄정보1담당관, 윤석열은 검찰연구관이었다. 2009년 조은석이 대검 대변인을 지낼 때 윤석열은 대검 범죄정보2담당관이었다.

수사팀에서 한솥밥을 먹은 적도 없다. 일부에서는 2003~04년 대검 중수부의 불법 대선자금 수사 때 두 사람이 함께 일하지 않았느냐는 의혹을 제기하는데, 사실과 다르다. 당시 광주지검 소속 윤석열은 대검 중수부에 파견돼 남기춘 중수1과장 밑에서 대선자금 수사에 참여했다. 남기춘은 사법시험 기수로는 윤석열의 8년 선배지만, 사적으로는 대학 동기이자 친구였다. 반면 대검 검찰연구관이던 조은석은 김수남 중수3과장이 이끈 공적자금비리합동단속반에서 활약했다. 그 팀에서 나라종금 로비 의혹 사건과 썬앤문 비자금 사건, 굿머니 불법 대출 사건을 수사하면서 안희정, 염동연, 이광재 등 현직 대통령 최측근과 김홍일, 한광옥 등 전 정권 실세 정치인을 기소해 재판에 넘겼다.

조은석과 윤석열의 연결고리라는 의심을 받는 우검회는 안대희 전 대검 중수부장을 비롯해 대선자금 수사에 참여한 검사들의 친목회다. 당시만 해도 사회적으로 큰 이목을 끈 대형 수사가 끝난 후 검사들끼리 모임을 하는 것은 일종의 관례였다. 우검회 회원들은 1년에 한두 번 산행을 했다. 좌장인 안대희가 2012년 대선 때 박근혜 캠프에 몸담으면서 흐지부지해졌는데, 2013년 김수남이 서울중앙지검장을 할 때 마지막으로 모이고 해체됐다.

조은석은 우검회의 정회원이 아니라 준회원 비슷했다. 불법 대선자금 수사 당시 소속과 임무가 달랐던 그가 우검회에 끼게 된 것은 안대희 중수부장의 지시로 노무현 대통령 측근들의 정치자금법 위반 사건을 넘겨받아 수사한 인연 때문이다. 중수3과장이던 김수남도 같은 이유로 우검회 회원이 됐다.

조 특검은 최근 SNS 등에 유포된 우검회 산행 사진에 대해 가까운 지인에게 “윤석열, 한동훈은 우검회 막내급으로 나와는 기수 차이가 컸다”며 “1년에 한 번 정도 나가던 모임에서 사진 같이 찍혔다고 친하다는 게 말이 되느냐”며 윤석열과의 개인적 친분을 강하게 부인했다. 실제로 두 사람은 검찰 재직시는 물론 검찰을 나온 뒤로도 별다른 교분이 없다. 윤석열은 어떤 감정인지 모르지만, 조은석이 윤석열을 싫어하는 것은 분명하다.

뉴스타파 조성식 softrocker@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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