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299억, 경남 197억 추경 확보 언론에 알려
전북은 네이버, 리벨리온 참여 언급
경남은 구글, 서울대 참여 언급
과기부 “사업 공모 전…확정된 바 없다” 선 긋기
[이데일리 김현아 기자] 정부의 차세대 인공지능 전략사업인 ‘피지컬 AI’를 둘러싸고 전북과 경남이 사실상 유치전 경쟁에 돌입했다.
각각 국비 229억원, 197억원의 추경 예산을 확보했다고 언론에 알리면서 지역별 ‘피지컬 AI 메카’ 선점을 향한 속도전이 본격화되는 모습이다. 그러나 주무부처인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본 사업은 아직 공모 전으로 구체적 내용은 확정되지 않았다”고 밝혀 제동을 걸었다.
전북 전주시 전북특별자치도청 기자회견장에서 열린 피지컬AI 추경확보 관련해 김관영 전북도지사와 정동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비롯한 관계자들이 8일 기자회견을 진행 하고 있다. 출처=전북자치도.
전북 “1조 규모 국가사업, 실증 거점 지정”…정동영 주도
8일 전북도청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정동영 국회의원은 “이번 피지컬AI 예산 확보는 전북이 대한민국 최초의 실증 거점으로 도약하는 역사적 전환점”이라며 “향후 5년간 1조원 규모의 국가전략사업으로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 의원은 “2월 현대차의 싱가포르 AI 테스트베드를 방문해 벤치마킹했고, 이후 네이버(NAVER(035420))·리벨리온·카이스트 등과 MOU를 맺고 740쪽 분량의 보고서를 준비했다”며 “AI조찬포럼에서 시작된 이 논의가 현실화됐다”고 강조했다.
김관영 전북도지사도 “정부안에 빠졌던 사업이 국회의 보완으로 반영됐다”며 “과기부와 협력해 투자촉진형 재정사업 등과 연계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이번에 반영된 229억원은 ‘피지컬 AI 핵심기술 실증사업’의 일부로, 국비 60%(229억), 지방비·민자 40%(153억)가 매칭되어 총 382억 원 규모로 추진된다고 했다.
경남 “구글·서울대 참여…6000억 제조 AI 본사업 노린다
이에 질세라 경남도도 하루 앞선 7일, 2차 추경에서 197억 원의 국비를 확보했다고 발표했다. 해당 예산은 ‘경남형 제조 챗-GPT’ 개발을 목표로 하는 피지컬 AI 시범사업에 투입되며, 구글클라우드코리아·서울대·경남대 등이 컨소시엄 형태로 참여한다고 했다.
경남도는 이번 시범사업과 지난해 확보한 ‘초거대 제조 AI 서비스 개발 사업’(208억원)을 연계해 향후 6000억 원 규모의 본사업 유치를 노린다는 구상이다. 특히 AI전담 부서를 신설하고, AI 컴퓨팅센터·AI 혁신밸리·중소기업 AI솔루션 등 다양한 생태계 조성 계획도 추진 중이다.
윤인국 산업국장은 “초격차 AI 기술을 선도할 기회를 잡았다”며 “경남이 제조AI 중심지로 자리매김하도록 총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과기부 “공모 전 단계…지역 지정도 확정 없어”
하지만 주무부처인 과기정통부는 두 지역의 발표에 대해 선을 그었다. 정부는 아직 본사업 공모를 진행하지 않았으며, 예산 확보는 관련 정책 추진을 위한 기반일 뿐, 사업지 지정이나 내용은 확정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실제로 과기부는 8일 공식 해명 자료에서 “본 사업은 공모를 준비 중에 있으며, 구체적인 내용은 확정된 바 없다”고 밝혔다.
“국회가 끌고, 과기부는 아직”…이례적 유치전 배경 주목
전문가들은 이번 상황을 두고 “국회의 예산 주도권이 과기부의 사업 기획보다 앞서 작동한 드문 사례”라고 평가한다. 휴머노이드로봇의 뇌 역할을 하게 될 피지컬 AI라는 기술적 미래성과와 글로벌 시장 잠재력(50조 달러 규모 추정)이 결합되면서, 지자체와 국회의원의 선제적 유치 행보가 본격화된 것으로 풀이된다.
향후 과기정통부의 공모 방식과 선정 기준이 어떻게 구체화될지에 따라 전북·경남의 전략이 실제 결과로 이어질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다만 이번 논란은 전북과 경남 모두 “AI 산업을 지역 성장 동력으로 만들겠다”는 강한 의지를 대외적으로 천명한 신호탄이 됐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김현아 (chaos@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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