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버린 AI는 쇄국정책 아닌, 글로벌 시장으로 나아가 AI 주도해야"
"파운데이션모델·인프라·인재·데이터 등 AI 생태계 균형 발전해야"
[서울=뉴시스]오동현 기자 = 8일 서울 송파구에 위치한 한국인공지능·소프트웨어산업협회에서 류제명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제2차관이 인공지능 기업인들과 'AI 3대 강국 조기 실현을 위한 민관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2025. 07. 08. odong85@newsis.com
[서울=뉴시스] 오동현 기자 = "정부의 투자와 지원은 하드웨어·소프트웨어·인재·데이터 등 인공지능(AI) 생태계 전반에 걸쳐 균형 있게 이뤄져야 하며,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소버린 AI' 실현이 목표가 돼야 합니다."
이재명 정부가 ‘세계 3대 AI 강국 도약’이라는 국가 비전 아래 100조원 규모의 대규모 투자를 예고한 가운데, 국내 주요 AI 기업들이 정부에 바라는 정책과 현장의 목소리를 가감 없이 전달했다.
8일 한국인공지능·소프트웨어산업협회(KOSA)에서 열린 AI·디지털 분야 민관 간담회에서는 류제명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제2차관과 국내 주요 AI 파운데이션 모델 개발사 및 서비스 기업 대표들이 참석했다.
이날 간담회에서는 ▲'소버린 AI(주권 AI)' 구축을 통한 기술 주도권 확보 ▲파운데이션 모델 투자와 더불어 AX(인공지능 전환) 서비스 가속화 ▲국산 NPU(신경망처리장치) 활성화를 통한 엔비디아 종속성 해소 ▲인재 양성 및 규제 개선의 필요성이 집중적으로 논의됐다.
특히 과거 성공 사례를 바탕으로 한 '할 수 있다'는 자신감과 민관의 '원팀' 협력을 통한 담대한 도전이 강조되며, AI 3대 강국 실현을 위한 정부 정책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데 의견이 모였다.
먼저, 자체 LLM을 개발한 기업들이 '소버린 AI'의 중요성에 대해 강조했다. 이경일 솔트룩스 대표가 '소버린 AI'의 관점에서는 국내 시장을 지키는 것보다 글로벌 시장에서의 경쟁력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운을 뗐다.
이경일 대표는 "최근 중국 방문 경험을 통해 중국 AI 기업들의 압도적인 GPU 보유량(센스타임 2만 장 이상), 자체 IDC(데이터센터) 운영, 그리고 '불같은' 속도와 집요함에 큰 충격과 두려움을 느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과거 흥선대원군의 쇄국정책처럼 폐쇄적 접근이 아닌, 글로벌 시장과의 연계와 개방적 생태계 조성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제는 에이전트 AI 생태계 조성과 성공 사례 확산이 중요하다. 소버린 AI는 국내 시장 보호가 아니라 글로벌 시장에서의 경쟁력 확보를 위한 전략이어야 한다”고 말했다.
김성훈 업스테이지 대표는 "우리나라가 기술 주도권을 확보하려면 어렵더라도 파운데이션 모델 개발을 포기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파운데이션 모델 투자는 AI 산업 생태계 전반에 큰 파급효과를 가져올 것이라는 주장이다.
이어 김성훈 대표는 "국내 시장만으로는 GPU 등 막대한 비용을 감당하기 어려우므로 반드시 글로벌로 진출해야 한다"며 "동남아나 일본 등 기술력이 약한 시장에 우리의 AI 기술을 '기술 원조' 형태로 제공하고, 우리의 IT 기술 사용 시 할인 혜택을 주는 바우처 형태의 지원이 글로벌 시장 확산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제안했다.
김우형 LG AI연구원 전무는 "소버린 AI의 핵심은 '우리가 완전히 컨트롤할 수 있는 AI'를 만드는 것"이라며 이를 위해 자사는 원천 기술 개발에 노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AI는 더 이상 모델 하나 만드는 단계를 넘어섰다. 서비스와 생태계 중심으로 빠르게 이동해야 하고, 이를 통해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성공 사례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김우형 전무는 "우리 산업계가 실패하더라도 여러 시도를 통해 발전해야 하는 분위기가 만들어졌으면 하는 바람"이라며 "AI 인재 유치를 넘어 전체 AI 산업 생태계의 '판을 키워야' 인재들이 지속적으로 역할을 할 환경이 조성될 것"이라고 전했다.
[서울=뉴시스] 류제명 과기정통부 2차관이 첫 현장행보로 한국인공지능·소프트웨어산업협회(KOSA)를 방문했다. (사진=과기정통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다만 정상원 이스트소프트 대표는 소버린 AI를 '만능 키'로 해석하는 것에 대한 우려를 표명했다. 그는 "AI 모델은 운영체제(OS)와 같은 플랫폼보다는 '스위처블한 기술'에 가깝기 때문에, 높은 기술 레벨을 갖춘 모델로 쉽게 대체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정상원 대표는 "AI 안전성, 표준성, 윤리 문제 해결 및 산업 전반의 예상치 못한 문제 대응을 위한 통제 가능한 AI 생태계 구축이 필요하다"고 했다. 또 "국내 시장만으로는 한계가 명확하므로, 국가 차원의 AI 솔루션 해외 진출 지원이 필수적이며, 기존 글로벌 산업과 AI 업체, 인프라가 패키지 형태로 지원되는 전략이 효과적"이라고 제안했다.
파운데이션 모델 개발만큼 AI를 잘 활용하는 AX가 중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김동환 포티투마루 대표는 자동차에 비유하며 단순히 엔진(파운데이션 모델)을 잘 만드는 것을 넘어 그 엔진으로 스포츠카, 승용차 등 다양한 형태의 자동차를 만들어 역수출할 수 있음을 강조했다.
김동환 대표는 "중국의 딥시크 이후 국내 AI 업계가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며 "파운데이션 모델 개발과 동시에 실제 산업 현장에 적용할 수 있는 AX 정책이 병행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데이터 활용과 R&D 세제 혜택 등 지원 확대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이호준 삼성SDS 부사장은 "중국 AI 기업들의 정말 파워는 데이터다. 그 데이터를 자기네 마음대로 쓸 수 있게 정부 차원에서 포괄해주고 도움을 준다"며 "정부 차원에서 데이터를 조직적으로 관리하고, 지정된 장소에서 함께 학습 및 활용할 수 있는 통합 체계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유한주 네이버클라우드 랩장은 "GPU 등 장비 투자가 늘면서 선행 연구 투자 여력이 줄었다. R&D 세제 혜택 등 지원 확대가 필요하다"며 "AI 서비스 실증 시 행정·전력 규제, 인허가 불확실성, 데이터 활용 규제 등 현장 애로가 크다. 실질적 규제 개선이 절실하다"고 호소했다. 또한 "데이터 센터의 전력 수요 증가에 따른 중복 규제 및 인허가 불확실성이 사업 추진의 큰 걸림돌임을 지적하며 관련 규제 개선을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김한준 퓨리오사AI 최고기술책임자(CTO)는 "기존 엔비디아 사용의 편리함에도 불구하고 국산 NPU 사용에 대한 인센티브 제공이 필요하다"며 "특히 공공 부문에서 국산 AI 반도체를 적극 활용함으로써 초기 수요를 창출하고 국내 기업의 경쟁력 강화에 기여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끝으로 조준희 한국인공지능·소프트웨어산업협회장은 AI 경쟁 상황을 영화 '300'에 비유하며 엄중한 위기 상황이자 다음 세대를 위한 도전임을 역설했다. 그는 "우리도 한번 해볼 만한 대한민국 어벤저스가 만들어졌다. 영화 300에 스파르타군의 300 전사처럼 100만 대군을 맞서는 자세로 임해야 된다"고 강조했다.
류 차관은 "AI 3위 그룹에 머무르는 것은 목표가 아니다. 미국·중국과의 격차를 좁히기 위해 담대한 도전이 필요하다"며 "현장과의 상시 소통 채널을 열겠다"고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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