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0월 북한 평양에서 발견된 드론작전사령부의 '평양행 무인기'는 국내 제조업체 A사 제품으로 드러났다. 이 무인기는 그보다 한 해 앞서 국방과학연구소(국과연)가 이제 막 창설된 드론작전사령부에 교육 훈련용 명목으로 무상 제공한 것이었다.

'평양행' 무인기의 납품 경로는 A사 → KAI(한국항공우주산업) → 국과연 →드론작전사령부 순이다. 그렇다면 A사는 어떤 이유로 '평양행' 무인기를 만들게 된 걸까. 뉴스타파 취재 결과, A사에 무인기 제작을 의뢰한 건 KAI가 아닌 국과연이었다. 공식 계약도 맺기 전에 국과연 관계자가 A사에 제작을 의뢰했다.

의뢰 시점은 윤석열 당시 대통령이 국과연을 방문한 직후였다. 북한 무인기가 용산으로 넘어와 한창 난리가 났던 바로 그 시점이었다. 취재를 종합하면, A사의 무인기 제작과 납품은 윤석열의 지시에서 비롯됐다고 볼 수 있다. 

취재진이 찾아간 '평양행 무인기' A사 대표는 "억울하다" 

취재진은 충청권에 위치한 A사를 직접 찾아갔다. 최근 조은석 특검이 윤석열 등 내란 세력의 외환 유치 혐의로 수사를 확대하면서 임직원들이 굉장히 예민한 상태였다. 현장에서 만난 김 모 대표와 직원들은 취재진을 내쫓으며 경찰까지 불렀다.

실랑이 도중 김 대표는 자신이 만든 무인기가 이듬해 "북한으로 날아갈 줄은 꿈에도 몰랐다"면서 "그럴 (북한에 보낼) 용도라면 그걸 갖다가 저희 업체 같은 데서 했겠나? 방산업체나 이런 데서 했지. 그렇잖아요?”라고 반문했다. 이어 그는 “저희도 지금 화가 나는 게, 어쨌든 우리는 정말 그 짧은 기간에 만들어 달라고 그래서 만들어서 주느라고 고생만 했다”고 강조했다. 

지난 4일, 민간업체 A사에 찾아간 취재진의 인터뷰 요청을 거절하는 김 모 대표의 모습.

이후 현장을 떠난 취재진에게 김 대표가 억울함을 거듭 호소하며 연락해왔다. 예민한 시기인 만큼 정확하게 사실 관계를 확인해서 기사를 써달라고 부탁했다. 이에 취재진은 '평양행 무인기'가 국과연에 납품된 과정에 한해서 김 대표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A사 대표 “윤석열이 국과연 다녀간 직후, 국과연 연락해서 급히 제작 요청" 

김 대표에 따르면, A사의 무인기 제작은 국방과학연구소의 요청으로 시작됐다. 이에 따라 A사는 방산 대기업 KAI와 공식적인 납품 계약을 맺기 전에 제작에 착수했다. 단기간에 빠른 납품이 이뤄질 수 있었던 배경에 국과연의 직접 연락이 있었던 것이다.

그렇다면 국과연이 무인기 납품을 서둘렀던 이유는 무얼까. 

사건은 2022년 12월 26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날 북한이 보낸 무인기 한 대가 비행금지구역인 용산 대통령실에서 3km 떨어진 상공에 진입했다. 사흘 뒤, 윤석열 당시 대통령이 국방과학연구소를 방문했다. 이때 윤석열이 북파 무인기 제작 지시를 내렸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에 대해 김 대표는 “윤 대통령이 국과연에 방문한다고 (A사) 기체 전시해달라고 그래서 (국과연에) 가서 전시해드렸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국과연에 여러 무인기 모델이 전시됐고, 윤 전 대통령이 이를 둘러본 사실이 언론 보도로 확인된다. 

2022년 12월 29일, 윤석열 당시 대통령이 국방과학연구소를 방문해 전시된 기체를 둘러보는 모습. (출처: KTV) 

이어 김 대표는 “(윤 대통령이) 전시되어 있는 걸 보고 그 후에 어쨌든 국과연에서 ‘군에서 필요하면 그걸 만들어 주겠다’ 그래서 국과연에서 만들어 준 거다. 구체적인 구찌(계획)는 모르겠는데, 제가 아는 스토리는 그렇다”며 제작에 착수한 경위를 밝혔다. 

우리 군이 무인기 제작과 침투 계획을 공식적으로 밝힌 건 윤석열의 국과연 방문 석 달 후다. 2023년 3월, 군은 “2023년 7월까지 소형 무인기 100대의 시험 비행과 제작을 마치고 창설을 준비 중인 드론작전사령부에 배치할 방침”이라고 홍보했다.

김 대표는 “(국과연에서) 훈련용, 북한에서 우리나라에 보낸 그 정찰형 무인기랑 유사한 성능을 가진 비행기를 납품을 해달라 그래서 그렇게 제작을 해서 납품을 한 거”라고 말했다. 

국과연은 A사에 제작 속도를 강조했다고 한다. 김 대표는 “국과연에서 우리가 의뢰를 받았고, 기존에 그 비행체가 개발된 게 있었다. 우리가 ‘신속시범’이라고 해서 그런 기체가 있었는데 그거를 이렇게 활용해 보는 용도로 해서 급하게 제작을 해달라고 그래서 제작을 한 거"라고 설명했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국과연이 왜 A사를 선택했는지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소음·진동 기준도 없이 급조된 무인기...정찰 임무는 애초 '불가능' 

김 대표에 따르면 A사가 납품한 무인기는 가능한 통신 범위가 5km 거리 이내다. 이 범위를 벗어나면 사전에 지정한 경로로 자동 비행을 한다고 한다. 평양을 정찰할 목적으로 띄울 수 있는 성능의 군용 무인기는 애초부터 A사가 만들 수도 없었다. 

국과연이 비행 소음이나 진동 등에 대한 정확한 기준을 제시하지도 않은 점도 특검 수사로 규명돼야 할 부분이다. 김 대표는 “소음이 있고 없고 그런 규제 사항이 없었다”며 “(국과연이) 그냥 이렇게 나는 거, 몇 시간 뒤에 할 수 있는 거 해달라, 그거였다”고 기억했다.

A사 무인기는 미국산 휘발유 엔진을 사용하는데, 먼 거리를 비행할 수 있지만 전기 엔진에 비해 소음과 진동이 심한 단점이 있다. 백령도에서 평양까지 직선 거리는 약 146㎞다. 5㎞만 벗어나도 통신이 끊기는 시끄러운 무인기가 평양 상공을 맴돌다가 발각되는 건 너무 당연한 결과였다.

이 때문에 드론작전사령부가 처음부터 발각될 목적으로 군용 정찰 드론이 아닌 A사 무인기를 띄운 것 아니냐는 지적도 가능하다.   

KAI(한국항공우주산업)이 민간업체 A사와 체결한 '저가형 소형 무인기' 발주 계약서.

KAI는 ‘납품 세탁’에 동원...'윗선' 지시 정황

납품 과정도 의문 투성이다. 국과연은 A사와 직접 계약하지 않고, 중간에 KAI를 세웠다. 2023년 3월 29일, 국과연은 KAI와 ‘저가형 소형 무인기 제작’ 사업을 계약했다. 같은 해 4월 20일, KAI는 A사에 무인기 100대, 발사대 2대, 지상통제장비 2대, 운용지원장비 2조 제작을 발주했다. 

"왜 국과연과 직접 계약을 맺지 않았냐"는 질문에 김 대표는 “우리가 직접 납품이 안 되니까 KAI가 중간에 들러리를 섰다. 국가에서도 뭐 대기업을 앞세워서 해라 이런 게 있잖나. 대기업을 끼고 하는 게 좋겠다라고 중간에서 얘기를 해서 KAI가 붙었다”고 해명했다.

국과연-KAI의 계약금액은 32억 원인데, KAI-A사의 계약 금액은 29억 원이다. 세금 등을 고려하면 KAI가 얻을 수 있는 이득은 거의 없다. 국과연은 훗날 KAI를 통한 무인기 '대량 생산'을 염두에 뒀다고 하지만, 정작 KAI는 무인기 사업에서 사실상 손을 떼는 상황이었다고 전해진다. 이런 점들을 고려하면, 국과연 사업에 KAI가 납품 세탁자로 동원된 건 '윗선'의 지시 없이는 쉽지 않았을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국방과학연구소는 뉴스타파에 “A사에 직접 (무인기) 작업 지시를 한 사실이 없다”며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또 2022년 12월 윤석열의 국방과학연구소 방문 시에도 “A사 기체를 전시한 적이 없다”고 반박했다. 납품 세탁 의혹을 받고 있는 KAI는 "납품 일정을 맞추기 위해 사전 작업을 한 것이 맞지만 국방과학연구소에 입찰한 뒤였다"라고 말했다.  

양측의 해명은 A사 대표의 증언과 어긋난다. 누군가는 거짓말을 하고 있는 것이다. 결국 진실은 특검 수사로 드러날 전망이다.

뉴스타파 박종화 bell@newstapa.org

Copyright © 뉴스타파.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