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관세 서한·삼성전자 실적 악화 등 악재
시장 충격 미미…관세에 민감한 수출주도 선방
“예고된 리스크 선반영…불확실성 완화 기대”
[이데일리 김경은 권오석 기자] 미국의 관세 서한과 삼성전자(005930)의 실적 악화 등 각종 악재에도 8일 코스피 지수가 3100선을 회복했다. 이미 예고된 리스크인 만큼 시장 충격이 미미했다는 분석이다. 증권가에서는 오히려 대내외 불확실성이 차츰 해소되면서 코스피 상승 랠리가 이어질 것이라는 기대감이 나온다.
코스피가 3,110대를 회복하며 장을 마감한 8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에 코스피, 코스닥지수 및 환율이 표시돼 있다. (사진=연합뉴스)
엠피닥터에 따르면 이날 코스피는 전 거래일 대비 55.48포인트(1.81%) 오른 3114.95에 마감했다. 개인이 2845억원을 순매도했지만 외국인과 기관이 각각 2884억원, 354억원을 쌍끌이 매수하며 지수를 끌어올렸다.
“트럼프, 결국 관세 합의할 것”…수출주 영향 미미
이날 시장에 대내외 악재가 이어진 것을 고려하면 선방했다는 평가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7일(현지시간) 자신의 소셜미디어인 트루스 소셜에 이재명 대통령을 수신인으로 하는 서한을 올리며 “한국에 8월 1일부터 상호관세 25%를 부과할 것”이라고 밝혔다.
관세 우려로 미국 증시는 하락세를 보였으나 국내 증시는 이와 다르게 움직였다. 25%의 관세율은 전체 14개 관세 부과 대상국 중 가장 낮은 수준인 데다 다음 달 1일까지 협상 여지가 남아 있다는 점이 투자심리를 되살렸다. 트럼프 정부는 오는 8일 만료 예정이던 상호관세 협상 시한을 다음 달 1일로 연장했는데 시장에서는 이를 이른바 ‘TACO 트레이드(Trump Always Chickens Out·트럼프는 결국 겁을 먹고 물러선다)’ 로 해석하고 있다.
관세에 민감도가 높은 수출주도 대부분 선방했다. 자동차 종목인 현대차(005380)는 1.20% 오른 21만 1000원, 기아(000270)는 0.51% 오른 9만 9100원에 거래됐다. 조선 업종인 한화오션(042660)은 3.79% 오른 7만 6700원, 삼성중공업(010140)은 6.85% 오른 1만 7320원, HD현대중공업(329180)은 3.18% 오른 38만 9500원에 장을 마감했다. 2차전지 관련주만 제외하고는 상승세를 탔다.
삼성전자 어닝쇼크에도 선방…“저가 매수 기회로”
대장주인 삼성전자의 ‘어닝 쇼크’(시장 전망치를 크게 하회하는 실적)도 코스피 지수를 끌어내리지는 못했다. 삼성전자는 이날 실적 발표를 통해 올해 2분기 영업이익이 4조 60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55.94% 감소했다고 밝혔다. 증권사 추정 컨센서스(예상치) 6조 1833억원에 한참 못 미치는 수준이다. 매출은 같은 기간 0.09% 줄어든 74조원을 기록했다.
개장 전 발표된 삼성전자의 실적 충격에 프리마켓에서는 매도 물량이 출회하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개장 이후 상승 전환해 전장 대비 300원(0.49%) 내린 6만 1400원에 거래를 마쳤다. 2분기 바닥을 찍은 실적이 하반기부터 회복세로 돌아설 것이라는 전망과 함께 총 3조 9119억원의 자사주 취득 결정이 주가에 힘을 실었다.
증권가에서는 미국의 상호관세 부과, 삼성전자의 실적 악화 등이 이미 증시에 선반영돼 있어 이날 시장에 미친 영향이 제한적이라고 분석했다. 오히려 이달 중 협상을 통해 그간의 관세 불확실성을 확실히 끝낼 수 있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각종 리스크가 해소 국면에 접어들면 새 정부의 증시 부양책에 힘입은 코스피 랠리가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박상현 IM증권 연구원은 “주요국과의 관세 협상이 시한이 연기됐다는 점에서 관세 불확실성이 금융시장을 크게 흔들지는 않을 것”이라며 “오히려 8월 1일까지 한국과 일본 등 주요 교역 파트너 국가와 끝판 협상을 통해 관세 협상이 타결된다면 관세 불확실성이 크게 완화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증권가에서는 대내외 악재를 조정 국면을 활용한 저가 매수 기회로 접근할 것을 제언했다. 박기훈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무역 이슈에 민감도가 낮고 최근 실적 흐름도 개선되고 있는 지주, 금융, 유통, 화장품 등 내수주 중심 대응이 상대적으로 유효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김경은 (gold@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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