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레스타인 서안지구 북부에 위치한 나블루스 주 남부에는 부린 마을이 있다. 이 마을 중심부에는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남녀공학 ‘부린고등학교’가 있다.
▲서안지구 나블루스 주의 남부에 위치한 부린마을 (출처: 구글지도 스크린캡처)
부린고등학교는 1927년 설립 당시 1개 교실로 시작했지만, 100년에 가까운 시간 동안 명망 높은 교육기관으로 성장했다. 55두남 (55,000㎡)에 달하는 학교 부지에는 건물, 정원, 넓은 운동장, 축구장, 그리고 교육 목적으로 활용되는 농경지가 있다. 나블루스 주 남부의 교육기관 중 최대 규모다. 이 학교에 다니는 5학년부터 12학년까지 220여명의 학생은 과학, 문학, 농업 계열로 나뉘어 교육을 받고 있다.
특히 부린고등학교는 명성 높은 교육기관일뿐 아니라, 팔레스타인의 인내와 저항을 상징하기도 한다.
▲등교하는 부린고등학교 학생들 (출처: 라마 제벤, 아마라 옴란)
부린고등학교는 이스라엘 정부가 군사 및 행정 권한을 행사하는 C구역 중 ‘이츠하르 정착촌’으로 향하는 도로 인근에 위치해 있다. 이츠하르 정착촌은 나블루스 주 남쪽, 서안지구 북부에 자리한 이스라엘인들의 거주지이다. 행정상 쇼므론 지역위원회 관할에 속한다. 2018년 기준, 이곳의 인구는 약 1,635명으로 보고되었다.
부린고등학교에 대한 이스라엘 점령 세력의 괴롭힘은 이츠하르 정착촌이 원인이 됐다. 이스라엘 군과 정착민들은 지속적으로 부린고등학교를 공격했다. 학교는 수차례의 무단침입과 시설 파손을 겪었고, 인근 군 초소의 존재는 학생들과 교사 모두에게 심리적 압박을 가하고 있다.
‘스피크업’ 참가자들은 이 학교를 방문해 군 초소와 초소 주변을 감시하는 군인들을 직접 확인했다. 취재 과정에서 만난 유세프 카와리크 부린고 교장은 학교 안에 건설된 군사 기지와 교문 앞 초소로 인해 학생과 교직원이 겪는 어려움을 토로했다.
우리 학교 부지 내에는 (이스라엘의) 군사 기지가 있습니다. 이 기지는 부린 마을뿐만 아니라 인근 지역 전체를 갉아먹는 암과 같습니다. (기지를 이곳에 세운) 목적은 학생들을 위협하고, 교육을 중단하게 하려는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배울 권리를 굳게 지키고 있으며, 점령군의 위협과 반복되는 공격에도 불구하고 이 길을 계속 걸어갈 것입니다.
- -유세프 카와리크 / 부린고등학교 교장
▲이스라엘 군이 발포한 최루탄을 피해 흩어지는 부린고등학교 학생들 (출처: 라마 제벤, 아마라 옴란)
그럼에도 이 학교 학생들은 매일 두려움 없이 등교하며 배움을 이어가고 있다. 취재에 응한 몇몇 학생들은 꺾이지 않는 의지와 결연함을 드러냈다.
학교는 삶의 의지를 상징한다. 학생들과 그 가족은 고향을 떠나기를 거부한다. 교육받을 권리도 포기하지 않는다. 부린고등학교는 존재와 저항의 강력한 표상이다. 이곳 학생과 교직원은 펜을 들고, 총과 칼에 맞서기로 선택했다. 이들은 연대를 통해 고통 속에서도 희망을 간직한채 살아간다.
부린고등학교는 팔레스타인의 현실과 밀접하게 연관된 교육을 제공하고 있다. 우선 농업 계열 교육 과정을 통해 학생들이 ‘땅’과의 연결성을 잃지 않고 실생활에 필요한 기술을 익힐 수 있도록 돕는다. 과학과 문학 계열 교육 과정을 통해서는 지역사회를 위한 자원봉사에 활발히 참여해 소속감과 협력의 가치를 배울 수 있도록 돕는다.
부린고등학교는 단순한 교육기관이 아니다. 이곳은 매일 지식과 인내, 결의로 써내려 가는 투쟁의 이야기이다. 매일 아침, 이곳 학생들은 교육이 곧 저항의 한 방식이며, 자유로 가는 길은 교실에서부터 시작된다는 사실을 증명해낸다. 이 학교는 교육받을 권리를 부정당하지 않기 위한 민중의 투쟁을 상징하며, 불의와 점령에 맞서 싸우는 ‘벽’이 되어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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