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부터 31도에 굵은 땀방울…"축사에 에어컨 설치해야 하나" 한숨
12일째 폭염특보가 이어지고 있는 8일 광주 광산구의 한 고물상에서 근로자가 땀에 적셔진 수건을 짜고 있다. 2025.7.8/뉴스1 ⓒ News1 이승현 기자
(전국=뉴스1) 이승현 한귀섭 손도언 윤왕근 기자 = 폭염의 기세가 날로 강해지면서 한반도가 몸살을 앓고 있다. 숨이 턱턱 막히는 더위에 사람은 물론 가축과 농작물도 폭염과 사투를 이어가고 있다.
광주와 전남에 12일째 폭염특보가 이어지고 있는 8일, 광주 광산구 한 고물상에서 만난 김 모 씨(60)는 내리쬐는 뜨거운 햇볕에 한숨만 연거푸 내뱉었다.
오전 9시를 막 넘긴 시간이지만 기온은 31도를 넘어섰고 습하고 더운 공기가 온몸을 감싸면서 작업복은 땀으로 흠뻑 젖은 지 오래다.
그늘 한 점 없는 곳에서 목과 이마에 둘렀던 수건은 연신 흘러내리는 땀을 흡수하느라 본래의 색을 잃었다.
지친 김 씨가 잠시 쉬며 적셔진 땀 수건을 짜내자 굵은 땀방울이 뚝뚝 떨어졌다.
김 씨는 "눈을 뜨지 못할 정도로 햇볕이 세고, 해도 해도 너무 덥다. 비도 안 온다"며 "먹고 살려니 쉴 수도 없는 노릇인데 어서 여름이 끝나기만을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강해지는 폭염 기세와 열대야에 김 씨는 작업 시간을 평소보다 당겨 새벽 3시에 시작해 오전 10시에 끝마친다.
그는 "고철을 받아 큰 업체에 팔아도 ㎏에 300원가량 하니까 얼마 되진 않는다"면서도 "힘들어도 별 수 있겠느냐. 그늘이나 경로당에서 쉬면서 이거라도 하는 수밖에 없다"고 털어놨다.
무더위가 이어진 8일 부산 남구 대연수목전시원에서 직박구리 한 마리가 물레방아에 흐르는 시원한 물에 날아들어 더위를 식히며 목욕을 하고 있다. 2025.7.8/뉴스1 ⓒ News1 윤일지 기자
한국을 찾은 외국인들은 연일 35도가 넘는 푹푹 찌는 무더위에 혀를 내둘렀다.
'강원·춘천 2025 세계 태권도문화축제'가 열리는 춘천은 이날 오후 1시 이미 35도를 넘어섰고 횡성은 37.3도, 홍천 화촌 36.6도 등 무더운 날씨를 보였다.
모로코에서 춘천을 찾은 메디암(24·여)은 한국의 더위에 대해 "모로코 날씨보다 더 습하다"며 "날씨로 인해 선수들이 조금 피곤해한다"고 전했다.
우즈베키스탄에서 온 누르백(22)은 "한국은 정말 더운 것 같다"며 "밖에 있으면 더위 때문에 견디기 힘든 것 같다"고 토로했다.
4년 전 알제리에서 와 강원대학교에서 석사 과정을 마치고 이번 대회 통역을 맡고 있는 유스라(25·여)는 "매년 더위를 경신하는 듯하다"고 이야기했다.
선수들은 더위를 피해 실내에서 훈련을 하거나 에어컨이 있는 에어돔 안에 머물렀다.
연일 폭염이 이어지는 8일 충북 제천시 봉양읍 명암리에 위치한 한우 축사에 살수시설이 풀 가동되고 있다. 2025.7.8./뉴스1 ⓒ News1 손도언 기자
찜통더위에 가축도 힘겨운 여름을 나고 있다.
이날 오후 충북 제천시의 한 한우 축사에서는 소들이 더위를 버티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어미소는 송아지 등을 수시로 핥았고, 송아지는 물을 찾아 이리저리 뛰어다녔다.
축사 대표가 내부 온도를 낮추기 위해 외벽에 쉴 새 없이 물을 뿌렸지만 효과는 없었다.
살수시설을 가동하고 나서야 온도가 조금 낮아졌지만 30도 안팎에 머물렀다.
이곳은 그나마 살수시설을 갖추고 있어 온도가 낮은 편이다. 시설이 갖춰지지 않은 곳의 축사 내부 온도는 40도까지 치솟는다.
분뇨에서 나오는 뜨거운 열기와 소 몸에서 나오는 온도까지 더해지면 내부 온도는 사람이 견디지 못할 수준까지 오른다.
김동소 대표는 "폭염이 계속되면서 종일 살수시설을 가동하고 있다"며 "전기요금이 문제가 아니라 소들의 생사가 걸린 문제"라고 말했다.
이어 "축사 지붕에 물을 뿌리고 내부 살수시설까지 모두 가동해도 30도 안팎"이라며 "이제는 축사 내부에 에어컨까지 설치해야 하는 시대가 온 것 같다"고 설명했다.
12일째 폭염특보가 이어지고 있는 8일 광주 광산구의 한 콩나물 재배사 실내 온도가 25도 이상을 보이며 생육이 부진한 콩나물의 모습. 2025.7.8/뉴스1 ⓒ News1 이승현 기자
불볕더위가 지속되면서 농부의 마음도 타들고 있다.
콩나물이 자라기 위해선 재배사 온도가 23~26도로 서늘하게 유지돼야 하지만 이날 아침 10시 광주 광산구의 한 재배사 내부 온도는 이미 25.5도를 보였다.
20년 경력의 박주석 씨(53)가 매시간 콩나물에 시원한 지하수를 공급하지만 비닐하우스로 만들어진 재배사는 낮 시간이 되면 내부 온도가 30도에 육박하거나 넘기기도 한다.
박 씨는 "올해는 비도 오지 않고 유난히 더 더운 것 같아 계속 물을 틀어놔도 발육이 부진한 콩나물들이 나오고 있다"며 "상품 가치가 없으니 버리거나 소 사료를 만드는 곳에서 가져가기도 한다"고 토로했다.
실제 재배사 바깥 한편에는 잘 자라지 않거나 말라진 콩나물들이 5포대 이상 놓여있었다.
폭염만 계속될 뿐 비 소식이 없자 강원 강릉시민의 식수원인 오봉저수지는 바닥을 드러냈다.
수위는 눈에 띄게 낮아졌고 사면은 벌건 속살을 드러냈다. 상류 강바닥은 완전히 말라붙어 모래와 진흙만 남아 있었다. 인근 도마천도 하천 기능을 잃고 물줄기는커녕 패인 물웅덩이 주변으로 풀이 무성했다.
구정면에 거주하는 김 모 씨(68)는 "옥수수 잎이 다 말라붙었다"며 "아침, 저녁으로 물을 줘도 역부족"이라고 털어놨다.
기상청은 북태평양 고기압의 영향으로 덥고 습한 바람이 지속적으로 유입되면서 당분간 무더위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8일 강원 강릉시 성산면 오봉저수지 인근 도마천 일대가 바닥을 드러내고 있다. 이날 기준 오봉저수지 저수율은 32%로, 전국 평균(62.2%)보다 현저히 낮은 수준을 보이고 있다. 2025.7.8/뉴스1 ⓒ News1 윤왕근 기자
pepper@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매주 일요일 밤 0시에 랭킹을 초기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