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관세인상 통보 직후 정책실장 주재 회의 개최
김용범 실장 "중요한 것은 국익 관철" 당부
위성락 안보실장, 美에서 '상호 호혜 관계' 강조
[이데일리 김유성 기자] “7월 말까지 시간을 번 것은 다행이다. 국익을 우선으로 협상에 임하겠다.”
한국 시간으로 8일 새벽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국에 상호관세 25%를 부과하겠다고 밝힌 가운데, 대통령실이 대응책 마련에 들어갔다. 언뜻 보면 25% 관세 철퇴를 맞게 된 상황이지만, 대통령실은 8월 1일이 시행일자라는 점에 안도했다. 7월 말까지 미국과의 협상에 총력을 다하겠다는 각오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 (사진=연합뉴스)
김용범 정책실장 주재 대책회의 개최
대통령실은 8일 대미 통상 현안 부처 대책회의를 열었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 주재로 열린 이날 회의에는 윤창렬 국무조정실장, 하준경 경제성장수석, 오현주 국가안보실 3차장, 이형일 기획재정부 1차관, 김진아 외교부 2차관, 문신학 산업통상자원부 1차관이 참석했다.
우선 김 실장은 “새 정부가 출범한 뒤 한 달 남짓한 기간 동안, 통상장관·안보실장 협의와 G7·나토 등 양자·다자회의를 통해 양국 간 호혜적인 결과를 도출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고 말했다. 이어 “하지만 다양한 이슈를 포괄해 관세 문제에서 의미 있는 최종 합의까지는 이르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실제 대통령실은 지난달 캐나다에서 열린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을 추진했고, 나토 회의에서도 관세를 포함한 실무 협의를 타진한 바 있다. 그러나 급격한 중동 정세 변화 등에 따라 트럼프 대통령의 일정이 변경되면서 이재명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은 무산됐다. 관세 협의를 위한 양국 간 정상회담이 열리지 못한 채 협상 시한 만료일인 8일을 맞았다.
이 같은 상황이지만 김 실장은 “조속한 협의도 중요하지만, 더욱 중요한 것은 국익을 관철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당장 관세율이 인상되는 상황은 피했고, 7월 말까지 대응 시간을 확보한 만큼 국익을 최우선으로 미국과의 협상에 만전을 기해달라”고 관계 부처에 당부했다.
그러면서 정부에 미국의 관세 인상 통보가 우리 수출과 경제에 미칠 영향을 면밀히 점검해달라고 요청했다. 특히 자동차·철강 등 주요 업종에 대한 지원 대책을 차질 없이 이행하고, 시장 다변화 등 수출 대책도 보강해 달라고 관계 부처에 주문했다.
김 실장은 방미 중인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이 귀국하는 대로 정책실과 국가안보실 간 공동 회의를 열어 관련 상황을 종합 점검하고, 대응책을 협의하겠다는 계획이다. 이 대통령의 방미 일정도 미국 측과 조율하면서 협의에 나설 방침이다.
위성락 대통령실 국가안보실장(사진 왼쪽)이 7일(현지시간) 마르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 겸 국가안보보좌관과 한미 안보실장 협의를 가진 후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루비오 국무장관 만난 위성락 실장
앞서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7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에서 마르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 겸 국가안보보좌관과 한미 안보실장 협의를 가졌다. 양측은 관세 협상과 관련해 긴밀한 소통을 이어가기로 했다.
대통령실에 따르면 위 실장은 루비오 국무장관에게 “양국이 동맹 정신에 기초해 큰 틀에서 동맹을 더욱 강력하게 발전시키는 방향으로 협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한미 안보실장 간 긴밀한 협력을 통해 상호 호혜적인 결과를 진전시켜 나가길 희망한다”고도 했다.
루비오 국무장관 역시 공감을 표했다. 그는 한국을 포함한 여러 나라에 관세 서한이 발송됐지만, 관세 부과 시점이 8월 1일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한미 간 협상의 여지가 있다는 의미다.
양국은 한미 조선 협력과 관련해서도 정부와 업계 등 다양한 영역의 역량을 결집하기로 했다. 상호 실질적이고 호혜적인 협력 방안 도출을 목표로 협의해 나가기로 했다.
한편 정치권에서는 이번 협상이 한국에 불리할 것이라는 관측을 하고 있다. 한국과 미국의 자유무역협정(FTA) 발효로 0%대 상호 관세를 적용받았던 상황에서, 미국의 관세 인상 요구를 거부하기 쉽지 않다는 분석이다. 더욱이 미국 측이 이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을 협상 카드로 활용해 관세 협상에서 우위를 점하려 한다는 관측도 있다.
이런 이유로 조선 등 한국이 강한 분야를 지렛대 삼아 관세 협상에 임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도 지난 나토 정상회의 기간 중 위 실장을 만나 한국의 조선업에 상당한 관심을 보인 바 있다.
대통령실은 ‘최악의 상황’은 아니라는 점에 위안을 삼고 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일본이나 말레이시아 등도 관세가 예상보다 더 오른 상태”라며 “새 정부 출범 이후 시간이 촉박했던 것을 고려하면, 최악의 상황은 면한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 확보된 협상의 시간만큼 위성락 안보실장도 고위급 회담을 이어가고 있다”며 “조금 더 나은 결과를 얻기 위해 협상에 임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유성 (kys401@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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